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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트랜스젠더 군인 강제 전역시킨 국방부, 이제는 병역 이행 요구?
- 복무 여건 마련 안 해 놓고 병력 부족해지니 슬그머니 신검 규칙 변경 시도 -
군인권센터는 2024. 1. 21. 국방부공고 제2023-441호에 따른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취소, 개정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해당 개정령안은 당초 면제 대상이었던 트랜스젠더 여성(MTF)을 보충역 편입 대상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저출생 현상이 지속 심화됨에 따라 병역 자원 수급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국방부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무작정 현역 판정 기준을 완화하는 미봉책만 제시하고 있습니다. 병역 의무 당사자의 안전, 복리와 직결되는‘군 복무 적응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징집률만 올리는 방식은 매우 위험합니다. 군인권센터는 2020. 12. 1. 자 국방부공고 제2020-344호에 따른 동 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대해서도 같은 우려의 의견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 참고 보도자료: https://mhrk.org/notice/press-view?id=2593 )
‘군 복무 적응 가능성’은 병역 의무 당사자의 자유와 권리에 기반을 두고 병역 의무 이행을 위한 복무 환경, 문화, 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만약 병역 의무 당사자의 존엄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여건이 불비하여 특정 인원의 ‘군 복무 적응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국가는 해당 인원을 징집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개정령안은 ‘군 복무 적응 가능성’을 상세히 검토하여 마련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개정을 통해 과거와 달리 징집 대상에 포함될 병역의무 당사자의 복무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 ‘BMI 지수 조정을 통한 징집 인원 확대 조치’와 마찬가지로 징집 대상 인원만 기계적으로 늘리는 기준 변경은 지양해야 합니다.
이번 개정령안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성별불일치’ 항목에 대한 병역 판정 기준 변경입니다.
국방부는 지휘 부담을 야기하는 정신질환의 경우 현역 판정기준을 강화하여 ‘증상이 경미할 경우 (과거에는) 현역으로 판정했으나, (앞으로는) 증상이 경미하다 할지라도 사회적·직업적 기능장애가 있으면 보충역으로 판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군 복무 적응 가능성’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 기준을 마련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그런데 개정령안은 이러한 변경 기준을 성별불일치 상태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어 문제입니다.
당초 국방부는 성별불일치 상태에 놓인 병역 의무 당사자는 5, 7급으로만 분류하여 징집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를 변경하여 성별불일치 상태에 놓인 트랜스젠더 여성(MTF)을 4급 보충역으로 징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입니다. 개정령안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여성은 ‘진단을 내리기 위한 충분한 과거력과 현재 증상이 지속되고, 이로 인한 사회적ㆍ직업적 기능 장애가 동반된 경우’에 보충역으로 판정됩니다.
또한 성별불일치 상태에 놓인 사람에 대한 병역 신체검사 판단 기준과 관련된 조문의 내용을 ‘(변화로 인한) 군 복무의 적응가능성을 판단한다’에서 ‘(변화로) 판단한다’로 단순화했습니다.
우선 판단 기준과 관련된 조문의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성별불일치’는 미국정신의학회가 2013년 ‘DSM-Ⅴ’을 발표하고, 세계보건기구가 2018년 ‘ICD-11’을 발표한 이래 정신질환이나 장애가 아니라 ‘사람의 상태’를 뜻하는 의학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상태’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신체등급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다만 해당 ‘상태’가 ‘군 복무’라는 특수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상태인지는 판단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종전의 규정에는 ‘(변화로 인한) 군 복무의 적응 가능성을 판단한다’고 적시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개정령안과 같이 ‘(변화로) 판단한다’로 규정이 변경된다면 이는 성별불일치 상태를 사실상 질병으로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로 이어져 국제 의학 기준과 배치됩니다.
다음으로 보충역 분류 기준 신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그동안 성별불일치 상태에 놓인 사람을 현역 및 보충역으로 분류하지 않았던 것은 그러한 상태에 놓인 사람을 징집하여 현역 및 보충역으로 복무하게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 판단해왔기 때문입니다. 국가는 이들의 ‘군 복무 적응’을 보장할 수 없는 여건 불비 상황을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군은 故변희수 하사의 강제전역 처분 취소소송 과정에서 별다른 근거 없이 ‘트렌스젠더는 자살율이 높고 정신건강이 좋지 않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등 트랜스젠더의 복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비춰왔습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육군은 해당 소송에서 패소하여 고인에 대한 강제 전역 처분은 취소되었습니다. (대전지방법원 2020구합104810 전역처분취소, 2021. 10. 7. 선고)
그러나 국방부는 강제전역이 취소된 이후에도 고인이나 유가족에게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고, 트랜스젠더 군 복무에 관한 입장, 정책에 대한 재검토도 하지 않았습니다. 국방부의 요청에 따라 한국국방연구원이 ‘성전환자의 군 복무에 관한 연구’를 진행, 완료했지만 국방부는 보고서를 비공개 처리하고 정책 입안 검토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개정령안이 현역이 아닌 보충역으로 편입할 가능성만을 열어두었다고는 하나, 우리 정부가 트랜스젠더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기 위한 어떠한 정책적 준비나 변화를 계획, 추진한 바가 없다는 점은 명확합니다. 이처럼 트랜스젠더의 병역 의무 이행 상의 애로점이 전혀 개선된 바 없기 때문에 국가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군 복무 적응 가능성’을 전혀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처럼 트랜스젠더의 병역 이행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 준비가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방부는 단순히 병력자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트랜스젠더 여성을 보충역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신체등급분류기준을 변경하려고 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고, 상당한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 자명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개정안은 “규칙적인 이성호르몬 치료 등”을 5급 판정 기준에 추가하였습니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병역을 면제 받고,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으면 보충역 징집 대상으로 분류한다는 이상한 기준은 ‘성별불일치’에 대한 몰이해에 기반한 것입니다. 최근 우리 법원의 판례나 국제인권기준에서 신체 수술이나 치료와 무관하게 성별정정을 인정하는 흐름에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정리하자면 트랜스젠더의 병역 이행과 관련한 종합적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다짜고짜 신체등급 분류 기준부터 변경하는 것은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될 것이 자명하고, 개정안의 내용 골자는 성별불일치 상태에 대한 몰이해에 기반하고 있는바 개정령의 해당 내용은 철회되거나 수정되어야 합니다. 군 복무를 희망하는 트랜스젠더 여성 군인이 나타났을 때는 다른 군인들이 불편해할 것이라는 비겁하고 입증되지 않은 핑계를 대며 위법한 전역 조치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려 놓고, 병역 자원이 부족해지자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슬그머니 트랜스젠더 여성을 보충역 분류 대상자로 편입시키는 국방부의 오락가락 행보는 결코 용인될 수 없습니다. 참고로 국방부는 아직까지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변희수 하사의 순직 인정 문제에 답을 내놓지 않고 시간만 보내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트랜스젠더 여성 뿐 아니라 병역자원을 바라보는 국방부의 왜곡된 시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바 그대로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군인권센터는 헌법소원 등의 후속조치를 이어갈 계획임을 알립니다.
2024. 01. 22.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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