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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17-500589, 트랜스젠더 A하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당사자발언문 포함).

작성일: 2020-01-22조회: 7845

※ 조선일보, TV조선 등 계열언론사, 채널A, 아시아경제, 세계일보, MBN의 본 보도자료 인용을 불허합니다. 

★ 트랜스젠더 군인을 위한 법률지원기금 모금 동참하기: https://www.socialfunch.org/tgarmy 

[기자회견문] 

17-500589, 트랜스젠더 A하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 트랜스젠더 A하사 강제 전역 처분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 -

 

 오늘 오전, 육군본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긴급구제 결정을 무시하고 트랜스젠더 A하사에 대한 전역심사위원회를 강행하였다. 육본은 A하사를 군인사법 37조 1항 1호에 의거, 심신장애로 인해 현역 복무가 부적합한 자로 판단하여 전역 처분을 결정했다. 당초 알려진 바와 같이 남성의 음경과 고환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역 조치의 유일한 사유였다.

 

 육본은 A하사에게 내일 즉시 군을 떠날 것을 지시하였다. 국군수도병원에 입원 중인 A하사는 원래 내일로 퇴원이 예정되어 있었다. 군은 A하

사가 바로 병원에서 집으로 가게끔 한 것인데 소속부대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하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전역 처분이 나면 통상 처분일로부터 최대 3개월까지 여유를 두고 전역일자를 정하는 것이 상례다. 처분과 동시에 짐을 싸서 나가라는 것은 단 1초도 우리 군 안에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허락할 수 없다는 군의 의지 표현이다. 참으로 잔인하다.

 

 A하사는 2017년, 40:1의 경쟁률을 뚫고 부사관으로 임관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군인이다. 고등학교도 부사관특성화학교를 나왔다. 해마다 부사관학교에서 부사관으로 임관하는 인원은 평균 80%에 불과하다. 어려서부터 군인의 길을 가고자 하는 마음이 그만큼 굳건했던 것이다. A하사는 임관 이후에도 부대에서 전차조종수로서의 기량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을 만큼 맡은 바에 열심이었다. 그랬던 A하사는 남성의 성기가 없다는 황당한 이유로 군에서 쫓겨났다. MTF 트랜스젠더에게 남성의 성기가 없다는 점을 신체장애로 판단해놓고 규정을 운운하는 군의 천박한 인식에 참담한 심경을 금할 수 없다.

 

 지난 일주일 동안 우리 군이 보여준 모습은 비겁함 그 자체였다. 국방부가 택한 길은 트랜스젠더의 복무에 관한 진지한 고민과 대책 마련이 아니었다. 무책임하게도 마치 여군과 트랜스젠더 군인 사이에 대단한 문제라도 생긴 것 마냥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언론에 흘렸다. 여성과 트랜스젠더 모두 초남성적인 대한민국 군대 문화 내에서 차별의 피해자로 살아온 것은 매한가지인데 느닷없이 사태를 소수자들의 대립 구도로 몰아가 A하사를 쫓아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군은 언제부터 여군의 인권을 그렇게 근심했는가? 자신의 존재를 떳떳이 밝히며 군인으로서의 삶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전한 A하사의 당당한 모습 앞에 부끄럽지 않은가?

 

 오늘 A하사는 세상 앞에 자신의 존재를 커밍아웃한다. 부당한 전역 처분에 대한 인사소청,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의 의지도 밝힐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시민사회에 트랜스젠더 하사를 지원하기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할 예정이다. 차별에 반대하고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들과 함께 개인의 정체성과 군인의 충성심이 한 저울에 올려놓고 평가하는 야만적인 우리 군을 반드시 바꾸어 낼 것이다. 기나긴 여정이 될 것이나 시간은 인권의 편이다. 지금도 숨죽여 복무하고 있을 수많은 트랜스젠더 군인과, 우리 군에도 트랜스젠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용감하게 밝혀 준 A하사와 함께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2020. 01. 22.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

[ 육군 5기갑여단 하사 변희수의 발언 전문 ]  

 

저는 어린 시절부터 이 나라와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집 근처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거부하고, 제가 살고 있던 고향과 멀리 떨어진 전남 장성까지 부사관 특성화 고등학교를 찾아 진학하였습니다. 그곳에서 소정의 교육을 받고, 부사관학교에서의 힘들고 고된 훈련 과정을 거친 뒤, 엄격한 심사 과정을 통해 결국 부사관으로 임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랜 꿈을 드디어 이루어냈다는 것에 제 지신이 너무 뿌듯했고, 또 행복하였습니다.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늘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줄곧 마음 깊이 가지고 있던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한 마음을 줄곧 억누르고 또 억누르며,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힘들었던 남성들과의 기숙사 생활도 이겨 넘기고, 가혹하였던 부사관학교 양성과정도, 또한 실무 부대에서의 초임하사 영내대기 또한 이겨내었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하면서 제 마음 또한 무너져 내려졌고,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젠더 디스포리아로 인한 우울증 증세가 복무를 하는 동안 하루하루 심각해지기 시작하였으며, 너무 간절한 꿈이었음에도 이대로라면 더 이상 군 복무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는 힘들어 하는 저를 두고 ‘현역복무 부적합심의를 받는 것은 어떠냐’는 권유를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제가 어릴 때부터 가지고 왔던 국가에 헌신하는 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생각하며 권유를 거절하고 계속 버티며 복무하였습니다.

 

결국 저의 마음은 제가 스스로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임계치에 다다랐고, 결국 어려운 결심을 통해 수도병원 정신과를 통해 진료를 받기로 결정 하였습니다. 수도병원에서의 정신과 진료와 심리 상담을 통해,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던 짐을 쌓아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저의 상태를 해결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계속 억눌러두었던 마음을 인정하고, 성별정정 과정을 거치겠노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소속부대에 저의 정체성에 대해 밝히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막상 밝히고 나니 마음은 후련하였습니다.

 

저의 소속부대에서도 제 얘기를 듣고 현역부적합심의를 진행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의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었습니다. 그동안의 군 생활 모두가 순탄하고 훌륭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초임 하사 시기 혼란한 마음으로 방황을 하였지만, 그래도 결심히 선 후 부터는 제 주특기인 전차 조종에서도 기량이 늘어 19년도 초반 소속 대대 하사 중 유일하게 ‘전차조종’ A 성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보직이 참모부서 담당으로 변경된 후에도 참모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였고, 공군 참모총장 상장을 받는 성과도 이루어낼 수 있었습니다.

 

소속 대대에서도 저의 발전된 모습을 감안하여, 부대에서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결정인 수술을 위한 국외여행 허가를 승인해 주셨습니다. 성전환 수술 이후에도 계속 복무를 저의 상급부대에 권유하였고, 상급부대인 군단에서도 육군본부에 이와 같은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저를 믿고 응원해주셨던 소속부대장님, 군단장님, 소속부대원, 그리고 안팎으로 도와주신 모든 전우들에게 그간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계속 복무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저는 용사들과 같이 취침하며 동고동락하며 지내왔고, 그 생활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유일한 여군이 될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군에서 살려 적재 적소에 저를 배치하신다면, 그 시너지 효과 또한 충분히 기대해볼 만할 것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군이 트랜스젠더의 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미처 되지 않았음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사랑하는 군은 계속하여 인권을 존중하는 군대로 진보해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임관하였던 시기만 하더라도 병사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사소한 잘못을 하여도 영창 징계가 떨어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스마트폰 사용은 물론이고, 곧 영창 제도까지 완전히 사라지는 군대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저는 인권친화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군에서, 저를 포함해 모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제가 그 훌륭한 선례로 남고 싶습니다. 저는 비록 미약한 한 개인이겠으나, 힘을 보태어 이 변화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술을 하고 계속 복무를 하겠느냐, 부대 재배치를 원하느냐는 군단장님의 질문에 저는 최전방에 남아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계속 남고 싶다는 답을 하였습니다. 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제가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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