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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문 ]
공군 성추행 피해 여군 사망사건 군인권센터 중간보고서 발표
- 대통령 엄단 지시에도 총체적 부실수사, 국방부장관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
지난 7월 9일, 국방부가 공군 성추행 피해 여군 사망사건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에 떠밀려 수사를 진행하고, 보여주기 식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세간의 비판이 모두 주효하였다. 현재의 수사 흐름대로라면 향후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강제추행 이후 피해자는 군 수사기관의 조직적 사건 축소은폐 속에 2차 가해 상황에 방치되어 있었고, 결국 전출 후 부대에서 괴롭힘을 당하다 사망에 이르렀다. 군 수사기관이 제 역할을 해주었더라면 피해자가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수사의 초점은 마땅히 군사경찰, 군검찰이 조직적인 사건 축소은폐에 가담한 까닭을 밝히는 데 있어야 한다.
군인권센터가 지난 1개월 간 확인한 결과, 강제추행 사건 이후 가해자와 가해자 주변 인물은 범행을 축소, 은폐, 무마하기 위해 증거인멸 시도를 해왔고 20비 군사경찰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20비 군사경찰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 방침을 조기에 확정하고, 피해자를 좋아해서 한 일이라는 가해자의 변명을 적극적으로 인용하고, 협박 행위를 사과로 둔갑시켜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는 등 노골적으로 가해자를 옹호하는 수사를 진행하였다. 20비 군검찰 역시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도 2개월 가까이 사건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피해자 국선변호인 역시 2차 가해 중단 호소, 회유 및 협박에 대한 처벌 요구가 담긴 피해자 부친의 탄원서를 1개월이나 방치해 두었다. 뿐만 아니라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은 피해자 사망 이후 사건의 전모가 외부로 새어 나갈 것을 우려해 국방부에 허위보고까지 하였다.
이들 군사경찰, 군법무관들은 가해자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음에도 가해자를 옹호에 일조하였다. 이러한 이상 징후는 가해자가 소환 통보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히 군법무관 출신 변호인을 선임한 직후부터 감지되기 시작한다. 급기야 피해자 사망 이후에는 현장 수사와는 무관한 고위급 간부인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까지 사건 은폐에 적극 가담한다.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사건의 축소은폐에 모종의 압력이 작용하였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러한 사정을 확인하기 위하여 반드시 수사해야 하는 공군본부 법무실장에 대한 실효적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으며,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 역시 단순 허위보고 혐의로 기소했을 뿐이다. 법무실장의 경우, 3회에 걸친 참고인 조사 소환에 불응하였음에도 사실상 방치하였고, 마음만 먹으면 증거를 인멸할 충분한 시간을 준 뒤에 여론에 떠밀려 압수수색을 진행하였으며, 그 마저도 공무용 핸드폰은 압수수색하지 않고 개인용 핸드폰만 압수수색하였다고 한다. 압수수색한 핸드폰은 법무실장의 동의가 없어 디지털 포렌식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7월 9일 법무실장에 조사에 출석하였다고는 하나, 지금까지 보여준 국방부의 변명에 따르면 본인이 진술을 거부하거나 포렌식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실효적 수사는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방부는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한 기본적인 수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혐의대상자들의 범죄 행위를 파편화 시켜 나열하고, 무리한 법리를 적용하여 섣부르게 기소를 남발하고 있다. 빨리 기소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에도 여론을 의식해 보여주기 식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범죄를 혐의대상자 각각의 개별적 일탈로 몰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제각각 기소되어 따로따로 재판이 이루어지면 사건 실체에 대한 접근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게 된다. 가해자 옹호의 실익이 전혀 없는 수사 관계자들이 보인 가해자 옹호 행위의 원인과 배후를 밝히지 못한다면 가해자와 주변 인물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은 재판 과정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공군본부 법무실장을 위시한 군 수사조직이 항명을 불사하며 조직 보위를 위해 목숨 걸고 수사를 방해하고 있지만 국방부장관은 대책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이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한 사안에 있어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항명하며 수사에 불응하고 있음에도 장관은 속수무책이다.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장관의 상관이라도 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말로만 열심히 수사하겠다고 열변을 토한다고 수사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니다. 장관은 지금 국민의 분노와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권한을 사용하지 못하고 수사를 망치고 있다. 수사 의지가 정말 없는 것인지, 무능력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내부 통제도 못하는 장관에게 안보를 맡길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대통령의 엄단 지시에도 불구하고 진상규명에 대한 유족의 기대를 져버리고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놓은 장관은 부실수사를 책임지고 사퇴하라.
군인권센터는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지난 한 달간 다양한 제보를 확보하며 활동해왔다. 이에 금일 확인된 상황을 정리하여 중간 보고서를 발표한다. 그간 확인된 사항과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비교해 볼 때 군에 수사를 맡겨서는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검찰단, 국방부조사본부 등 군 수사기관은 제 식구인 공군 법무라인, 군사경찰과 이미 한 통속이 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회는 더 늦기 전에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을 통해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을 성역 없이 규명해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군에 수사를 맡길 수 없다.
우리의 요구
- 성역없는 수사에 대한 대통령 지시사항을 무시하는 국방부는 즉시 사건 수사에서 손을 떼라
- 국방부장관은 부실 수사를 책임지고 사퇴하라
- 국회는 즉각 국정조사와 특검을 도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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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7. 12.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