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미디어그룹, 채널A, 아시아경제, 세계일보의 본 보도자료 인용을 불허합니다.
[기자회견문]
이 중사 죽음 덮으려 한 공군 군사경찰, 문건 증거 확보
- 6월 초, 문건 확보하고도 요지부동한 국방부 수사책임자 즉시 보직해임 해야 -
군인권센터는 지난 6월 21일, 이 중사 사망 이후 공군이 국방부에 사망 사건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이 중사가 강제 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누락, 허위보고한 정황을 폭로하였다.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공군대령 이재섭, 공사36기)은 무려 4차례에 걸쳐 실무자에게 허위보고를 지시한 바 있다.
센터는 추가 제보를 통하여 군사경찰단장의 행태가 단순한 허위보고 지시에 그치지 않고, 사건 수사 전체를 의도적으로 방해, 은폐하는 데에 이르렀다는 새로운 정황을 명백한 증거와 함께 입수하였다. 입수 된 자료는 이 중사가 세상을 떠난 5월 22일과 다음 날인 23일 양일에 걸쳐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에서 작성한 사건보고서 4종이다. 보고서가 작성된 순서에 따라 공군이 사건을 어떻게 은폐하고자 하였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문건은 5월 22일 토요일 새벽 사망한 이 중사를 발견한 직후 작성된 사건초기보고서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중앙수사대 수사상황실을 통하여 국방부조사본부 수사상황실에 보고된 문건이다. 이 문건은 육하원칙에 따라 사망자 정보, 사망 사실 인지 경로, 현장 상황 등을 담고 있다. 통상 첫 보고는 신속히 사망 사실 자체만을 정리함으로 첫 번째 문건에는 큰 문제가 없다.
두 번째 문건은 5월 22일 토요일 오전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중앙수사대에서 작성한 발생보고서로 군사경찰단장이 공군참모총장에게 직접 보고한 문건이다. 이 문건에는 이 중사가 강제추행 피해자라는 점, 강제추행 사건의 개략, 수사 진행 상황, 추행 발생 이후 소속부대 인사 조치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있다. 즉, 공군참모총장과 공군 수사라인은 이미 사망 당일에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 이유가 강제 추행으로 말미암았다는 정황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 문건은 5월 23일 일요일에 작성 된 세부보고서다. 두 번째 문건인 발생보고서의 내용에 더하여 사망 당일 이루어진 현장 감식, 검시 결과 등 보다 세부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이 문건은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중앙수사대장이 공군참모총장에게 직접 보고하였다. 이 날 군사경찰단장은 출근하지 않았다.
세 번째 문건에서 주목할 부분은 ‘유가족 반응 및 부검/장례관계’관련 내용이다. 공군본부 군사경찰은 이미 5월 22일에 유족들로부터 강제 추행 발생 후 소속 부대원들의 2차 가해 등으로 딸이 힘들어 했었다는 사망 원인의 단초를 확인하였다. 유족은 이때에 관련자 조사 및 처벌을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중앙수사대는 ‘조치’ 사항으로 ‘전 소속대 부서원 대상 강제추행 사건 가해자 비호여부 조사 예정’을 담았다. 중앙수사대장이 공군참모총장에게 보고한 세 번째 문건은 죽음의 원인을 밝힐 수 있는 단초를 확보하였다는 점, 이에 기반하여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힌 보고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같은 날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이 국방부조사본부로 보고한 세부보고서인 네 번째 문건은 내용과 방향이 앞서 작성된 문건과 판이하게 다르다. 바뀐 내용의 면면을 살펴보면 허위보고 수준을 넘어 조작이라 보아도 무리가 없다.
우선 이 중사가 중대 성범죄 피해자라는 사실이 모두 빠졌다. 이는 이미 지난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한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공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족의 반응을 완전히 조작했다. 공군참모총장이 보고 받은 세 번째 문건이 유족들이 사망 동기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관련자 처벌 등의 구체적 요구를 담고 있는데 반해, 네 번째 문건에서는 마치 유족이 사망 동기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인 것처럼 둔갑되었고, 조사, 처벌 요구는 ‘애통해 하는 것 외 특이 반응 없음’으로 조작되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조치 사항에서 ‘전 소속대 부서원 대상 강제추행 사건 가해자 비호여부 조사 예정’이 통째로 빠졌다는 점이다. 일련의 상황이 단순한 허위보고를 넘어, 사건 무마, 은폐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군사경찰단장이 중앙수사대의 사건 조사 계획을 아예 무산시킨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실제 5월 31일 언론을 통해 사건이 공론화되기 전까지 공군 군검찰, 군사경찰은 노 상사, 노 준위 등에 이루어진 가해자 비호 등 2차 가해에 대한 어떤 조사도 진행한 바 없다. 뿐만 아니라 5월 27일 공군 검찰부는 가해자 장 중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고도 집행을 하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공군본부가 조직적으로 국방부에 사건을 허위로 보고하고, 내부적으로 이 중사 사망의 진실을 통째로 덮으려고 했던 정황의 퍼즐이 하나씩 맞추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군 군사경찰의 행태는 조직적 사건 수사 방해로 경우에 따라 직권남용, 업무방해, 공무집행방해 등의 죄목을 적용해 볼 수 있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 공군참모총장까지 사건 전말을 모두 보고받은 상황에서 허위 보고 및 사건 조사 방해 지시가 어떤 동기로, 누구에게서 시작되었는지 즉시 수사에 돌입할 근거는 4장의 보고서만으로도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방부 검찰단, 국방부조사본부는 지난 6월 4일,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을 압수수색하여 이 문건들을 모두 확보해놓고도 6월 25일에 이르기까지 핵심인물인 군사경찰단장조차 입건하지 않았다. 군사경찰단장 입건 역시 군인권센터의 폭로,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 등으로 마지못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공군 군사경찰의 행태가 단순 허위보고를 넘어 수사 방해 정황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문건을 통해 인지하고 있었고, 감사 과정에서 관련자 진술을 통해 이러한 지시가 군사경찰단장에 의해 구체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정황도 확보했다. 따라서 국방부가 취했어야 할 행동은 군사경찰단장에 대한 즉시 구속이었다. 군사경찰단장 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모를 신속하게 파악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방부 검찰단과 국방부조사본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떻게든 공군 군사경찰의 범법행위를 축소·은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센터의 폭로 직후 국방부는 문건을 모두 확보해 정황을 확인하고 있으면서도 마치 관련자들 진술이 엇갈려 입건이 곤란하다는 식의 해명을 한 바 있다. 국방부장관 역시 6월 12일 국방부 감사관실로부터 위와 관련한 내용을 모두 보고 받았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관련 문건의 존재도 인지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입건,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 이상 국방부에 이 사건 수사를 맡길 수 없다. 국방부 검찰단과 국방부조사본부는 지지부진하게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국민에게 이를 감추고, 관련자의 중대 범죄를 축소, 은폐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어리숙한 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건과 정황을 모두 확보하고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던 국방부 검찰단장(육군대령 최광혁, 군법무관14기), 국방부조사본부장(육군준장 전창영, 3사 25기)을 즉시 보직 해임하여 사건 수사로부터 배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군사경찰단장을 지금이라도 즉시 구속하여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 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덮어버리려고 했는지 전모를 밝혀야 한다. 이 중사 사망의 진짜 원인이 세상에 드러날 때 낭패를 보게 될 이들이 누구였는지 낱낱이 가려내야 한다. 강제 추행 발생 이후 가해자를 비호하며 구속영장 청구를 방해한 군사경찰, 이를 묵인한 20비행단장, 수사에 이상하리만큼 소극적이었던 군검찰의 행태에 대한 국민의 물음표를 반드시 풀어내야 한다.
관련 보도자료
2021. 06. 30.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
[별첨] (작성 시간 순)
(1) 2021. 5. 22. 초기보고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중앙수사대 → 국방부조사본부)
(2) 2021. 5. 22. 발생보고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 → 공군참모총장)
(3) 2021. 5. 23. 세부보고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중앙수사대장 → 공군참모총장)
(4) 2021. 5. 23. 세부보고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 국방부조사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