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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촛불 시민은 ‘간첩’ 이었다 - 간첩 조작으로 재기를 노리는 안보사 (舊 기무사)

작성일: 2019-06-17조회: 1135

※ 조선일보, TV조선 등 계열언론사, 아시아경제, 채널A, 세계일보는 본 보도자료 인용을 불허합니다.

촛불 시민은 ‘간첩’ 이었다.

- 간첩 조작으로 재기를 노리는 안보사 (舊 기무사) -

 

2016년, 기무사는 간첩 사건을 조작하고 있었다. 간첩으로 지목한 대상은 다름 아닌 ‘촛불 시민’이었다. 계엄령 선포로 친위쿠데타를 일으키고자 했던 박근혜 정권과 기무사는 다른 한편에서 국정 농단에 분노하여 거리로 나섰던 연 인원 1.600만명의 시민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한 무서운 음모를 꾸몄던 것이다. 그리고 이 음모는 2019년에도 현재진행형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무사는 한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함세웅 천주교 신부를 중심으로 촛불시민들을 간첩단에 엮어 넣고자 했다. 기무사가 2015년부터 함세웅 신부를 상임대표로 하는 ‘민주주의 국민행동’(이하 ‘민주행동’)에 대한 불법 민간인 사찰을 자행하고 사찰 보고서까지 만들어 올렸던 것은 이미 2018년 기무사 계엄령 문건 및 민간인 사찰 폭로 당시 공개된 바 있는 사실이다. 당시에는 기무사가 저지른 악행이 하도 많았던 터라 일반적인 민간인 사찰 중 하나 쯤으로 치부되었었다. 그러나 이는 기무사가 간첩 사건을 조작해내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벌여온 작전의 일환이었다.

이미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마각이 드러나기 시작한 2016년 9월,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김관진은 기무사와의 공조 속에 북한 급변 사태 시 계엄령을 선포하는 ‘희망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같은 시기 기무사는 간첩 사건 조작을 위한 팀을 구성하고 그간 사찰해오던 함세웅 신부와 ‘민주행동’을 타겟으로 간첩 사건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기무사는 박근혜 정권의 친위쿠데타에 명분을 붙여 줄 공안 사건을 만들어내려 했던 것이다. 2016년 9월은 최순실 태블릿PC가 폭로되기 전이었다. 뜬금없이 북한 급변사태를 운운하며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었던 청와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의 퍼즐이 맞아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나날이 공개되는 문건과 관련자의 증언들을 엮어 볼 때 박근혜 정부는 2017년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이 어려워지자 때를 엿보아 공안 정국을 조성하여 헌정 질서를 뒤집어엎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중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가 격화되기 시작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정권과 기무사는 본격적으로 계엄령 선포를 검토하고 간첩 사건 기획에 박차를 가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을 기각할 것으로 확신하고, 박근혜가 대통령 직무에 복귀함과 동시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간첩 사건을 터트리려 했다고 한다. 계엄령이 선포되었다면 기무사령관이었던 조현천은 문건 상의 계획에 따라 합동수사본부장이 되어 간첩 사건을 진두지휘했을 것이다. 우리 역사에는 매우 흡사한 대목이 있다. 1980년,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전두환은 5.17 쿠데타를 통해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5.18 광주 학살을 자행하였으며 7월 4일에 문익환 목사 등 재야인사들을 간첩으로 몬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을 발표하여 정국을 장악했다. 2017년에는 탄핵이 인용되어 다행히 계엄령 선포 계획이 무산 되었지만, 생각만으로도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간첩 조작 사건이 아직까지도 종결되지 않은 채 안보지원사에 보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기무사, 그리고 기무사가 해편된 뒤 간판을 바꿔 달고 출범한 안보지원사령부는 2019년 현재까지도 간첩 사건을 종결짓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들은 언제든 이 조작 사건을 쥐고 정국을 흔들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제보에 따르면 2018년 7월, 계엄령 문건 공개로 기무사가 존폐의 위기에 처하자 기무사 내부에서는 간첩 조작 사건을 공개하여 국면을 뒤집어보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2019년에 이르러 문재인 정부에 대한 보수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자 안보사 내부에서 과거의 일에 앙심을 품고 간첩 조작 사건을 흘리는 인원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계엄령 문건이 공개되고 갖가지 악행이 드러나 조직이 해체되고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 속에서도 기무사 구성원들은 촛불 혁명이 만들어 낸 민주 정부를 뒤엎기 위한 무기를 쥐고 시기를 가늠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는 기무사에 대한 인적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무사는 간판만 안보지원사로 바꾸고 대공수사권 등의 실질적 권한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 세월호 민간인 사찰 사건에서는 윗선 몇명만이 재판을 받고 있고 실무진들은 ‘실무자’란 이유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이들은 그저 육, 해, 공, 해병대 원 소속 부대로 각각 원대복귀 조치되었을 뿐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원대복귀 된 인원들은 청와대에 조직적으로 국민청원을 올려 마치 대단한 처벌이라도 받은 것인 마냥 원대복귀로 인생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늘어놓는 해프닝도 벌어진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간첩 조작, 계엄령 기획, 민간인 사찰 전반을 진두지휘 한 소강원 당시 참모장, 기우진 3처장은 기소되어 계엄령 문건 사건, 세월호 민간인 사찰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으나 기소휴직도 되지 않은 채 현재 소강원은 인사사령부 부사령관, 기우진은 3군단 부군단장에 보임되어 국민 혈세로 월급까지 받아가며 암약하고 있다. 심지어 소강원은 구속되었다가 보석으로 풀려나기까지 하였다. 무엇보다 이 모든 사건의 수괴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미국으로 도주한 지 1년이 다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내 송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상 기무사령관은 기무사 외부 인사로 임명해왔다. 기무사에서 성장해 온 군인들에게는 2인자인 참모장이 올라갈 수 있는 마지막 자리였다. 이는 정보기관을 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기무사령관을 4성 장군으로 진급시킨 사례도 극히 드물다. 권력과 기무사의 유착관계를 제어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 안보사에는 남영신 전 사령관이 지상작전사령관으로 영전한 뒤 후임 사령관이 오지 않아 참모장이 사령관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기무사가 해편 된 지 1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통제와 감시 체계가 차례로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마련했다 던 감찰 체계도 무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러하니 내부에서 간첩 조작 사건을 밖으로 흘리는 인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온 군 정보기관에 대한 개혁의 고삐를 늦추고 서툰 자비를 베푸는 동안 기무사는 안보사라는 허울 뒤에 숨어 칼을 갈고 있었다. 이것이 기무사 개혁의 현 주소고, 성적표다. 강도 높은 인적청산도, 불법 행위 책임자 엄벌도, 조직에 대한 통제 체계 마련도 어느 하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안보사의 탈을 쓴 기무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헌정 질서에 도전 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 사건이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에 기반 한 ‘간첩 조작 사건’임은 그간 기무사가 보인 행태만으로도 입증된다. 세상의 어느 정보기관이 간첩 행위를 포착하고도 공개 시점을 고려하느라 2년이나 입을 다물고 있는가. 수사 당국은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함은 물론, 안보사가 현재까지 왜 간첩 조작 사건을 종결치 않고 쥐고 있었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열쇠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국내 송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통해 舊 기무사 인원에 대한 강도 높은 인적청산을 다시 추진하고, 이와 같은 불법적인 조작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보기관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분리시켜야 한다. 적폐세력이 부활을 꿈꾸고 있다. 불완전한 개혁은 적폐세력의 면역력만 키워주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9. 06. 17.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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