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가 만든 <군사안보지원사령부령안(案)>을 즉각 폐기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국군기무사령부의 해편을 결정하고 계엄령 문건 작성, 세월호 유가족 등 민간인 사찰, 댓글 공작 개입의 3대 불법행위 가담자를 전원 원대복귀 시킬 것을 지시한 가운데 개혁의 대상인 기무사 요원들이 밀실에 숨어 새 사령부 설립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원 기무사 요원들로 구성된 <창설지원단> 등을 통해 적폐의 온상이자 개혁의 대상인 기무사의 양 손에 조직 개편과 인적 청산을 모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기무사 요원들이 흑막 속에서 개혁을 좌초시키고 있다는 것은 입법예고 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령」의 내용을 통해서도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새 사령부령은 기존의 기무사령부령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전혀 없다. 새 사령부령에 따르면 조직 설치와 운영의 목적이나 직무가 기존 기무사령과 동일하고, 독소조항으로 작용하였던 조문들도 그대로 담겨있다. 기무사 개혁의 주된 과제로 제시되었던 보안 업무 이관, 대공수사권 폐지, 민간 관련 정보 수집의 원천 차단, 장병 동향 관찰권 폐지, 정책 기능 폐지 등 어느 하나도 반영되어 있지 않다. 단지 민간인 사찰을 금지하고 직무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조문에 추가했을 뿐이다. 기무사는 본래 법령의 모호성과 조문의 미비를 악용하여 각종 불법행위를 저질러왔다. 직무 범위나 내용, 구조가 변한 것이 없는데 선언적 조문을 몇 개 추가한다고 기무사가 개혁되리라 믿는다면 이는 매우 순진한 발상이다. 이대로 새 사령부령이 통과될 시 기무사 개혁은 물 건너 갈 것이 분명하다.
새 사령부령이 이와 같이 엉터리로 마련된 것은 <창설지원단> 소속 기무사 요원들이 기안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체 수준의 강도 높은 재편을 요구하였음에도 기무사가 누려온 초법적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교묘하게 국민을 기만하려 든 것이다. 기무사의 정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새 사령부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의견을 행정절차법 상 ‘특별한 사정이 없을 시 40일 이상 의견 수렴’이라는 규정도 무시한 채 단 4일 간 졸속으로 수렴한 후 8월 14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에 우리 시민사회는 새 사령부령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정부가 9일까지 접수된 반대의견을 반영하여 입법안을 폐기하고 원점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아울러 우리 시민사회는 기무사 해체 이후 조직 창설에 대한 입장을 아래와 같이 밝히며, 기무사 개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공청회 등 투명한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칠 것을 촉구한다. 그렇지 않고 기무사 요원들이 밀실에서 만든 입법안 의결을 강행한다면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기무사 해체 이후 조직 창설에 대한 시민사회의 입장
1. 관련 조직은 방첩 임무만을 담당해야 한다. 보안, 군 관련 정보 수집이나 처리, 군 인사 감찰, 각종 정책 지원 기능은 폐지하고 다른 기관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2. 대공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 정보 수집과 대공수사권을 한 기관이 두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조정한 후 이에 준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불법 행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조직 외부에 감시구조를 두어야 한다. 직무 외 임무 수행이나 직무를 통해 지득한 정보를 목적 외로 제공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4. 불법적인 직무 수행 지시에 대한 거부를 의무화하여야 한다.
5.‘군사안보지원사령부’와 같은 모호한 명칭이 아닌 방첩 기능만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명칭을 사용하여야 한다. 명칭의 모호성은 불법행위의 단초가 될 수 있다.
6. 인적 청산은 성역 없이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이 언급한 3대 불법행위에 관련된 자는 주된 가담자, 단순 가담자에 대한 구분 없이 일괄적으로 원대 복귀시키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7. 기무사 개혁 전반에서 기무사 요원들의 참여를 원천 배제해야 한다. <창설지원단>을 즉각 해체하고, <창설준비단> 역시 재구성해야 한다.
2018. 8. 10.
군인권센터 /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 참여연대 / 한국진보연대 /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 기무사 셀프개혁 정황 브리핑 ]
새 사령부 구성 과정에서의 기무사‘셀프개혁’정황
기무사 해편 작업에 기존 기무사 요원들이 개입하여 셀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정황이 확인되었다.
기무사 해체와 새 사령부 창설 업무를 맡은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창설준비단>은 단장인 남영신 신임 기무사령관을 포함하여 총 2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21명 중 기무사 소속은 조직편제팀장인 조OO 대령 1명 뿐이다. 문제는 창설준비단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남 사령관이 기무사 내부에 별도로 꾸린 <창설지원단>이다. <창설지원단>은 100% 기무사 요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산하에는 <부대창설지원TF>를 두어 새 사령부 창설 기획 업무를 맡기고, <인원선발위원회>를 두어 기무사 요원들 중 새 사령부에 잔류할 인원을 선발하는 업무를 맡겼다. 이들은 수면 아래에서 활동하며 <창설준비단>에 소속된 기무사 대령을 통해 본인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고 있다. <창설준비단> 역시 기무사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다는 이유로 이들의 말을 신뢰하고 조직 개편 작업에 적극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적폐의 온상이자 개혁의 대상인 기무사에게 조직 개편과 인적 청산을 모두 맡긴 셈이다.
<창설지원단>은 70명 가량의 중~대령급 장교로 구성되어있으며 단장은 現 103기무부대장인 전OO 준장이다. 70명은 대부분 조현천 前 사령관 재임 당시 진급한 자들이다. 전 준장은 2015년에 임기제 장군으로 진급한 사람으로 새 사령부 설치 후 참모장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계엄령 문건 작성자인 소강원과는 대위 때부터 동고동락한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장군 진급 시에도 당시 조현천 前 사령관의 비서실장이었던 소강원이 적극 추천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 선배들을 제치고 2년 먼저 진급하였고, 임기가 만료된 2017년에는 임기를 다시 2년 연장하는 특혜도 받았다. 실례로 이석구 前 사령관이 7.10 원격화상회의(VTC)를 주재할 때, 전 준장은 “우리 부대원들이 아무 것도 모릅니다. 소강원 장군이 뭘 잘못 했는지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하는 것 아닙니까? 부대원들이 외부에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구명 발언을 하였는데 당시 이 사령관이 “그런 식으로 하지 말라.”라고 제지한 일도 있었다. 당시 소강원은 사령관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를 잡고“저는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습니다. 결백합니다. 각 종 조사에서 결백함을 소명하겠습니다. 위에서 지시한 것뿐이지 다른 저의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고 한다.
산하 <부대창설지원TF>에는 기획총괄, 임무조직, 예산군수, 인사행정, 법규정비의 5개 부서가 있다. <창설준비단>에 설치된 기획총괄, 조직편제, 인사관리, 법무의 4개 부서에 대응하는 부서를 다 갖추고 있어 사실 상의 새 사령부 창설을 TF가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창설준비단>에 조직 편성, 기능 재정립 등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올리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령」 작성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사령부령의 입법예고안이 8월 1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창설준비단>이 발표한 2,100명(병사 제외 1,500명) 수준으로의 인원 감축안 역시 TF에서 만든 안이다. TF장은 現 7처장(기획관리처)인 양OO 준장이다. 5개 부서의 장은 대령이 맡는다. TF장들은 대부분 조현천 前 사령관의 신임을 받던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산하 <인원선발위원회>는 전OO 준장이 위원장을 겸하며 8월 14일 사령부령 국무회의 의결 이후 운영될 예정이다. 당초 기무사 요원들은 전원 원대복귀 후 3대 불법행위 가담자들을 제외한 이들 중 일부만 엄선하여 새 사령부에 참여시키기로 되어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사선발위원회>가 미리 자체적으로 잔류인원 1,500명을 선발하고, 이들을 8월 20일에 서류상으로만 원대복귀 시킨 뒤 다시 새 사령부에 배치하는 꼼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무사 내부에 3대 불법행위에 가담한 사람들을 ‘단순가담자’로 감싸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조직원 간에도 서로 원대복귀를 피하기 위해 각자 알고 있는 기밀과 첩보를 무기 삼아 버티고 있다는 제보도 잇따르는 가운데 불법행위의 온상인 조현천 前 사령관의 손발로 구성된 <인사선발위원회>가 마음대로 잔류 인원을 선발하려는 것이다.
기무사 개혁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조직 개편과 인적 청산을 청산 대상인 기무사 요원들이 도맡아 진행한다면 개혁은 간판 바꾸기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개혁 전반에서 기무사 요원들의 참여를 원천 배제해야 한다. <창설지원단>을 즉각 해체하고, <창설준비단> 역시 재구성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