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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 환자 후송 따라간 가해자 중대장, 의료인에게 상황 축소 진술 의혹

작성일: 2024-06-12조회: 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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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009937-04-013577 [예금주: 군인권센터] 

※ 위 모금은 전액 피해자 법률대리인 선임 등 법률지원에 사용되며 서울시에 모금결과와 사용내역이 보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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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환자 후송 따라간 가해자 중대장, 의료인에게 상황 축소 진술 의혹

- 사인은 패혈성쇼크에 따른 다발성장기부전, 원인은 열사병… 신교대 의무실 진료기록 없어 -

군인권센터는 육군 제12사단 A 훈련병 사망 사건 유가족과 함께 고인의 의무기록을 확보하여 정확한 사인과 사건 경위를 확인했다. 유가족의 동의에 따라 현재까지 확보된 사실관계와 기록을 통하여 파악된 사건 경위와 문제점을 공개한다.

1. 사건 경위

취침시간에 말을 했다는 이유로 2024.5.23. 16:30부터 타 훈련병 5명과 함께 완전 군장을 맨 채로 선착순 뛰기, 팔굽혀 펴기, 구보 등 규정을 위반한 얼차려를 받던 A 훈련병은 구보 중이던 17:20 경에 쓰러졌다. 군사경찰이 유가족에게 설명한 바에 따르면 얼차려 현장에는 중대장, 부중대장, 조교 3명이 있었고 A 훈련병이 쓰러지자 어디선가 의무병이 달려와 맥박을 체크하였는데, 이를 본 중대장이 ‘일어나, 너 때문에 애들(얼차려를 받던 다른 훈련병들)이 못 가고 있잖아’라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한다. 계속 A 훈련병이 일어나지 못하자 조교 중 한 명이 열사병 키트로 추정되는 것을 처치하였으나 차도가 없었고, 결국 부축하여 신병교육대대 의무실로 데려갔다.

강릉아산병원 의무기록에 따르면 최초 신교대 의무실 방문 당시에는 의식이 기면(drowsy) 상태였고, 열은 40도가 넘었다. 이후 군 구급차를 이용해 후송이 시작되었고, 군의관이 동승하였으며, 잠시 의식이 돌아왔으나 속초의료원 이송 중에 다시 기면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속초의료원에 도착한 뒤 중대장이 A 훈련병 어머니에게 전화로 말한 바에 따르면 A 훈련병이 후송 중 의식을 찾았을 때 했던 말은 ‘본인 이름, 몸에서 불편한 점, 그리고 ‘죄송하다’’는 말이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사건 발생 이후 부대 관계자가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 시간은 17:54이며 전화를 건 사람은 소대장이다. 소대장 말에 따르면 소대장은 얼차려 현장에 없었다고 한다. 통화에서는 ‘군기훈련 중 맥박과 호흡곤란이 왔는데 산소포화도와 맥박은 정상으로 돌아왔으나 의식이 없다’는 점을 알리며 인근 병원으로 후송 중이라고 말했다. 시간 상 후송이 시작된 직후에 연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속초의료원에 도착한 시간은 18:49 경 이며, 이 때의 체온은 41.3도로 열사병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어 18:52 부대 간부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맥박이 떨어지고 있어 의사가 부모님이 오셔야 한다고 말했다’는 말을 전했다. 어머니는 19:05, 19:08에 부대 간부에게 전화로 상급병원으로의 후송을 요구했고, 부대 간부도 의사와 상의하고 19:18을 전후로 상급부대에 이를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속초의료원에서는 여러 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전원 여부를 판단하자고 한 것으로 파악되며, 이에 따라 19:29 속초의료원 의사가 중대장 전화를 통해 직접 어머니에게 전화하여 ‘호흡수가 빠르고 고열, 의식저하가 일어나고 있다’ 설명하며 피검사, CT검사 결과 정리되는 대로 가까운 상급병원인 강릉아산병원으로 전원하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19:45에 전원이 결정되었으며, 19:47 강릉아산병원에 전원을 문의하였으나 20:10 수용이 어렵다는 답을 받았고, 20:14 원주 세브란스 병원으로 전원을 문의했으나 마찬가지로 수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20:19에 다시 강릉아산병원으로 재전원을 문의하여 수용되었고, 20:30에 군 구급차에 탑승해 준비를 마친 뒤 20:50 경 강릉아산병원으로 출발했다.

이어 21:37 강릉아산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으며, 이 시기 혈압이 이미 57/34mmHg, 열이 39.6도로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다음 날인 5.24. 01:32에 중환자실로 입원하였으며 03:30 혈액투석을 시작하였으나 상태가 쉽게 호전되지 않았고, 5. 25. 15:00에 사망하였다. 직접사인은 다발성장기부전을 동반한 패혈성쇼크이며, 원인은 열사병이다.

군사경찰에 따르면 A 훈련병이 받았던 얼차려는 규정에 어긋날 뿐 아니라, 실시 전 건강 상태 문진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본인 확인서를 받는 절차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응급의학전문의 자문에 의하면 의무기록상 건강 상태가 매우 급격히 나빠지는 양상을 보이는데, 상당히 가혹한 수준으로 얼차려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2. 가해자 후송 선탑 문제

새롭게 파악된 중요한 사실은 가혹행위의 결과로 후송되는 과정에서 구급차 선탑자(군 차량은 운전병이 운전하고 간부가 조수석에 앉아 ‘선탑자’ 역할을 수행한다)가 가해자인 중대장이었다는 점이다. 중대장은 얼차려 현장에 있던 최상급자로서 A 훈련병이 쓰러진 뒤 사건 발생 전후 상황을 군의관, 속초의료원 등 의료인과 주변 간부들에게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속초의료원에서는 A훈련병 곁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가혹행위 가해자가 구급차 선탑자 역할을 수행하거나 환자 인솔을 맡을 경우 자기 방어 기제로 인해 사건 발생 전후의 상황을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의료인의 판단에 혼선을 주거나 정확한 판단을 지연시키는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2014년 육군 28사단 윤승주 일병 구타, 가혹행위 사망 사건(윤 일병 사건)때에도 의무병이었던 가해자들이 구타를 당하다 쓰러진 윤 일병을 구급차에 싣고 연천의료원으로 후송하여 ‘냉동만두를 먹다가 기도가 막혀서 쓰러졌다’고 거짓말 한 전례가 있다.

따라서 경찰은 최초로 사건 발생 당시 상황을 12사단 신교대 군의관, 간부, 속초의료원 의사 등에게 진술한 사람이 중대장이 맞는지, 맞다면 중대장이 완전군장 하 50분 동안 선착순 달리기, 팔굽혀펴기, 구보 등 가혹한 얼차려를 강제했다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진술하였는지 면밀히 수사해야 한다. 

참고로 5.23. 17:54 소대장이 어머니에게 처음 전화했을 때 사건 발생 당시 상황을 ‘완전군장 매고 연병장 4~5바퀴 도는 건데 3바퀴 도는 도중에 신체적으로 힘들었는지 반응이 와서 후송 중이다’라고 묘사하였으며, 속초의료원 간호기록지 최초 기재 사항은 ‘군대에서 뛰던 중 쓰러지면서 환자 확인 후 열 40도 이상이여서 군 앰뷸란스 타고 내원함’이다. 소대장은 얼차려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로부터 들은 말을 어머니에게 전달하는 입장이었고, 속초의료원 기록 상에는 최초 기재 후 사건 전후 상황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장 상황을 최초로 전달한 사람은 ‘완전군장을 매고 연병장을 돌다가 쓰러졌다’ 정도로만 상황을 축소하여 설명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건 발생 상황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두 차례의 응급 후송 후 강릉아산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한 5.24. 02:07에 이르러서야 작성된 강릉아산병원 입원 기록에 나타난다. 그마저도 ‘부대 진술상 4시 반경부터 야외 활동 50분 가량 했다고 진술, 완전군장 중이였다고 함.’이라 적혀 있을 뿐이다. 

사건 발생 초기에 이뤄진 전후 상황에 대한 부실한 설명이 실제 의료 처치에 미친 영향과는 별개로, 얼마든지 상황을 축소해서 보고할 수 있는 우려가 있는 사람을 환자 보호자 역할을 수행할 선탑자로 보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문제다. 

3. 12사단 신병교육대 의무실 의무기록 부존재

유가족은 6. 11. 오후 군병원을 찾아 12사단 신병교육대 의무실 의무기록사본 발급을 신청했다. A 훈련병이 쓰러진 뒤 최초로 방문했던 신교대 의무실에서 어떤 조치가 진행되었으며, 방문 당시의 상황과 후송 결정 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각급 군 의료시설 의무기록은 전산 등록되기 때문에 이용한 시설에 관계없이 전국 모든 군병원에 방문하여 발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해당 군병원에서는 A훈련병과 관련한 어떠한 의무기록도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군사경찰이 유가족에게 설명한대로 A 훈련병이 쓰러진 후 의무실부터 간 것이 사실이고, 5.28.에 육군 공보과장이 언론 브리핑에서 밝힌 바처럼 군의관이 응급구조사와 수액, 체온 조절을 위한 응급조치를 진행했고, 응급의료종합상황센터와 연계해서 환자 상태, 이송 수단 등을 고려하여 긴급 후송한 것도 사실이라면 전산상에 의무기록이 존재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도 기록이 없다는 건 명백히 관계 법령을 위반한 행위다. (<군 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18조. 진료기록부의 작성)

이 점에 대해서도 수사를 통해 사건 초기 상황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4. 결론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의 본질은 명백한 ‘가혹행위 사망 사건’이다. 그간 제기된 의혹들이 확보된 의무기록과 군사경찰이 유가족에게 설명한 내용을 통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가해자 중대장을 환자 후송 선탑자로 지정하고, 신교대 의무실 의무기록이 부존재하는 등 부대 측의 초동 조치 문제점도 확인된다.

문제는 변사사건을 수사 한 군과 군으로부터 기록을 이첩 받아 사망원인범죄를 수사 중인 강원경찰청은 의무기록도 확보했고 여타 정황 역시 이미 대부분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가해자들을 계속 방치해두다가 사건 발생으로부터 18일이 지난 6.10.이 되어서야 입건했다는 점이다. 경찰은 조속한 입건 대신 ‘같이 얼차려를 받던 훈련병들이 중간에 중대장에게 사망한 A 훈련병 상태를 보고한 적이 없다’며 사건의 본질과 전혀 관련이 없을 뿐더러 전후 맥락도 소거된 내용을 언론에 흘리며 마치 가해자들에게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했다. 

강원경찰청은 2022년 11월에 발생한 육군 12사단 고 김상현 이병 사망 사건 때에도 선임병들의 가혹한 암기 강요와 관련해서도 김 이병이 선임병들의 강요로 작성한 실수노트에 선임병들이 하트를 그려주었다는 황당한 이유로 일부 혐의를 불송치 처리 하는 등 사망원인범죄 관할 이전 이후 반복적으로 가해자 봐주기 수사를 펼쳐왔다. 같은 부대에서 입대한지 얼마 안 된 병사가 사망하는 일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이를 수사해야 할 관할 경찰청이 반복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수사 행태를 보이고 있다. 우연의 일치라 보기 어렵다. 

군인권센터는 유가족을 지원하며 향후 수사과정을 면밀히 살피는 한편, 계속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하여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가리려는 모든 시도에 엄중히 대응할 것이다. 이미 확보된 사실관계 만으로도 중대장, 부중대장 등 가해자들은 A 훈련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로, 즉시 구속 수사해야 한다. 강원경찰청은 언론플레이를 중단하고 강제 수사부터 돌입하라. 

2024. 6. 12.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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