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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입장문] 공공성 포기한 군 급식 개악안, 국방부 거수기를 거부합니다

작성일: 2021-10-12조회: 939

[입장문]

공공성 포기한 군 급식 개악안, 국방부 거수기를 거부합니다.

- 국방부 민·관·군 합동위원회 3분과 위원 4인 사퇴 입장문 -

 

 부실급식 사태, 공군 故 이예람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 등 연이은 군의 난맥상을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설치된 국방부 민·관·군 합동위원회(이하 ‘합동위’) 해단 및 최종 권고안 발표가 내일, 10월 13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장병생활여건개선분과(3분과) 길청순, 김형남, 장홍석 외 1인 등 4명의 위원은 4개월의 활동을 뒤로하고 합동위 위원직을 사퇴합니다. 장병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위험천만한 실험을 시작하려는 국방부의 군 급식 개악안에 동의할 수 없고, 이를 정당화하는 10월 8일 자 합동위의 최종 권고안에 분명한 반대의 뜻을 전합니다.

 

 단체 급식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급식 운영 주체가 양질의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조달 체계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다른 하나는 건강한 식사를 맛있게 조리하여 안전하게 배식할 수 있는 급식 운영 시스템을 갖추는 일입니다. 현재의 군대 급식은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농·수·축협 군납조합과 계약을 체결, 계약 생산 원칙에 따라 식재료를 조달해왔습니다. 그러나 일부 군납조합은 아직도 국방부와 농어민 사이에서 불법납품업자를 끼고 편의에 따라 공급을 주관하며 장병들에게는 천편일률적인 낡은 식단을, 농어민에게는 희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달 받은 식재료는 대부분 사회에서 칼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조리병들의 손에 넘겨집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혹사당하며 열악하고 안전하지 않은 조리 환경에서 삼시세끼를 만들어내는 조리병은 병사들 사이에선 기피 보직이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밥을 먹는 병사들은 맛이 없고 메뉴가 단조롭다며 불만이 높습니다. 악순환의 반복입니다.

 

 지금까지 군 급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최근 발표된 군 급식 개선 대책 중 조리병 부담 경감을 위해 전처리 식재료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 병사들의 만족도를 제고하기 위해 축산물을 마리별로 계약하지 않고 부위별로 계약하는 방안은 연원이 오래된 요구사항이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 중 하나입니다. 낡은 조달 체계의 근본적 개선이 추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조달 체계 개선이 군 급식 문제 전반을 해결하기 위한 주요 과제의 우선순위에 놓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따라서 군 급식의 근본적 개선은 급식 운영의 주체인 국방부가 직접 안정적으로 양질의 식재료를 조달 받을 수 있는 공공조달체계를 설계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합동위가 출범한 6월 말부터 국방부는 ‘식재료 경쟁조달’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고집을 꺾지 않아왔습니다. 군납조합의 독점을 풀고 기업 등에게 문을 열고 경쟁을 붙이면 모든 문제가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고 합니다. 군납조합이 잘못했으니 식재료납품업체에 맡기면 잘 할 것이라는 안이하고 무책임한 발상입니다. 국방부의 계획대로라면 장래의 군대 급식은 대기업 식재료납품업체가 잠식하게 될 것입니다. 국방부는 누구든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곳들은 대기업 식재료납품업체가 될 것이 자명합니다.

 

 이와 동시에 국방부는 ‘국방부 급식 방침’에 따라 군단 급 급양대가 책임져 온 식재료 조달과 식단 운영을 사단급 부대장 책임으로 변경하기로 하였습니다. 장병의 요구를 잘 반영하기 위해 식단 편성을 사단 급 부대에서 하는 것으로 바꾸고, 영양관리군무원을 사단마다 한 명씩 배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식재료 조달 역시 기존과 달리 사단 별로 알아서 해야 합니다. 앞으로 개별 사단마다 업체나 조합을 선정해 계약을 맺고, 식재료를 조달 받아 식단을 운영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단장 인사고과에 급식 운영 평가를 넣어 사단장들끼리도 경쟁을 붙이겠다는 계획도 준비되어있습니다. 여건을 갖추어주지 않고 개별 지휘관의 개인기에 기대어 급식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방부의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계획대로 조달 단위를 바꾸면 식수 인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군은 가격 협상에서 불리해집니다. 전처리, 완제품 등 식재료 가격 인상 요인이 추가된 상황에서 가격 협상에서도 불리해지니 당연히 식재료 단가가 급격히 올라가게 됩니다. 급식비 올려놓고 대기업 배만 불려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입니다. 한정된 급식비 속에서 이윤 창출이 목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식재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냉동품, 수입산 사용 증가로 귀결됩니다. 가까이로는 시범사업 대상 부대로 대기업 식재료업체가 납품을 실시하고 있는 육군 1사단 사례가 이를 방증하고 있고, 멀리로는 10여 년 전 학교급식의 사례가 뼈아픈 교훈으로 전해집니다. 학교급식은 경쟁조달 하에서 발생한 수차례의 급식 사고 이후 공공조달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바 있습니다.

 

 이에 위원들은 경쟁조달에 경도된 국방부의 태도에 우려를 전하며, 국방부가 컨트롤타워가 되는 공공조달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수도 없이 반복하여 전달해왔습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쇠귀에 경 읽기’나 다름없었습니다. 심지어 국방부 관계자들은 조달에 대한 기본적 개념도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회의록마다 오류가 즐비한데, 잘못된 이해를 바로잡기 위한 전문가들의 지적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습니다.

 

 최종 권고안에 담긴 조달 체계 개편 관련 내용은 보고 있기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다양한 공급자가 조달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며 예시로 농·축·수협, 식자재전문업체에 더하여 생산자단체, 학교(공공)급식센터를 기재해두었습니다. 학교급식센터는 학교급식 공공조달체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이지, 공급자가 아닙니다. 생산자단체는 농축수산물 생산자의 집단일 뿐이지 유통까지 맡아 진행할 수 있는 조달체계 상의 단독 공급자가 될 수 없습니다. 모두 회의 과정에서 지적한 오류이지만 수정되지 않았습니다. 식재료 조달에 대한 국방부의 몰이해와, 독선적 위원회 운영의 단면을 보여주는 난센스입니다.

 

 국방부 관계자들이 분과회의 과정에서 보인 태도는 가관도 아니었습니다. ‘국방부는 소비자인데 왜 조달체계를 구축해야 하냐’는 식의 황당한 질문은 예사였습니다. 공공조달이 무엇인지 이해도 못하면서, 덮어놓고 반대만 합니다. 공공조달체계를 주장하는 위원들에게 ‘공급자들의 이해관계만 대변하고 장병들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궤변으로 인신공격을 일삼는가하면, 발언을 하고 있으면 같이 발언을 하며 말을 막아 토론을 방해한 적도 있었습니다. 위원들이 국방부가 제출한 안에 이견을 제시하자 ‘그렇게 싫으면 부결시키면 된다.’며 위원회의 권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말을 대놓고 던진 국방부 공무원도 있었습니다. 합동위에 제출하여 검토도 끝나지 않은 회의안을 외부 토론회에 그대로 갖고 나가 국방부 계획이라며 발제하기도 하였습니다.

 

 국방부가 애초에 어떤 의도로 갖고 합동위를 구성하였는지 의문스러웠습니다. 국방부가 제시한 안에 군말 없이 거수기로 행세하며 명분이나 실어주길 바랐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소모적이고 파행적인 회의가 반복되자 9월부터는 다수의 민간 위원들이 회의에 아예 나오지 않아 정족수를 간신히 맞추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우리 위원들 역시 활동에 회의감을 느꼈지만 섣부른 국방부의 경쟁조달 실험의 후과가 고스란히 장병들의 건강과 직결될 것이기에 끝까지 목소리 내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위원들은 국방부의 완강한 저항 속에 공공조달체계 구축을 합동위 권고안으로 관철시키지 못했습니다. 조달 체계 관련 합동위 최종 권고안은 ‘장병의 건강과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양질의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도록, 식재료 구매 및 유통체계를 연구, 검토’입니다. ‘국방부가 하고 싶은 대로 조달 체계를 연구하여 적용하시오.’나 다름없는 무의미한 문구입니다. 이 문구에 공공성, 또는 공공조달이라는 단어를 포함시키고자 했으나 국방부의 끈질긴 반대로 좌초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수개월 간 조달 체계를 두고 격론을 벌였지만, 있으나마나 한 초라한 권고안을 내게 된 셈입니다. 두리뭉실한 권고안은 향후 국방부가 추진하는 조달 체계 개편의 방패막이요, 장차 발생할 문제 상황의 알리바이로 기능하게 될 것입니다.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합동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미 1, 2, 4분과에서 16명의 민간위원들이 사퇴한 바 있습니다. 오늘 사퇴하는 인원까지 합치면 총 20명입니다. 다루는 의제는 다르나, 이유는 같았습니다. 국방부의 연이은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대통령의 지시로 출범한 기구임에도, 국방부가 합동위의 권고를 귀담아 들을 생각이 없고, 필요한 의견만 취사선택하려하며, 심지어는 회의 결과를 왜곡 보고하기까지 했기 때문입니다. 서욱 국방부장관이 합동위 공동위원장임에도, 국방부는 조직적으로 합동위의 활동을 형해화시켜왔습니다. 장관 이하 국방부는 애초부터 개혁의 의지가 없었던 것입니다. 3분과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엉망이 된 권고안을 놓고 보니 4개월의 지난 시간이 허탈할 따름입니다. 국방부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면 매 회의 때마다 국민 세금으로 수천만 원의 회의비를 낭비할 까닭이 없었습니다.

 

 부실급식 문제로 1년 가까이 국민적 비난을 듣고 있는 국방부는 식재료 조달을 대기업에 넘기고, 운영 책임은 사단급 부대로 떠넘겨 부담스러운 급식 이슈로부터 벗어나려 합니다. 식재료에 문제가 생기면 기업을 갈아치우고, 운영에 문제가 생기면 사단장 진급에 반영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제 발생으로 인한 피해는 모두 장병들의 몫이 됩니다. 이런 무책임한 개편안으로 군대 급식이 망가지는 일을 결코 좌시할 수 없습니다. 장병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 잡은 허울 좋은 합동위 권고안에 서명하는 일을 단호히 거부합니다.

 

 국방부에 개혁을 맡겨둘 수 없습니다. 스스로 할 수 없다면 외부로부터의 수술이 불가피합니다. 우리 위원들은 합동위 위원직을 내려놓고, 바깥에서 군 급식의 바른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는 싸움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2021. 10. 12.

 

국방부 민·관·군 합동위원회 장병생활여건개선분과위원 4인 

길청순 (지역농업네트워크 서울경기제주협동조합 이사장)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장홍석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外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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