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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국방부 민·관·군 합동위원 6인 사퇴 입장문 - 더 이상 국방부에 개혁을 맡길 수 없습니다

작성일: 2021-08-25조회: 4601

더 이상 국방부에 개혁을 맡길 수 없습니다

- 국방부 민·관·군 합동위원 6인 사퇴 입장문 -

 국방부 민·관·군 합동위원회(이하 ‘위원회’) 위원 6명은 금일, 참담한 마음으로 위원직을 사퇴합니다.

 2021년 5월 21일, 공군에서 성추행 피해 여군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군이 피해자 보호와 사건 진상규명 과정에서 보여준 총체적 난맥상이 빚어낸 참사입니다. 성폭력, 인권침해 피해자가 침묵을 강요받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군대는 병든 군대입니다. 병든 군대의 어딘가에서 숨죽여 침묵하고 있거나,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을 장병들에게 희망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위원회는 이러한 뜻을 가진 여러 사람의 마음을 모아 출범했습니다. 

 군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낡은 제도를 바로잡기 위해 각계각층의 민간인 전문가들이 두 달간 매주 모여 각자의 영역에서 다양한 대안을 만들고, 이를 국방부에 제시했습니다. 현장과 괴리되지 않기 위해 일선 장병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왔습니다. 국방부를 비판하되 한편으로 협력하고 견인하며 개혁의 씨앗을 싹 틔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 기대를 접습니다. 국방부는 개혁의 주체가 될 의지가 없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군은 구태의연한 모습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첫째, 평시 군사법원 폐지에 관한 사항입니다. 위원회는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 등 일련의 성폭력, 인권침해 사건에서 군의 사법체계가 보여준 문제점에 주목하였습니다. 군 사법체계 개혁 논의는 30년이 넘는 역사적 연원을 갖는 만큼, 이번 기회에 반드시 실효적 개혁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군 사법제도 개선 분과(4분과)’는 오랜 숙의 끝에 ‘평시 군사법원 폐지’를 의안으로 오는 8월 25일 정기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의결하였습니다. 그러나 국방부는 8월 20일에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 4분과 논의 결과를 ‘평시 군사법원 폐지 시 우려 사항 검토, 국방부 입장 수렴 등 다양한 의견 논의’라 왜곡 보고하였습니다. 또한 8월 25일에 예정된 정기 전체회의 안건지에 따르면 국방부는 명시적으로 ‘평시 군사법원 폐지 반대’가 국방부의 의견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국방부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두 달간 진행된 「군사법원법」 개정 논의에서 평시 군사법원 폐지에 반대해왔습니다. 이처럼 위원회에서 진행된 논의 과정과 정면 배치되는 행보로 군사법체계 개혁에 제동을 거는 국방부의 모습을 보며 위원회의 존재 의미를 되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둘째, 군인권보호관 설치에 관한 사항입니다. 위원회는 출범과 동시에 ‘군인권보호관’ 설치를 우선 논의 안건으로 삼기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첫 의결 안건으로 ‘군인권보호관 제도 도입 요청과 그 구성원칙 결의안’을 의결한 바 있습니다. 군인권보호관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42조에 근거하여 2015년 국회의 결의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에 설치하기로 한 바 있으나, 입법 공백으로 설치되지 않은 옴부즈만 제도입니다. 위원회는 군인권보호관이 군부대 불시방문조사권, 관할사건에 대한 포괄적인 직접조사권 및 정보접근권, 긴급구제조치 권고권 등 실효적 권한을 보장받는 가운데 조속히 설치될 수 있도록 국방부가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그러나 국방부는 국회의 입법 논의 과정에서 위원회의 권고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권고에 명시된 실효적 권한들이 대부분 빠진 법안에 편승하는 기만적인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셋째, 연이어 발생하는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에 관한 사항입니다.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에 이어 지난 8월 12일, 해군에서 또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위원회 활동 중에 재차 피해자가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마주하며 무력감을 느낀 위원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죽음의 행렬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34명의 위원이 연명하여 긴급 전체회의 소집을 요청하였고, 갑자기 잡힌 일정임에도 다수의 위원이 8월 18일 회의에 참석하였습니다. 위원들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배경을 파악하여 제도·정책적 보완 지점을 찾아내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공동위원장인 국방부장관과 출석을 요구 받은 해군참모총장, 피해자 소속부대장, 수사책임자 등은 별다른 설명도 없이 출석을 하지 않았고, 그나마 출석한 해군참모차장, 해군 인사참모부장, 해군 양성평등센터장은 ‘수사 중인 사안’이란 이유로 대부분의 질문을 회피하였습니다. 연이어 두 사람의 피해자가 세상을 떠났음에도 여전히 폐쇄적이고 방어적인 모습으로 사건을 대하는 국방부의 태도를 접하며 위원회를 통한 개혁에 깊은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위원회는 민간의 지혜를 모아 군의 문제를 풀어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긴급한 지시로 만들어졌습니다. 국방부가 대통령의 의지에 충실히 따랐다면 위원회는 군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유의미한 플랫폼이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방부는 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며 위원들을 들러리로 전락시켰고, 개혁을 방해했습니다. 이에 유감을 표합니다.

 두 달간의 위원회 활동을 통해 군이 스스로를 개혁 할 수 없다는 명제를 다시 통감합니다. 평시 군사법원 폐지, 실효적 군인권보호관 설치 등은 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외부로부터의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국회는 두 개혁 과제가 의미하는 바를 명심해야 합니다. 국방부와의 타협 속에 추진되고 있는 반쪽짜리 군사법개혁에 깊은 우려를 전합니다. 국회는 무엇이 죽음의 행렬을 멈추고, 군의 인권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인지 헤아려야 합니다.

 국방부는 개혁의 주체가 아닌 개혁의 대상입니다. 여전히 국군 장병의 생명과 인권에 무감한 군 수뇌부는 조직 보위와 자기 보신에만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금일 사퇴하는 위원들은 군을 개혁하고, 장병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더 나은 길을 모색해 나갈 것입니다. 

2021. 8. 25.

국방부 민·관·군 합동위원회 위원 6인

강태경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4분과)

김주원 (육군훈련소대신전해드립니다 운영자, 1분과)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 2분과)

성창익 (법무법인(유) 지평 변호사, 4분과)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1분과)

外 1인 (변호사, 4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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