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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어차피 죽었을 것”이라며 10분만에 마친 홍정기 일병 순직 심사

작성일: 2021-09-30조회: 3067

※ 조선일보, TV조선 등 계열언론사, 채널A, 아시아경제, 세계일보의 본 보도자료 인용을 불허합니다.

[보도자료]

참고: 군 인권침해나 군 복무에 따라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과 그 가족분들께서는 군인권센터가 시행하는 #심리상담 <#마음결 프로그램>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안내문: https://mhrk.org/notice/view?id=3002). 

“어차피 죽었을 것”이라며 10분만에 마친 홍정기 일병 순직 심사

-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권고 무시하고 졸속 심사 -

□ 2016년 군 복무 중 급성 골수성 백혈병 발병에 따른 합병증(뇌출혈)으로 사망하였던 故 홍정기 일병에 대한 국방부의 순직유형 재심사가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유형 변경 권고에도 불구하고 10분도 걸리지 않아 졸속으로 기각된 사실이 유가족의 정보공개청구에 따라 확인되었다.

□ 2016년 당시 홍 일병은 몸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멍이 들고, 구토하는 등 전형적 급성 백혈병 증상을 호소했으나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병명도 모른 채 뇌출혈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홍 일병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건 환자가 의식을 잃은 뒤에야 확인되었다.

(참고 : ‘5년 째 故 홍정기 일병을 모욕하는 국방부 - 순직 유형 변경 기각 관련’, 2021.06.17. 군인권센터 보도자료, www.mhrk.org/notice/press-view?id=3159) 

□ 당시 홍 일병은 2주간 6차례나 군의관을 찾았으나 군의관은 피부병 운운하며 혈액검사 한 번을 하지 않았고, 상급병원에도 보내지 않았다. 증세가 이상하여 민간 내과 의원에 방문하였을 때 의사가 혈액암이 의심되니 즉시 혈액내과를 방문하라는 소견을 받았으나, 이 때에도 부대 지휘관, 군의관 등은 응급 상황이 아니라 판단하여 이틀 뒤에나 국군춘천병원에 외진을 보냈다. 국군춘천병원에 당도했을 때는 이미 혼미한 상태였고, 인근 민간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이튿날 사망했다. 

□ 급성 백혈병은 간단한 혈액검사로도 충분히 진단할 수 있는 병이다. 치료 성공률이 높지는 않으나, 불치병도 아니다. 적절한 항암제 치료와 골수이식을 받을 경우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35%에 이르고, 특히 홍 일병과 같은 20대는 치료 효과가 좋아 생존 확률이 60%를 넘는다. 특성 상 환자가 비교적 발병 초기에 이상 증세를 인지할 수 있기에 적시에 진단과 치료만 받을 수 있었다면 홍 일병이 한달만에 아급성 뇌출혈 합병증으로 사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것이 전문의들의 판단이다.

□ 종합해보면 국방부는 홍 일병의 사망을 살필 때 군 복무와 백혈병 발병의 상관관계를 따지는 데 더하여, 자기가 무슨 병에 걸린 줄도 모르고 치료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채 사망하게 된 경과에 부대 요인과 책임이 없는지도 따져보았어야 한다. 특히 영외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병사인 홍 일병이 제때 외진을 받으러 가지 못한 것은 당시 부대가 사단작계시행훈련(전면전FTX)을 실시하고 있어 간부들이 외진을 보낼 여력이 충분치 않았었기 때문이라는 점, 홍 일병도 아픈 몸을 이끌고 부대 잔류 병력으로 훈련 업무에 참여하고 있었다는 점 등도 충분히 고려되었어야 한다.

□ 그러나 2016년 사망 당시 육군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홍 일병의 사망이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 악화되어 사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순직Ⅱ형이 아닌 순직Ⅲ형으로 결정하였다.

□ 유가족은 홍 일병의 사망이 직무수행, 교육훈련이 원인이 되어 발생, 악화되어 사망하지 않았다는 육군의 판단은 홍 일병에 대한 의료과실, 지휘책임 등을 면피하고자 하는 꼼수라 판단하여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였고, 위원회는 오랜 조사와 관련 전문가, 의료인 등의 자문을 청취하여 2020. 9. 21. 자로 홍 일병이 직무수행, 교육훈련이 직접적 원인이 되어 질병이 악화 되어 사망하였다고 결정하였다. 

□ 유가족은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결정을 근거로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 순직 유형 재심의를 요청하였으나,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2021. 3. 26. 자로 기각되었다. 그런데 당시 회의록을 보면 국방부 중앙전공심사위원들은 사안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졸속으로 5~10분 만에 재심의 요청을 기각시킨 것으로 나타난다.

□ 위원들은 짧은 시간동안 백혈병이 군 복무 때문에 생긴 것이라 볼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발병 이후 한달 만에 사망한 것을 보면 어차피 사회에 있었어도 오래 살지 못하였을 것이란 황당한 발언을 이어갔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들이 그동안 모두 순직Ⅲ형이었기 때문에 홍 일병도 그렇게 처리해야 한다는 위원도 있었다. 

□ 제 때 치료를 받았으면 오래 살았을지, 오래 살지 못했을지를 위원들이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어차피 죽을 사람’이었기 때문에 군에 진료 지연의 책임이 없다는 말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치료 한 번 못해보고 사랑하는 자식을 떠나보낸 유가족의 애끓는 마음에 다시 대못을 친 셈이다.

□ 백혈병 진단을 받고 치료 중에 사망한 것과, 부대 요인으로 제대로 진료 받지 못해 백혈병인 줄도 모르고 치료도 받아보지 못한 채 사망한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역시 이 점을 결정문에서 분명히 짚은 바 있다. 그러나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이러한 점은 일언반구 검토도 하지 않고 졸속으로 기각을 결정한 것이다. 

□ 국방부 및 각 군에 설치된 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위원 명단이 비공개되어있고, 2020년 이전까지는 관련 규정이 없어 회의록도 안 만들었다고 한다. 누가, 어떻게 심의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 것이다. 그 결과가 졸속으로 의사봉을 두들긴 홍정기 일병 순직 유형 재심의 건으로 명백히 드러났다. 

□ 투명한 운영 속에 국방부 및 각 군 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나라를 위한 죽음에 제멋대로 등급을 매기며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위원회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위원 명단을 공개하는 한편, 불필요한 순직 1, 2, 3형 유형 구분을 폐지하고 ‘순직’으로 통합해야 할 것이다.  

□ 또한, 졸속으로 처리 된 재심의 결과를 철회하고, 홍정기 일병의 순직 유형을 3형에서 2형으로 변경해야 할 것이다.

[ 별첨 ]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 회의록 정보공개청구 결과 전문

2021. 9. 30.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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