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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군인권센터 국군기무사령부 8대 개혁 요구안

작성일: 2018-07-04조회: 105

기무사, 해체 수준의 개혁이 답이다.

- 군인권센터 국군기무사령부 8대 개혁 요구안 -

 

연일 밝혀지고 있는 국군기무사령부의 작태가 점입가경이다. 기무사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참모장을 TF장으로 하는 '세월호 관련 TF'를 6개월이나 운영했다. TF는 세월호 관련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이들은 현장 파악을 넘어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정국 모면을 위한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과 여론 조작에 몰두하였다. 유가족 및 미수습자 가족들을 불법 사찰하며 관리 리스트를 만드는가 하면, 선체 수색과 인양 시도를 중단시키기 위해 미수습자 가족들에 대한 불만 여론을 선동하거나, 미수습자 인정사망을 종용할 대책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수색 중단을 위해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 간의 분란을 획책하는 파렴치하고 반인륜적인 계획까지 세웠다. 참담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기무사는 선거에 관여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동향을 파악하여 분석하는 보고서를 작성하였고, 국회, 정부부처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을 자행하였다. 인사 개입도 있었다. 국민안전처 설립 과정에서는 군 출신 인사가 처장으로 부임해야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였고, 전교조와 관련되어있다는 이유로 교육부 차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문건을 작성하기도 하였다. 실제 해당 차관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심지어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던 서주석 국방부차관을 전 정권 관련 인사로 척결 대상이라 청와대에 보고한 바도 있었다. 이 밖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의 시민단체를 종북단체로 지정하고 사찰하거나, 정부를 비판하는 포털 사용자들의 아이디를 수집해 청와대에 보고하고 신원을 조회하는 불법도 자행하였다. 이 쯤 되면 기무사의 본래 임무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울 지경이다. 기무사는 군 방첩업무 및 대테러, 대간첩 작전에 대한 첩보를 주 임무로 하는 군 정보기관이다.

 

기무사가 권력기관으로 행세하며 불법한 일을 저질러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무사는 태생이 12.12 쿠데타의 주역인 보안사령부로 방첩을 빌미로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과 각 종 정치·인사 개입을 밥 먹듯이 해온 곳이다. 1990년 보안사가 야당 정치인 및 사회 각계 인사들을 유사 시 사전 검거 할 ‘청명작전’을 세우다 들통 난 이래 30년 가까이 지난 오늘 날에도 별 다른 변화가 없다는 점은 매우 충격적이다. 해체에 가까운 대대적인 개혁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이에 군인권센터는 ‘국군기무사령부 8대 개혁 요구안’을 제시한다.

 

첫째. 기무사를 법률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

 

정보기관은 직무의 특성 상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 당연히 법률로 임무의 목적과 범위, 한계를 세밀하게 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기무사는 대통령령인 「국군기무사령부령」(이하 ‘기무사령’)에 근거하여 운영되고 있다. 매우 위험한 일이다. 비슷한 임무를 지닌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법률에 근거하여 운영되는 것에 비추어 보더라도 기무사는 법률기구로 통제되어야 한다.

 

둘째, 기무사령관을 민간 개방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무사령부를 군 내의 특수권력집단에서 본연의 임무로 돌리기 위해서는 국방부 기무본부로 명칭을 변경하고 사령관을 본부장으로 개편하여 민간인 개방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간첩 침투, 쿠데타, 테러 등을 예방하기 위해 첩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민간인이 수장으로 오는 것에 하등의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도리어 민간인이 임명될 경우 군을 견제하는 기능을 한층 더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정보의 수집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

 

기무사는 방첩 및 군 관련 첩보 수집을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심지어 임무 범위 밖의 민간인을 사찰하기도 하였다.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대상을 방첩, 대테러, 대전복 업무로 한정해 임무 외 정보 수집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넷째, 정보의 활용과 제공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

 

수집 범위를 제한한다 하여도 기본적으로 정보는 선별 수집되지 않기 때문에 정보 활용을 더욱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 기무사는 광범위하게 정보를 수집한 뒤 임무와 상관없는 정보들까지 활용하여 부적절한 자료를 생산,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무사는 군인들의 사생활 추적해 무차별적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가공하여 ‘존안자료’를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 이는 엄연한 사생활 침해이며 개인정보법 위반이다. 이 자료에는 술을 자주 마신다던가, 불륜을 한다는 등의 기무사가 수집해야 할 정보와는 하등 상관없는 내용들이 모두 나열되어 있다. 이러한 정보들은 검증 과정도 거치지 않는다. 기무사는 이렇게 불법적으로 생산, 가공한 정보를 지휘관, 군 내 인사위원회 등에 제공하며 인사에 개입하는가하면, 사생활을 침해하여 수집한 불법 증거를 바탕으로 지휘관에게 헌병 수사를 의뢰하기도 한다. 검증되지 않은, 검증할 수도 없는 불법 수집 자료를 휘두르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민간인 사찰도 마찬가지다. 군은 방첩을 명목으로 수집한 증거들을 마음대로 가공하여 세월호 관련 문건 등을 생산해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무사에서 수집한 정보 중 방첩, 대테러, 대전복 임무와 관련 없는 정보를 군 내·외부에 제공할 시 처벌하게끔 하여 법적으로 불법 정보 제공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정보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한 기무사 개혁은 요원한 일이다.

 

다섯째, 대통령 독대 보고를 폐지해야 한다.

 

기무사령관은 군의 지휘 계통을 뛰어 넘어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 이는 방첩, 대테러, 대전복 등과 관련한 주요 첩보를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보고하게 하기 위한 취지이나, 실제는 기무사가 불법으로 수집한 정보를 대통령이 보고 받는 수단으로 악용되어왔다. 대통령 독대 보고는 기무사를 특수 권력 집단으로 만드는 주요한 적폐다. 쿠데타의 위협이나 간첩 침투 등의 특수한 첩보를 수집한 것이 아닌 이상, 대통령에 대한 독대 보고는 금지하는 것이 옳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당시 기무사의 독대 보고를 거부하였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인사에 있어 기무사가 불법적으로 수집한 ‘존안자료’를 보는 일을 과감히 중단해야 한다. 불법 사찰 자료를 인사에 활용하는 것은 감시와 통제 일변도의 후진 독재 국가에서나 볼 법한 일이다.

 

여섯째, 수사권을 폐지해야한다.

 

기무사는 광범위하고 무분별하게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내란, 반란, 이적 등의 특수 범죄에 대한 수사까지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정보 수집 기관에 수사까지 맡기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군에는 수사권을 지닌 헌병이 있음으로 특정 범죄를 선별하여 기무사가 수사하게 만든 것은 불필요한 처사다. 수사권을 폐지하고 첩보 기능만을 두어야 한다.

 

일곱째, 비대한 조직 형태를 구조 조정해야 한다.

 

기무사는 일선 대대급 부대에까지 기무 부사관을 배치하고 있다. 이렇게 배치된 기무 부사관들은 정보기관에 소속되어 있다는 이유로 호가호위하며 일선 부대의 인사 등 업무에 개입하는 등 권한을 남용하기 일쑤다. 기무부대는 군단급 이상 및 야전 사단에만 설치하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인원도 감축해야 한다.

 

여덟째, 견제장치로 ‘옴부즈만’을 설치해야 한다.

 

기무사령부를 법률기구화 할 때, 동시에 견제장치인 ‘옴부즈만’을 법률 기구로 설치하여야 한다. 옴부즈만은 기무사령부를 감독하는 직책으로 민간인으로 임명해야 하며, 행정부에 소속되어서는 안되고, 독립적인 기관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또한 기무사에 대한 불시 방문권과 조사 불응 시 패널티를 수반하는 조사권을 지녀야 한다.

 

기무사는 군부독재의 잔재다. 지금까지 수많은 손질과 개혁 작업을 거쳐 왔지만 실상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정권의 의중에 따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초법적인 행태를 자행할 수 있는 여지가 열려있는 한 기무사는 바뀌지 않는다. 해체 수준의 전면적인 개혁으로 적폐의 온상인 기무사를 ‘청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18. 7. 4.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