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무력 진압 관련자, 강제 수사로 엄단하라
- 탄핵 정국 군 병력 투입 준비 문건 공개 -
모든 것은 사실이었다. 지난 3월 8일 군인권센터가 폭로한 군의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병력 투입, 친위 쿠데타 음모의 진상이 관련 문건을 통해 낱낱이 밝혀졌다. 이철희 의원실이 공개한 문건은 ‘위수령에 대한 이해’와 ‘군의 질서 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로 총 2개다.
당초 군인권센터는 복수의 제보자들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사실관계를 확인하였고, 해당 문건이 존재한다는 사실까지 확인한 뒤 이를 폭로하였다. 문건은 탄핵 정국 막바지인 2월에 작성되었다. 군 내부의 박근혜 대통령직 복귀 예상 기류에 맞춰 탄핵 기각 시 병력 투입을 대비하는 내용이다. 한민구 前 장관이 위수령 검토 문건을 보고 받은 뒤, 구체적인 내용을 더 보고하라고 지시하여 병력 투입에 대한 전반적 검토 문건이 새롭게 작성된 것이다. 국방부는 당시 치안 유지 업무에 무기 사용, 병력 출동 부대와 규모, 무기 휴대 범위, 행동준칙 등의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검토까지 마쳤다. 이들은 전두환이 5.18 청문회에 나와 총기 발포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언급했던 ‘자위권 행사’까지 운운하며 무기 사용이 당연히 가능한 상황을 기술하기도 하였다.
문건은 위수령 뿐 아니라 계엄령까지 언급하며, ‘비상계엄’의 가능성을 점쳤다. 병력 출동의 근거로 계엄령이 더 적합하다는 내용이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계엄령은 대통령이 명할 수 있는 것인데 당시 박근혜는 직무가 정지된 상태였고 황교안 권한대행의 계엄령 선포 권한 보유 여부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그렇다면 군이 이 문건을 작성한 것은 명백히 탄핵이 기각된 이후를 대비한 것이고, 대통령의 권한인 계엄령을 준비, 검토하는 것은 청와대와의 교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병력 투입의 전모와 배후를 낱낱이 밝혀야 하는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당시 이와 같은 문건을 작성하고, 병력 투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친위쿠데타 음모에 부역한 세력이 지금도 버젓이 국방부와 육군을 활보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해당 문건을 작성한 법무관리관은 여전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고, 이에 동조하고 자문했던 법무 계통 역시 군 수뇌부에 잔존하여 암약하고 있다. 외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라고 쥐어준 총을 국민에게 겨누려 한 이들이 군에 남아있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문건 작성자인 법무관리관은 문건의 내용을 ‘개념 정리에 불과한 것’이라 변명하고 있으나 어불성설이다. 문건은 위수령의 임의적 해석 방식까지 제시하고 있다. 본디 위수령에 따른 병력 출동은 광역자치단체장의 요청에 따르는 것인데, 문건은 군이 먼저 광역자체단체장과 ‘능동적’으로 협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충격적인 발상이다. 무기를 쥔 군인이 능동적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을 찾아가 병력 출동을 논의한다는 것은 두말할 것 없는 쿠데타다. 뿐만 아니라 문건은 병력 투입에 대한 모든 경우의 수를 상세히 검토한 뒤 위수령에 대한 구체적 대비 방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게다가 경찰 치안 유지 능력의 완전한 상실 상황(비상사태가 군의 경찰 보충적 치안유지 활동만으로는 질서유지가 어렵다고 판단 될 경우)까지 가정한 뒤, 구체적인 협의 대상(행정자치부 장관, 광역자치단체장)을 거론하며 계엄령 선포의 스토리 라인까지 짜놓고 있다. 문건의 모든 부분에서 군은 ‘능동적’인 위치에서 언제든 병력을 투입할 수 있는 주체로 상정되고 있다. 사실 상의‘내란 음모 법률 가이드’인 것이다.
이제 이 사태는 국방부와 군의 소관을 넘어섰다. 법무부와 검찰은 내란을 모의하며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흔들고자 했던 관계자 전원을 즉각 강제 수사해야 한다. 한민구 前 국방부장관을 위시한 국방부 관계자, 병력 투입과 관련된 군 관계자,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계자 전원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
군인권센터가 사태를 폭로한 뒤 구홍모 前 수도방위사령관(現 육군참모차장)은 병력 투입 논의 자체를 부정하며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을 명예훼손으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폭로 내용이 문건을 통해 사실로 입증되고 있는 만큼 이 역시 검찰이 사태의 전말을 소상히 밝혀내길 기대한다.
2018. 3. 21.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