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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성추행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킨 공군의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헌법소원 기각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 군검찰의 망나니 칼춤에 손들어준 헌재는 존립근거를 스스로 부정한 것 -
본 헌법소원 제기의 원인이 된 사건은, 고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부대인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이하 15비)에서 2022년 근무평정권을 가진 직속상관인 가해자가 여군 하사를 대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반복한 사건이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표시하면 업무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압박하고 불이익을 가하면서 성추행을 지속했다.
22. 4. 피해자의 신고 이후 제2지역군사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각 추행 행위와 가해자의 협박 행위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으며 23. 6. 대법원은 가해자의 상고를 기각하여 유죄를 확정했다.
그런데 공군은 피해자가 신고한 성추행 사건을 수사하던 중 피해자가 가해자의 강요로 후임A하사의 코로나 격리 숙소에 끌려갔던 사실(이하 2차 사건)을 인지하게 됐다. 이후 공군은 성추행 사건 수사를 핑계로 A하사를 참고인으로 조사하면서 피해자의 잘못을 들추기 위해 2차 사건에 집중했다. 가해자도 인정한 진술조차 피해자가 진술하면 배척하는 등 편파적으로 조사했다. A하사를 보호한다며 피해자를 분리조치하고 압박하여 숨어 다니게 만들었으며 주거침입죄를 적용, 기소 의견으로 군검찰에 송치했다.
이와 관련해 상담소는 22. 8. 기자회견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긴급구제와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긴급성과 중대성을 인정하고 즉시 긴급구제를 결정했고 진정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22. 11. 조사 결과, 2차 사건을 국방부검찰단에서 수사하고 불기소처분을 적극 고려하는 것을 권고하는 결정을 했다. 그러나 23. 2. 국방부는 인권위 권고를 불수용하기로 결정했고 공군은 관할 검찰만 옮긴 뒤 23. 3. 주거침입 혐의와 관련해 피해자를 기소유예처분했다. 군은 합심하여 성폭력 피해자에게 재갈을 물려 침묵하게 하고 족쇄를 채웠던 것이다.
2차 사건은 본질적으로 성폭력 피해 연장선에서 이해해야 한다. 인권위도 결정문에서 ‘모두 위력 관계에 의한 비자발적 동의에 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했다. 즉 2차 사건은 2차 피해의 성격을 가진다는 것이었다. 결국 공군이 성폭력 사건 신고로 조직을 곤란하게 한 피해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2차 사건을 구성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피해자 괴롭히기’인 셈이다.
본 사건은 군검사와 군검찰수사관의 기소권과 수사권 남용 사건으로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이후 바뀌지 않은 군사법 체계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었다. 군의 고질적인 은폐, 축소, 왜곡이라는 병폐가 다시 한번 드러난 것이었다. 군검찰이 기소권의 칼을 제멋대로 휘두르는 만행은 그 후 채상병 사망사건 부실수사, 박정훈 대령에 대한 공소권 남용 그리고 12.3 친위쿠데타에서 군이 오히려 내란우두머리 편에서 중요임무종사자로 전락한 것으로 이어졌다. 망나니 칼춤이 따로 없다.
당시 공군은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피해자가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했다. 이에 본 상담소와 피해자는 공익법률지원을 받아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피해자는 물론, 다른 군성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라도 헌법소원은 필요했다.
헌법재판소는 2년 반 가까이 지나서 지난 11. 27. 겨우 11줄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번 기각 결정은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한 공군의 부당한 조치와 다르지 않다. 헌재는 군검찰이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였다거나, 기소유예처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이 이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짧은 말로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한 공군의 부당한 처분에 대해서 면죄부를 주었다. 가해자의 강요로 끌려간 피해자의 행위를 별도의 주거침입죄로 구성하는 것에 대해 ‘정의’와 ‘형평’을 들먹이며 ‘중대한 잘못’이 아니라며,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정도의 자의적 처분’이라고 보지 않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입장이라면, 헌법재판소의 존립 근거를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 위력에 의해 성폭력을 자행하고 2차 가해를 통해 피해자를 사지로 내모는 전형적인 군성폭력의 특수성을 무시한 처사다.
그동안 피해자가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헌재가 ‘청구인(피해자)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방관하는 동안, 피해자는 보호와 지원을 받기는커녕 가해자로 지목되어 2차 피해를 겪어야 했으며 부대도 옮겨야 했다. 계속되는 2차 피해와 여러 가지 불이익으로 인해 피해자는 장기복무신청을 포기하고 군을 나와야 했다. 형식상 자발적 퇴역이지만 사실상 강요된 퇴역이었다.
헌재는 자신들의 무책임한 결정이 또 다른 군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것이며, 피해자들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숨게 만드는 것이며, 반성없는 군 조직과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을 공격하는 계기를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본 상담소는 성폭력 없는 군대를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이 헌재의 기각결정으로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25. 12. 8.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
소장 김숙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