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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민간인 군무원에게 ‘군인처럼 머리 안 잘랐다’며 감봉2개월 징계 결정
- 이광섭 수도군단장 직무대리, 보직 이후 ‘군무원 두발 불량’ 지적 일삼으며 공문까지 하달해 –
군인권센터는 최근 상담을 통해 육군 수도군단 소속 군무원 A씨에 대해 군이 ‘군인과 같은 방식으로 머리를 정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사유로 감봉 2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음을 확인했다. 감봉은 공무원 징계 중 파면, 해임, 강등, 정직 다음으로 중한 처분에 해당한다. 단지 머리가 군인처럼 짧지 않다는 이유로1/3의 급여가 깎여 나가게 된 것이다. 10월 20일 월요일 어제, 군무원 A씨는 군인권센터의 상담 지원을 바탕으로 육군 수도군단에 항고장을 제출하였다.
2023년 12월 육군 군무원으로 임용된 A씨는 육군 수도군단 예하 1175공병단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임용 당시에는 평범한 남성 커트 머리였으나, 이후 머리를 꾸준히 길러 어깨선보다 조금 위인 수준의 단발머리 길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A씨는 2024년 10월경 공병단 근무 당시 행정보급관이 “군무원도 두발 규정이 있긴 한데, 혹시 알고 있느냐?” 알려주어 그제서야 두발 규정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러나 이전에도, 이후에도 A씨의 두발 상태에 대해 부대 측에선 더 이상 별말이 없었다. 군무원 두발 규정에 대해서 현역 군인, 동료 군무원들도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이 A씨는 승진에도 성공하여 8급 군무원이 되었다.
A씨의 두발 상태가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2025년 7월에 이르러서다. 승진한 A씨는 2025년 1월부터 안양에 위치한 수도군단 본부에 파견 근무를 하게 됐다. 올 초 군인권센터가 문제 제기한 갑질, 직권남용 등 비위행위로 인해 직무배제된 박정택 당시 수도군단장을 대신해 이광섭 제17사단장(육사51기)이 수도군단장 직무대리자로 보임하였는데, 군단장 직무대리자가 된 직후부터 꾸준히 ‘군 기강 확립’, ‘군인기본자세 준수’를 공문, 지시 등을 통해 강조해왔다고 한다. 그런 이광섭 장군에게 본부에서 근무 중이었던 A씨의 두발 상태가 눈에 띈 것이다. 군단장은 “군 기강 확립을 위한 군인 기본 자세 준수 강조(2025. 7. 4.)”, “군 기강 확립을 위한 군인 기본자세 준수 재강조(2025. 8. 14.)” 등 규정에 맞는 두발상태를 준수하라는 지시를 문서로 계속해서 하달했다. 아래는 사건 상세다.
1) 7월 16일
원 소속부대인 1175 공병단 본부중대 중대장이 “공병단장님이 ‘A씨 두발 정리하는 게 좋겠다; 고 하시네요. 여기 직장이잖아요.” 라고 말하며, 군무원 두발 규정이 적힌 육군 규정을 인쇄하여 A씨에게 건넴.
2) 7월 22일
파견지인 수도군단 전투시설설계과 과장이 불러 “A주무관 혹시 머리 지적 받으셨나요? 직무대리님(이광섭)에게 걸리셨어요, 누구한테 걸렸어요? 참 일만 잘하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떤 조직에 들어가면 규칙 규정이 있는 것이잖아요. 지휘관 회의에서 얘기가 나왔나 봐요. 지시가 내려왔으니 이행을 해야하지 않을까요.”라고 지적 받음. 그러나 더불어 과장이 ‘자신이 A씨 직속 지휘관인 것도 아니고, 본인은 머리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도 덧붙였음. A씨는 과장에게 머리를 자를 생각이 없음을 밝힘.
3) 7월 22일, 같은 날
원소속 부대인 1175 공병단 단장이 전화해 “전화로 다 말하기는 좀 그런데, 군단에서 두발 강조 공문을 보냈는데, 이게 A주무관 때문에 지시가 내려온 것을 방금 알았다. 이만 머리를 잘랐으면 좋겠다.”고 하여 (두발 정리에 대해) 생각해보겠다고 답변함.
4) 7월 25일
1175 공병단장에게 전화가 와 “머리 정리하는 거 생각해봤느냐”라고 물어봄. 규정을 신호등에 비유하며 ‘규정이 있으면 지켜야 하는 거 아니냐. 빨간 불인데도 내가 그냥 지나가고 싶다는 마음에 신호를 지키지 않고 무시하고 갔다 신호위반으로 지적당하면, 국가를 상대로 신호가 잘못됐다고 따질 거냐.’ 라고 나무람. A씨는 “신호등은 도로교통법에 근거하지 않습니까. 두발 규정은 규정의 존재와 의미가 법에 근거하지도 않는데…”라고 대답. A씨가 지시에 따르지 않겠다고 재차 답변하자, 공병단장은 “지휘관이 규정을 지켜달라고 해도 자를 생각이 없는 거죠? 이렇게 안 따르시면 다음 절차를 찾아봐야 할 것 같네요.”라고 징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함.
5) 7월 29일 ~ 8월 8일
1175 공병단 지원과장이 육군 인트라넷 법률상담 게시판에<두발지시 미이행 군무원 법적조치 문의 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절대로 안 자르겠답니다, 라고 버티는 인원에 대해 어떻게 징계가 가능한가요” 라는 질문 글을 남김. 이에 대해 8월 8일 육군 법무장교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징계가 가능하다.”고 답변함.
6) 8월 19일
원 소속부대 전출식에 볼일이 있어 1175공병단에 방문. 공병단장이 불러 “지휘관으로서 정당한 지시를 하는데, 다음 주 월요일까지 머리를 정리 안 하시면 징계를 하겠다. 원형탈모 등 사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정당한 지시를 불이행 한 것이니, 마지막 기회를 드릴 때 정리를 하세요.”라고 경고. 거듭되는 징계 경고에 A씨는 주말인23일, 머리 길이를 목선이 보이도록 올려 치고 앞머리를 눈썹 라인으로 맞춰 정리함. 머리를 정리하고 중대장에게 사진과 함께 보고하였는데, 여전히 규정에는 맞지 않아 중대장과 지원과장이 “더 자르실 생각은 없으세요?”라고 물음. 더 자를 의사가 없다고 답변함.
7) 8월 26일
1175 공병단장이 호출하여 방문함. 공병단장이 A씨에게 “전에도 많이 얘기했고, 지적했지만 이제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 규정대로 간부표준형으로 정리하고 여자처럼 머리 귀 넘겨 파시지도 마시고 다음 주 월요일에 정리해서 보고하시라. 그래도 정리를 전혀 안 하신 것도 아니고 일부 자르고 오셨으니 저도 기회를 더 드리겠다.”고 통보.
8) 9월 1일
A씨, 중대장에게 “간부표준형으로 정리하는 것은 많이 어렵겠습니다.”고 말했고, 중대장은 “네 알겠습니다. 단장님께 그렇게 보고 드리겠습니다.”고 답변. 다음 날2일, 공병단장이 퇴근 직전 전화하여 “진짜 마지막으로 말씀드린다. 오늘 지나가고 내일 자르는 것도 소용 없어요. 오늘 퇴근하고 자르시라.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에요.” 라고 말함. 하지만 자르지 않았음.
9) 9월 5일
징계혐의자로서 사실 조사 진행.
10) 9월 11일
파견지인 수도군단 전투시설설계과 시설반장이 팀장 회의 간 “설계과장님이 말씀하시길, 군단장 직무대리님이 시설반 군무원들 머리가 길다고 지적하셨 대요. 모두 반장 기준(간부표준형)으로 추석 전까지 정리하라고 하십니다.” 라고 발언.
11) 9월 18일
1175공병단 징계위원회 출석. “규정 인지했느냐”, “정당한 지시인데 안 따른 것이 맞느냐”, “왜 자르지 않느냐”는 질문이 이어졌음. A씨는 군무원에 대한 두발 규정이 왜 존재하느냐, 존재 필요성과 규정을 통해 달성할 공익이 없는데 무조건 규정을 따르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변함.
12) 9월 23일
감봉2개월의 징계 처분에 대하여 통지 받음.
A씨가 머리를 정리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배경에는 단지 규정을 따르고 싶지 않거나 단순히 체제에 반항하고자 하는 것에 있는 것은 아니다. 현행 육군 ‘병영생활규정’에 따르면, 남성 군무원은 간부표준형으로 조발하도록 하고, 옆머리가 귀에 닿지 않고 뒷머리가 상의에 닿지 않는 짧은 두발 상태를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군무원은1948년 국군 창설과 더불어 최초 군속(軍屬)제도라는 이름으로 군에 설치되어 현재에 이르게 된 특정직국가공무원으로, 전문 민간 인력으로 군인과 함께 군대에서 근무하지만 군인은 아닌 별도의 민간인 지위와 신분을 가진다. 민간인 인력인 군무원(군속)에 대한 두발규정은 1968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으나, 1960대 말부터 박정희 정부 남성에 대한 장발을 퇴폐적이고 불량한 것으로 규정하며 ‘단속 대상’으로 삼음에 따라 두발 규정이 신설되었고, 80년대 두발 자유화와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규정이 흔적처럼 남게 됐다. 또, 군무원의 구성이 소수의 기술직 전문 인력 중심이거나 전역 군인 출신 위주였기 때문에 두발 규정에 대한 문제 제기 필요성 등이 크게 대두되지 않았던 부분도 있다.
또한 일반직 공무원을 포함하여 소방, 경찰과 같은 특수직무 공무원에 대해서도 ‘용모와 복장을 단정히 하여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경찰공무원 복무규정).’ 정도의 품위 유지 규정만 존재할 뿐, 길이나 스타일을 제한하는 별도의 두발 규정을 두고 있는 민간인 직렬은 존재하지 않는다. 군무원 두발 규정이 시대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식 규정에 불과하다는 것은 여성 군무원 두발에 대해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여성이 공직으로 활발하게 진출하게 된 것은 1989년 공무원임용령 개정을 통한 성별 통합 모집, 1996년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여성채용목표제를 도입한 이후로써, 여성 군무원 두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여성 군무원이 다수 채용되기 시작한 때에는 민간인에 대해서 별도로 두발 규정을 둘 사회적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이 크다. 즉, 군무원 두발 규정은 달리 그 규정의 필요성이나 당위가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장교, 준사관, 및 영외거주 하사관, 군속은 착모시 긴 머리가 보이지 않도록 조발하여야 하며” 라는 1969년 구시대의 흔적을 아무런 고려 없이 무감각하게 살려온 결과일 뿐이다.
최근 군인권센터로 신분과 직급을 막론하고 상당히 많은 수의 두발 관련 상담이 접수되고 있다. 군인의 외적 군기 유지와 안전, 위생을 위해 단정한 두발을 유지하는 것은 신분을 고려하였을 때 필요할 수 있겠으나, 마치 두발만이 군기 확립을 위한 유일한 방도인 것처럼 단속에 나서고, 규정을 지켰는지 확인하기 위해 cm단위로 단속하며 맞지 않을 시 지시불이행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게 지휘관에게 남은 마지막 ‘지휘권’인 것 마냥 행사하는 행위는 본래 규정 목적에도 맞지 않음은 물론, 광의적으로는 갑질과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는 영역이다. 2021년 군인권센터의 진정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는 ‘별 다른 이유 없이 병사와 간부 간 두발규정을 달리 둔 것이 사회적 신분에 따른 평등권 침해, 차별에 해당하므로 시정할 것’을 국방부에 권고했으나, 국방부와 각 군은 여전히 침묵으로 외면하며 사실상 불수용 하고 있다. 군 구성원의 두발을 단속하고, 구시대적 규정을 신주단지 모시듯 받드는 것이 마치 군의 ‘제1의 임무’인 것처럼 굴고 있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군무원 A씨가 최종적으로 징계 처분 취소 결과를 받을 수 있도록 항고 및 소송 절차 전반에 대하여 상담 및 법률 지원할 예정이다. A씨의 머리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합리성을 상실한 규정을 ‘정당한 지시’라고 들이밀며 무조건적으로 따르길 강요하는 군의 태도에 대한 지적의 필요성, 더 나아가 군 두발 규정과 관련한 전반적 문제 자체에 대해 눈 감고 무시로 일관하며 무작정 징계 주기 바쁜 군의 비겁한 태도를 지적하고 개선하고자 위함이다. 위 언급된 1969년의 규정을 보라. 60년대 당시에도 단정한 머리, 스포츠형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단순한 규정에 지나지 않았다. 신분에 따라 세세하게 두발 규정을 차등화하고, 머리 길이를 ‘나노 단위’로 통제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인 것이다. 군이 두발 규정을 군기 유지가 아닌, 점점 구성원을 괴롭히고 처벌하기 위한 규정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다. 이미 군기 유지와 안전, 위생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상실했다
육군 수도군단은 민간인인 군무원에게 불필요한 수준으로 군인과 같은 두발 상태를 유지할 것을 강요하고, 민간인이 이를 따르지 않자 ‘지시불이행’이라는 명목을 적용해 과도하게 징계한 것에 대해, 원징계 취소 결정하라. 또한 국방부 역시 구성원과의 의미 없는 두발 전쟁을 멈추고, 신분과 직위에 따라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두발 관련 규정을 전면 정비하라 . 국방부는 더 이상 외면과 침묵으로 일관하지 마라.
[별첨] 현행 및 과거 육군 규정
2025. 10. 21.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
별1. 과거 육군규정 내 두발규정(1969년)
 
별2. 현행 육군병영생활규정 내 두발규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