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미디어그룹, 채널A, 아시아경제, 한국경제, 뉴스타파의 본 보도자료 인용을 불허합니다
[보도자료]
탈북민 자녀 병사, 군 내 괴롭힘으로 생활관에서 투신
- 육군 1포병여단 입대 이후 '짱개'·'짭코리아' 혐오발언과 괴롭힘 끝에 투신으로 중상 -
2025년 7월 28일, MBC 뉴스데스크 단독보도 <'짱개'·'짭코리아' 김 일병의 일기장‥육군 '괴롭힘' 조사 착수>는 군인권센터가 피해자의 동의를 받고 제공한 제보를 바탕으로 이뤄졌습니다. 군인권센터는 군 복무 중 괴롭힘과 차별을 견디다 못해 투신을 시도한 탈북민 자녀 A씨의 사례를 접수했으며, 현재까지 피해자의 권리회복을 위한 지원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피해 병사 A씨는 탈북민 어머니와 중국 국적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고 중국에서 성장한 이른바 ‘제3국 출생 탈북민’입니다. 어머니가 한국에 먼저 입국하였고, 가족들은 이후 중국에서 순차적으로 입국하였습니다. A씨는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몰랐으나, 3국 출생 탈북자녀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대안학교를 통해 초, 중,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 학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입대 이후 괴롭힘과 차별이 시작되었습니다. 2024년 12월 포병부대에 배치된 A씨는 인사를 ‘똑바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병사들 앞에서 망신당하듯 혼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이런 언어장벽에 부딪혀 다른 병사들 사이에서 따돌림이 시작되었고 이후에는 선임과 동기들에 의해 혐오발언과 군기잡기가 반복됐습니다. 같은 생활관에서도 “짱깨 게임해?”라고 A씨가 들으라는 듯이 혐오발언을 하기도 하며, 병사들끼리 팀명을 정하는 자리에서 피해자가 중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짭코리아’라는 명칭을 다른 병사가 제안하는 차별 또한 있었습니다.
병사는 물론 간부들까지 피해자에 대한 괴롭힘과 차별을 거들었습니다. 포반장은 피해 병사에게 “말장난하냐? 똑바로 안해?”라고 폭언했습니다. 포대장을 통해 중국어가 가능한 선임이 있는 보직으로 갈 수 있도록 부대 내 보직변경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어렵게 적응 중인 피해자에게 “정 보직 변경하려면 다른 부대로 전출 가야 하는데 괜찮겠냐?”며 압박한 사실도 있습니다. 부대 내 따돌림과 괴롭힘에 대해서도 상담을 수차례 진행했으나, 포대장과 행정보급관은 “이 정도론 처벌이 어렵다”, “가해자 불러서 물어보니 사실이 아니라고 하고 자기가 더 힘들다고 하더라”, “너가 포반과 생활반을 바꾸는 게 좋겠다.”며 처벌을 무마하고자 회유를 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4월 22일, 야간 사격훈련 도중 포반장은 피해자의 목소리가 작다는 이유로 반복적으로 소리를 질렀고, 피해자가 결국 울음을 터뜨린 뒤에야 질책이 멈췄습니다. 피해자는 해당 상황에 대해 “앞이 보이지 않고 깊은 동굴 속에 있는 것 같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인 2025년 4월 23일, 피해자는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이 도무지 없고 눈앞이 캄캄하다. 숨을 쉴 수가 없다”는 압박감에 생활관 내 2층 다목적실에서 투신했습니다. 부대 생활관 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후 지금까지 국군수도병원에서 두 차례 수술을 받았으며 척추에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하반신 마비는 피했지만, 석 달째 입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군은 지난 4월 발병 경위서에 ‘창문으로 뛰어내려 낙상 피해 입었다’만 표현하여 투신의 원인인 괴롭힘과 차별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피해자의 가족이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고 있다며 항의했지만 포대장은 발병경위서를 ‘절대 못바꾼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피해자 가족들이 대대장과 소통을 한 7월이 되어서야 발경경위서에 ‘부대 생활 간 한국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적응 더딘 상태’라는 맥락을 뒤늦게 추가했습니다.
육군 군사경찰은 따돌림을 주도하고 혐오발언을 한 가해 병사에 대해 피해자의 신고 있은 후에도 “처벌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변호인이 2025년 6월 의견서를 제출해 모욕죄로 처벌할 것을 언급하자 그제서야 해당 병사 한 명만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투신하기 전날까지도 윽박을 지르고 혼내던 간부에 대한 조사나 징계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의 다문화 출신 장병 적응과 차별금지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는 실정입니다.
피해자는 병영 내 일상에서도 언어 장벽으로 인해 적절한 의사소통이나 도움 요청이 어려웠으며, 기본적인 의료 접근은 물론 ‘상비약 내가 주겠다’더니 나중에 모른 척한 병사처럼 동료들의 지원도 받기 힘든 환경에 처해 있었습니다. 피해자 가족 또한 군 제도와 권리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법적 대응과 치료 지원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현재 피해자의 남동생도 입대를 앞두고 있어 가족 전체가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피해자가 속한 중국 혹은 북한 출신은 물론, 다문화가정 출신 병사에 대한 혐오차별 또한 만연하여 이에 대한 경각이 필요합니다. 최근 군인권센터 상담을 통해 베트남이나 미국 출신 장병에 대해서도 차별이 접수되고 있으며, 혐오표현의 수준도 다문화가정 출신자의 부모를 모욕하거나 성적으로 희롱을 하는 수위까지 다다르고 있는 실정으로 처벌을 동반한 근본적인 혐오표현 규정이 절실합니다.
이번 사건은 아무런 제도적 준비 없이 다문화 출신 청년을 마구잡이로 징집해온 군의 구조적인 무책임을 드러냅니다. 이에 더해 청소년기부터 방치된 소수자 혐오가 살아남아 군대라는 공간으로 이어진 결과이기도 합니다. 특히 다문화가정 출신 장병은 상대적으로 부모를 통해 군 담당자와 의사소통하기 어렵고 사회적 기반이 취약해 더욱 적응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군은 이제라도 다문화 장병에 대한 실질적인 적응 대책을 내놓아야 하며, 그 시작을 위해 ‘짱깨’를 운운하며 따돌림을 주도한 가해 병사와 피해자가 겪는 상황을 알면서도 윽박을 지르며 투신을 하기까지 몰아붙인 간부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군에 만연한 혐오차별을 직시하고 인종국적에 대한 혐오표현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에 대한 개정을 촉구합니다.
2025. 7. 29.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