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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비서실이 ‘노예실’? 제2의 박찬주, 박정택 수도군단장
- 휘하 간부 시켜 수영장 새벽 줄서기, 중고 거래, 결혼식 운전기사 … 가족까지 합세한 갑질 -
군인권센터는 지난 2024년부터 올해 초까지 1년이 넘게 지속된 수도군단장 박정택 중장(학군사관 30기)과 그 가족이 비서실 근무자들에게 행한 ‘갑질’ 피해에 대한 복수의 제보를 접수하였다. 박정택 중장은 2023년 11월 하반기 장성 인사를 통해 진급하여 수도군단장으로 취임하였으며, 현재까지 보임 중이다. 박정택 중장의 경우 이번 12. 3. 내란 및 친위쿠데타의 주요임무종사자인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상 육사48기)과 기수상 동기로, 향후 장성 인사에서 육사 출신 배제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유력한 대장 진급 대상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제보를 통해 확인한 갑질 피해는 아무리 지휘관을 밀착하여 보좌하는 비서실의 업무라고 할지라도 이해할 수 없는 범주의 사적 지시로 가득했다. 박 군단장은 비서실 소속 간부에게 부인 몫의 수영장 이용권 현장 접수를 요청하며 새벽부터 가서 줄을 서도록 지시하는가 하면, 자녀 결혼식 때는 메이크업샵과 예식장 간의 운전기사 역할 수행을 요구했으며, 중고거래 대행, 반려동물 밥 챙겨주기, 야구 · 농구 · 하키와 같은 프로 스포츠 경기 VIP 티켓 구해오기, 관사 화단에 심겨있는 감 따기, 화단 가꾸기, 심지어는 관사 위 지붕에서 우는 고양이가 시끄럽다며 포획하여 처리할 것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하인, 노비마냥 간부들을 부려 먹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와 같은 무분별한 사적 지시에 불려 다닌 비서실 근무자들은 군단장의 비서실장이나 전속부관과 같은 장교가 아닌 부사관 등의 하급자로 확인됐다. 심지어 이러한 갑질에 동원된 간부들 중에는 군단장을 직속으로 보좌하도록 보직된 군인들이 아닌 부군단장 등 다른 지휘부의 비서직을 수행하는 군인들도 있었다. 본연의 임무와 상관없는 군단장과 그 가족의 허드렛일에 군인들이 동원된 것이다.
제보자들은 상담 과정에서 장군을 밀착 수행하는 비서실에 사적 지시가 아주 없을 순 없지만, 이제까지 많은 지휘관을 모시면서 이런 황당한 수준의 지시는 받아본 적도, 요구받은 적도 없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제보자들은 백번 양보하여 ‘모시는 사람’이니 부탁을 들어준다 생각하고 사적 명령을 이행한다 쳐도, 평소 “말 시키지 마!”, “너 표정을 왜 그따위로 하고 다니냐?”와 같은 폭언까지 들으며 하인과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은 군인으로서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도 한다.
제보자들은 예상되는 군의 미온적 태도에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제보자는 ‘박찬주 대장 갑질 사건’을 보면서, 보직해임 되긴 했으나 결국 갑질에 대한 응당한 처벌을 받은 것도 아니거니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반성 없는 모습으로 정치에 기웃거리는 태도에 회의를 느꼈다고 밝혔다. 또, 군대 내 보고계통을 통해 보고하려고 해도 육군본부 감찰실장이나, 지상작전사령부 감찰실장은 박정택 수도군단장에게 인사를 하러 올 정도로 친분이 두텁고, 근무연까지 있어서 도저히 신고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육군 참모총장과의 소통 창구를 통해 직통으로 신고할 것을 고민해봤다고도 했으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12. 3. 계엄에 연루되어 하루아침에 창구가 닫혔고, 설사 창구가 열려있다 하더라도 계엄에 적극 가담할 정도로 권력지향적이고 감수성이 낮은 지휘관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란 없었던 셈이다.
또, 제보자들은 대선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반기 장성 인사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주요 장성 보직이 공석이 된 상황은 내란에 가담한 우리 군의 책임이고, 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향후 인사에서도 신중을 기해 후임자들을 보직하고 진급시키는 것이 필요한데, 새 행정부가 꾸려지기 전에 졸속 알박기 인사를 진행했다간 박정택 수도군단장과 같은 업무적, 인격적으로 자질이 부족한 장군들이 기회를 틈타 진급할 공산이 크다. 아래 사람을 하대하고 위로만 충성할 줄 아는 자들이 우리 군의 주요 보직자로 임명된다면 또다시 권력에 편승하여 군인의 본분을 잊고 군을 벼랑 끝으로 내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도군단장은 수도 서울을 포함하여 적으로부터 수도권을 방어하고 보호하기 위해 수만의 장병을 지휘하고 그 생명을 책임지는 중책이다. 그런 자가 자신의 권력과 권한을 남용하여 무분별하고 황당한 사적 지시를 남발하고, 자신을 보좌하는 군인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장군을 보좌하는 비서실 군인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상식과 도를 넘어서는 지휘관과 그 가족의 사적 지시와 갑질 문제에 대해서는 2017년 군인권센터가 ‘박찬주 대장 공관병 갑질 사건’을 통해 폭로했고, 불과 2년 전인 2023년 7월과 8월에도 백마회관, 광개토회관에서 벌어진 갑질 사건을 알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때마다 군은 갑질을 근절하겠다며 전수조사를 벌이고 자체적으로 요란한 수사와 조사를 벌이지만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또 비슷한 사건이 터져 나온다. 사실상 우리 군에 장성들의 비위행위에 대한 자정 기능이 없다시피 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박찬주 대장 갑질 사건 때도 그러했고, 최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의 내란 가담도 마찬가지이지만 군은 최고위급 장교들에 대한 실질적인 징계, 징벌 방안도 여전히 갖추고 있지 못하다. 현행법령 상 비위행위자가 최고위급 장교일 경우 비위행위자보다 상급자들로 꾸려야 하는 징계위원회, 보직해임심의위원회 등을 아예 구성할 수 없다는 맹점이 박찬주 대장 갑질 사건을 통해 확인된 바 있지만 8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사건이 터지면 일단 책임 범위를 최소화하고, 모면하기에만 급급하고 뒷수습과 재발 방지에는 관심이 없는 군의 고질적 행태가 수도군단장의 갑질 사태를 또다시 야기한 셈이다.
군인권센터는 국방부에 요구한다. 반복적으로 폭로되는 고위급 장교들의 갑질과 사적 지시에 대해 땜질 대응할 것이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장군 지휘부를 보좌하는 비서실, 부관직 등 모든 보좌 군인의 업무 실태를 점검하고 지휘관 당사자와 그 가족이 군인을 노예 부리듯 하는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발 방지에 앞서는 갑질 가해자와 관련 책임자에 대한 실효적 징벌과 엄단이 우선되어야 재발 방지 대책도 효용을 얻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덧붙여, 육군 주요 사령관들이 내란에 연루되어 구속 재판 중이고, 남아있는 수도군단장이라는 자마저 갑질하기 바빴던 것은 우리 군의 인사 검증 능력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와중에도 오로지 ‘내란 알박기’로 의심되는 장성 인사 시도가 화급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은 지금 즉시 문제가 된 박정택 수도군단장을 보직해임하고, 강제수사를 통해 엄단하라. 또한 진행 중인 무리한 인사 검증 작업을 중단하고 새 정부 출범 전까지 내란으로 초토화된 군을 민주공화국의 군대로 재건할 토대를 마련하는 데 힘쓸 것을 촉구한다.
2025. 4. 29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
[별첨]
박정택 수도군단장 갑질 주요 사례
* 모든 제보의 근거는 메신저 대화 내용, 녹음 파일 등으로 확보된 상태임을 알립니다
* 제보자는 복수이나 제보자 보호를 위해 각 인물을 특정하지 않았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가. 수영장 아쿠아로빅반 현장 접수
2024년 3월 29일, 수도군단장은 비서실 근무자 A에게 ‘너희 사모님이 무릎이 안 좋아서 운동을 해야 하니 좀 알아와라’고 하며 OO수영장에서 개시된 아쿠아로빅 과정 접수 방법을 확인해 오라고 지시했다. 이후 A가 접수 방법을 확인 후 보고하니 수도군단장은 당연하다는 듯이 A에게 현장에 나가 대리로 신청하라며 지시했다. 이후 수도군단장은 2024년 3월부터 10일까지 총 4회에 걸쳐 3월부터 10월까지 현장 접수를 지시했다. 수영장 등록 접수는 접수일 새벽 06시 선착순으로 오픈됐는데, 미리 와서 텐트를 치고 줄 서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일찍 나서야 줄을 설 수 있었기 때문에 A는 새벽인 04시부터 수영장 문밖에 주민들 사이에서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대기해야 했다. 이런 사적 지시를 수행하고 난 이후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부대로 출근하여 본연의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나. 자녀 결혼식 수행
수도군단장은 비서실 근무자 A에게 자신의 장녀 결혼식 수행을 위해 결혼식 당일 새벽 05시까지 관사로 와 수도군단장의 차량에 수도군단장, 부인, 작은딸을 태워 서울 강남에 위치한 메이크업샵으로 운전하여 이동할 것을 지시했다. 가족들의 메이크업에는 2~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여 수도군단장은 A에게 메이크업 장소 내부에 들어오지 말고 건물에 대기하라고 지시했는데, 한여름에 에어컨 바람도 나오지 않는 곳이어서 수도군단장 차량으로 가 에어컨을 켜고 대기하고 있었으나, 수도군단장이 이를 알고는 곧바로 전화하여 차량이 아닌 건물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수도군단장은 A에게 결혼식장까지의 운전, 하객 150명 인원 체크, 자리 안내, 화환 정리 및 화환 접수 기록, 식이 끝난 후 짐 나르기 등의 사적 지시를 추가로 명령했다. 수도군단장은 결혼식에 식사할 수 있는 인원이 150명으로 한정되어 있으니 150명이 다 왔으면 밥을 먹지 말라고 언급까지 할 정도로 보좌하는 군인을 ‘노예’ 취급조차도 안 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 중고 거래 대행
수도군단장은 비서실 근무자 A에게 본인이 키우는 앵무새가 들어갈 새장을 큰 것으로 교체해야 한다며 구해올 것을 지시했다. 이어 반려동물이 쓰던 기존의 새장을 교체해 판매하는 일까지 A에게 맡겼다. 결국 A가 새장 교체 과정에서 중고 거래까지 담당하게 되었는데 반려 앵무새 새장에서 그치지 않고 손목시계, 런닝머신 등 수도군단장 관사에 사용하던 물품들을 수도군단장 지시에 따라 중고 거래로 판매했고, 모든 판매금은 수도군단장 부인에게 이체하도록 했다. 한편 수도군단장은 문제의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거래하러 갈 때 관용 차량이 아닌, A의 개인 소유 차량으로 진행하라고 당부했는데, 이는 중고 거래가 본인의 사적 지시로 일어나는 일임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판단된다.
라. 운동경기 티켓 구하기
수도군단장은 비서실 근무자 A와 B에게 2024년 4월 5일에 있을 야구 경기(한화이글스 대 키움히어로즈)를 위해 미리 테이블석 구하라고 지시했다. A는 수도군단장에게 ‘테이블석 구하기가 어렵다’는 보고를 올렸으나, 수도군단장은 태연스럽게 ‘전에 같이 있던 부관은 아는 사람이 선예매권이 있어서 부탁해서 구했는데’라는 말을 했다. 자연스럽게 전 근무자와 비교까지 하는 것을 보아 수도군단장 보임 이전부터도 사적 지시가 얼마나 이전부터 이뤄졌는지 알 수 있다. A는 결국 취소되는 티켓이 있는지 하루종일 예매처를 ‘새로고침’하며 테이블석 티켓을 구해야 했다. 이외에도 2024년 3월 27일 야구 경기(한화이글스 대 SSG랜더스), 한화이글스 춘/추계 점퍼를 구매해올 것 등을 지시한 바 있으며, 티켓을 구해오라고 요구하는 건 야구만이 아니었다. 수도군단장은 A는 B에게 아이스하키, 축구, 농구 등 안양시청과 구단 관계자들에게 연락하여 VIP 티켓을 구해오라고 요구했다. A가 구단과 연락하여 수도군단장을 위한 VIP 티켓을 확보하고 나면, B가 종목별로 사무실까지 찾아가서 출력된 티켓을 받아와 수도군단장에게 전달해야 했다.
마. 관사 내 감 따기
수도군단장은 A에게 관사 마당에 있는 감을 ‘안 따면 다 버리는 건데 아까우니까’라며 감을 수확하도록 지시했다. 비서실 근무자 A와 수도군단 모처 소속 C 두 명의 군인이 지붕 위로 올라가 감을 약 200개를 땄으며, 이 중 30 ~ 40개는 수도군단장이 가져가고, 나머지 30 ~ 40개는 추후 간담회 때 사용하라고 지시를, 이외 남은 것은 예하 부대에 나눠 주라고 지시했다. 간담회 때 사용하라고 지시한 감은 A가 홍시로 만들어서 제공하였다.
바. 관사 내 화단 가꾸기
수도군단장과 그 부인은 A와 C에게 관사 화단을 가꾸는 일까지 지시했는데, 기존에 있던 나무들을 뽑아 옮겨심기, 화단 잡석 제거, 화단 평탄화, 평탄화 후 고운 흙을 따로 복토하기 등을 지시했다. 특히 수도군단장 부인은 화단 가꾸는 일이 당연한 군인의 일이라고 생각했는지 나무 중에서도 ‘나는 남천 나무가 좋다’는 말까지 하며 특정 수목을 구해 심어줄 것을 요청했다.
사. 길고양이 포획
수도군단장 비서실은 수도군단장 관사에 돌아다니는 길고양이를 포획하는 일도 맡게 되었다. 처음은 2024년 5월 24일, 수도군단장과 그 부인은 관사 지붕 위를 돌아다니는 길고양이가 우는 게 시끄럽다며 잡으라는 황당한 지시를 했다. 지붕 밑을 뜯어내서 두 마리의 고양이를 잡았고 이를 A가 아는 지인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하여 입양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2024년 12월 11일, 또 지붕 위에서 소리가 난다는 이유로 길고양이 포획을 지시받아 포획틀을 구해 고양이를 잡았다. 포획한 고양이를 A가 혼자 입양처 알아볼 때까지 수도군단장 부부는 관사 화장실에서 고양이를 데리고 있었는데, 이틀 동안 입양처가 정해지지 않자 대여섯 번에 걸쳐 “어떡할거냐”면서 재촉하는 등, 마치 A가 입양처를 구해오지 못해 고양이로 신세를 지고 있는 것처럼 다그쳤다. 고양이가 입양 간 후 수도군단장 부인은 당연하다는 듯 고양이의 배설물이 묻은 수건들과 배변패드가 담긴 쓰레기봉투를 A에게 건네 주며 처리하게 했다.
아. 반려동물 밥 챙겨주기
수도군단장은 본인과 가족들이 관사에 부재 시 반려동물(앵무새, 개)들의 밥을 챙길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휴일 가족들과 쉬고 있는 A에게 전화하여 관사에 들러 밥을 줄 것을 지시했다. 수도군단장은 관사 부엌 쪽 천막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고, 반려동물이 지내는 방의 위치를 알려주고선, 출입한 뒤 부인에게 전화하면 밥을 주는 방법 등을 안내할 것이니 조치하라고 하였다.
자. 기타 사적 지시
수도군단장은 이외에도,
- 관사 앞으로 온 택배 심부름, 집안 내 커튼 설치, 침대 위치 바꾸기, 싱크대와 세면대 필터 교체, 방충망 설치, 문고리 교체, 얼음정수기 설치, 블라인드 교체, 화장실 보수 및 재떨이 설치, 손님맞이용 장보기 등 관사 관리 전반
※ 이와 관련한 소통은 주로 수도군단장 부인을 통해 진행됐음. 원래 관사 보수와 관리의 책임은 수도군단 인사처 주거관리과 관사관리실 소관이나, 수도군단장은 ‘일을 지시하기 번거롭다’는 이유로 비서실에 지시
- 수도군단장 담배심부름, 부대 회식이 아닌 개인 술자리까지(비서실 직원 군단장 소유 개인차량을) 운전토록 하여 이동
- 집무실에 비서실 직원이 여럿 모인 자리에서는 따로 사적인 지시를 하지 않다가, 부사관 직원들과 단둘이 있을 때만 무리한 부탁을 하는 등, 사적 지시가 외부에 알려지면 문제가 될 만한 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