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채 상병 유가족과 시민 107,528명, 박정훈 대령 무죄 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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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채 상병 유가족과 시민 107,528명, 박정훈 대령 무죄 탄원

- 군사법원, 내란수괴에 부역 말고 법과 정의에 따라 무죄 선고해야 -

군인권센터는 2024년 11월 21일부터 12월 31일 자정까지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시민 무죄 탄원 운동을 진행하였다. 탄원에는 무려 107,528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탄원서는 1월 2일,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제출한다. 선고공판은 1월 9일 오전 10시다.

故채수근 상병 아버지, 어머니께서도 박정훈 대령 무죄 탄원서를 전해왔다. 유가족은 지난 12월 3일 탄원서를 전달해왔으나, 해당일 윤석열의 12.3. 내란사태가 발발하여 이를 발표하지 못하였다가 오늘 제출하게 되었다. 유가족은 탄원서에서 “과실이 있는 지휘관에게 책임을 물으려 한 수사단장을 처벌 한다면 앞으로 철저한 안전대책을 세울 수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누군가의 사랑하는 아들이 희생되어 그 가정은 풍비박산 나고 부모는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무고한 피해자들이 계속 발생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라며 참담한 심정으로 모진 고통을 겪고 있는 박 대령의 무죄를 탄원했다. 오랜 고통의 시간 끝에 전해온 유가족의 탄원에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아울러 원로 형법학자인 하태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명예교수도 지난 12월 26일, 군사법원에 전문가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하 교수는 공판 과정에 비추어 항명죄의 성립 요건인 ‘상관 명령’의 존재가 입증되지 않았고, 설사 상관, 즉 해병대사령관의 명령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명령의 내용은 위법하여 구속력이 없는 명령에 해당하는 등 법리적으로 박 대령이 유죄일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군검찰은 박정훈 대령이 군의 기강을 무너뜨렸다며 항명죄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수많은 장성들이 12.3. 내란에 가담해 구속되고, 군이 쑥대밭이 된 지금, “우리 군 장병들에게 ‘불법적인 명령을 하여서는 안된다. 불법적인 명령에 복종하여서도 안된다.’고 말해주십시오’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던 박정훈 대령의 최후 진술을 복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박정훈 대령과 내란범으로 전락한 군 수뇌부들 중 군의 기강을 무너뜨린 것은 누구인가? 

진실과 정의를 향한 박정훈 대령의 싸움은 단 한순간도 외롭지 않았다. 1월 9일, 선고 공판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많은 시민들께서 9시부터 신용산역 인근 군사법원 앞을 가득 채워 법정에 출석하는 박정훈 대령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실 것을 호소한다. 이 날 법정 출정 전 기자회견은 군사법원 앞에서 9시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박정훈 대령은 항명을 한 것이 아니라 불법 명령을 거부한 것이고, 상관 이종섭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라 수사 외압 부역자 이종섭의 범죄 행각을 밝힌 것이다. 윤석열이 본격적으로 내란을 모의하기 시작한 계기가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과 관련하여 이종섭을 호주대사로 도주 시키려고 했던 사태로부터 촉발되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군사법원은 법과 정의에 따라 판결할 것인가, 수사외압의 몸통인 내란수괴와 그 일당에게 부역할 것인가? 10만 탄원인의 분노가 군사법원을 주시하고 있다. 무죄 판결을 촉구한다.

[별첨 1] 시민 탄원서 

[별첨 2] 故채수근 상병 유가족 탄원서

2025. 1. 2.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

[별첨 1] 시민 탄원서  

탄 원 서

 존경하는 재판장님,

 탄원인 107,528명은 국방부중앙지역군사법원 2023고43 사건의 피고인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해주실 것을 탄원합니다.

 피고인은 ‘해병대 故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과정에서 해병대 1사단장 임성근 등을 사망 원인 범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윤석열의 외압을 거부했습니다. 위법한 명령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국방부검찰단은 피고인을 집단항명수괴죄로 입건했다가, 항명죄로 죄명을 변경하여 수사를 개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이 항명죄 수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수사 외압의 진실을 알리자 국방부장관 이종섭에 대한 상관명예훼손 혐의도 추가했습니다.

 항명죄와 상관명예훼손죄로 피고인을 기소한 군검찰은 2024. 11. 21.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이 군 전체의 기강에 악영향을 끼쳤음으로 엄벌해야 한다’며 항명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습니다.

 그로부터 13일 뒤인 2024. 12. 3., 대통령 윤석열은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로 ‘12.3. 내란’을 일으켰습니다. 윤석열은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할 목적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에 맞지 아니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인을 출동시켜 국회의사당을 무력으로 점거하고, 국회의원들을 연행, 체포함으로써 국회의 권능을 마비시키고자 했으며, 급기야 발포를 명령하여 내란목적살인을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국방부장관 김용현을 위시한 군 지휘부는 윤석열과 함께 내란을 모의, 계획, 준비하였으며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리고 수천의 무장한 군인과 경찰들이 윤석열과 김용현의 위헌, 위법한 명령에 따라 국회의사당에 난입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장악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군인이 내란죄 피의자가 되어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내란에 가담한 주요 지휘관들은 앞다투어 언론, 유튜브에 출연하거나 국회,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이 내린 위법한 명령의 실체를 진술하고 있습니다. 내란에 가담한 죄를 벗어날 방도가 없으니 형량이라도 낮춰보려는 심산일 것입니다. 이들 외에도 장래에 부화수행자, 단순동조자로 입건되어 수사를 받게 될 군인이 몇 명이나 될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분노한 시민들은 이제 내란에 가담한 국군을 ‘반란군’이라며 꾸짖고 있습니다. 군 조직은 쑥대밭이 되었고, 이제 ‘기강’이라는 말은 입에 담기조차 무색한 개념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군검찰이 말한 무비판적이고 무조건적인 상명하복을 금과옥조처럼 여겨 온 대한민국 국군이 처한 참담한 현실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탄원인들은 작금의 사태가 하루아침에 빚어진 일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하며 증언을 회피하고, 증언을 거부하면서도 ‘본인의 형사 소추가 우려되기 때문’이라는 이유 한 문장을 제대로 하지 못해 말을 돌리고 법정 출석 자체를 회피하던 고위공직자, 고위급 군인들을 보며 방청석에 앉은 시민들이 야유하고 비난했던 것은 이들이 법원의 방청 규정을 모르는 몰상식한 사람들이라서가 아닙니다. 눈앞에서 세상의 상식이 무너져가는 걸 보면서 거대하고 불의한 권력을 꾸짖을 방도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사 외압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국회가 세 번이나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켰지만, 외압의 주범인 대통령 윤석열은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세 차례의 거부권 행사로 특검을 좌초시켰습니다. 수사기관은 윤석열에게 부역하거나, 눈치 보기에 급급했습니다. 그 사이 직분에 따라 법과 양심을 지킨 사람은 속절없이 범죄자로 몰렸고, 윤석열의 권력에 기생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나날이 승승장구했습니다. 법은 멀고 권력은 가까운 세상에서, 권력에 부역해야 승리하고 정의에 복무하면 패배한다는 인식이 누적된 모든 시간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비극의 예고편이었습니다.

 지난 날 피고인을 항명수괴로 몰아 법정에 세웠던 대통령 윤석열과 국방부 및 군 수뇌부는 각각 내란수괴와 내란주요임무수행자가 되어 법정에 서게 될 것입니다. 하여 탄원인들은 오늘에 이르러 피고인의 법정 최후진술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군 장병들에게 ‘불법적인 명령을 하여서는 안 된다. 불법적인 명령에 복종하여서도 안 된다.’라고 말해주십시오. 우리 국민에게 ‘정의는 살아있고,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라는 사실을 알려 주십시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사건 판결의 의미는 단지 피고인 한 사람의 유·무죄를 가리는 일에 그치지 않습니다. 피고인에 대한 무죄 선고는 우리 사회에서 장차 공직에 임하게 될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경종이자 공직 사회, 특히 군대가 스스로 무너뜨린 사회적 신뢰 회복의 단초가 될 것입니다.

 지난한 시간을 지나 마침내 불의한 권력이 국민의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이제 진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힘겹게 진실을 지켜온 이들의 고초를 끝내주십시오. 그리하여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게 하겠다’며 채수근 상병 영전에 남긴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의 소중한 맹세를 지켜주십시오.

 피고인 박정훈은 무죄입니다.

2025. 1. 2.

탄원인 김태성 등 107,528명

[별첨 2] 故채수근 상병 유가족 탄원서 

탄원서

 존경하는 재판장님!

 여러 업무로 바쁘실텐데 살펴주시기를 요청드리며 탄원서를 올립니다.

 저는 2023년 7월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작업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의 부모입니다 .

 그동안 저희 채수근 상병 유가족들은 모든 일이 순리대로 잘 진행되어 철저한 조사의 결과를 토대로 완벽한 안전 대책을 세우기를 고대하였으나, 언론을 통해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논란들을 보면서 참으로 애통하고 고통스럽고 참담한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희 아들 수근이가 전쟁이나 군사작전이나 예측하지 못한 돌발 상황에서 사망했다면 부모로서 고통은 있겠으나 한맺힌 원통함과 억울함의 고통 없이 일상을 살아 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유원지에서 오리배만 타도 만약을 대비해서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합니다. 수근이 사망 당시는 몇 주 전부터 전국적인 폭우로 인한 인명, 재산피해가 많이 발생한 국가적인 비상 상황으로 TV 뉴스가 연일 재난 안전 방송을 편성하여 전국적인 피해 상황을 실시간 방송하였고, 재난안전 문자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전국민의 휴대폰에 발송되었으며, 수근이가 사망하기 4일 전에는 오송 지하차도에서 폭우로 제방이 무너져 침수 사고가 발생, 14명이라는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었습니다. 특히 예천 지역은 폭우로 인한 피해가 전국에서 가장 심했던 곳으로, 해병대 장갑차조차도 흙탕물과 빠른 유속 때문에 5분을 못 버티고 철수할 만큼 모든 게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수근이 사망 전날까지도 전국적인 폭우가 계속 되었습니다.

 누구나 위험 예측이 가능했고 안전장비를 갖추고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무슨 이유로 지휘관들이 흔해 빠진 구명조끼 하나 착용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아 어린 병사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고 한 가정을 파괴하여 말할 수 없는 고통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상태로 살게 만들었는지 지금도 저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 부부는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지금 삶의 끈을 놓아도 아무런 아쉬움도 없으며, 어떠한 의욕도 없는 상태로 지내고 있습니다.

각급 지휘관들은 휘하장병들의 안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가장 먼저 어린 병사들의 안위를 걱정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어린 병사들이 유속도 빠른 흙탕물속에서 수중수색, 대민지원 활동을 하는데, 어떤 지휘관도 입대한지 채 몇 개월 되지 않은 어린병사들의 수중수색이 위험하다는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그 지시를 거부하거나 물속 투입을 금지 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수중 수색시 안전에 관한 구체적인 어떠한 대책도 지시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저는 각급 지휘관들 중 한사람 만이라도 그 직을 걸고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했다면 이런 허무하고 비극적이며 불행한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상급 지휘관들의 무책임함, 무지함, 무모함으로 인해 어린 병사의 생명 하나를 지켜주지도 못했으면서, 어느 지휘관 하나 부끄러움을 알고 스스로 책임지는 모범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구차한 변명과 힘없는 하급지휘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군인답지 못한 모습을 보면서 유족이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뿐입니다.

 이처럼 이미 위험이 예고된 장소에 어린 병사들을 보내면서 흔해 빠진 구명 조끼나 안전에 관한 지시도 하지 않아 억울하게 죽게 만든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휘관을 조사해서 책임을 묻고, 오직 더 이상 군에서 억울하고 허망한 죽음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우국충정의 심정으로 본인의 모든 안락함을 포기하고 저희 부부의 하나뿐인 아들 수근이의 사망사건을 조사하시다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모진 고통을 겪고 계신 박정훈 전 수사단장과 그분 가족들을 생각하면 우리 부부는 죄인 아닌 죄인의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감히 호소 드립니다.

 과실이 있는 지휘관에게 책임을 물으려 한 수사단장을 처벌 한다면 앞으로 철저한 안전대책을 세울 수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누군가의 사랑하는 아들이 희생되어 그 가정은 풍비박산 나고 부모는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무고한 피해자들이 계속 발생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고통과 아픔은 우리 부부가 마지막이기를 바랍니다. 군에 복무중인 장병들과 앞으로 군에 입대할 청년들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들의 안위와, 철저한 안전대책 수립을 위해서 박정훈 전 수사단장님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시기를 바랍니다. 박정훈 전 수사단장님께서 명예로운 군 생활을 하실 수 있도록 명예를 회복시켜 주시길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2024년 12월 3일

故채수근 상병 부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