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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방첩사, 군무원 처우 개선 국회 청원인 색출, 탄압 수사
- ‘아이폰 사용 금지 계획 문건’ 제보했다며 군사기밀누설죄 덮어씌워 전방위 수사 중 -
국군방첩사령부(舊 기무사령부)가 2023. 7. 25. 국회 ‘군무원의 국민 기본권 보장 및 처우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에 관한 청원’을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군무원 A씨를 보복성으로 표적 수사하며 함께 군무원 처우 개선에 관해 의견을 나누던 군무원들을 추적, 수사망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A씨가 제기한 청원은 2023. 6. 27.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5만 명의 동의를 받고 청원 요건을 갖추어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된 바 있다. 구체적인 청원의 내용은 (1) 타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군무원도 직장협의회 설립·가입을 허용해 줄 것, (2) 민간인인 군무원을 군인과 사실상 똑같이 취급하고 있는 불합리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을 개정해 법의 적용 범위에서 군무원을 삭제해줄 것, (3) 전시가 아닌 평상시에 민간인인 군무원을 「군형법」 적용 대상자에서 제외해 줄 것으로, 합리적 대우와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전체 군무원의 수가 약 4만 여 명임을 고려하면 5만 명 청원 요건을 달성한 것은 그만큼 군무원 당사자들의 처우 개선 요구가 절박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A씨는 평소 다른 군무원들과 교류하며 군무원 처우 개선 소요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방안을 고민하던 차에 용기를 내 국민동의청원을 개시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방첩사는 1년여가 지난 2024. 6. 13. 갑자기 A씨가 ‘군 간부, 군무원 아이폰 사용 금지 계획 문건’을 언론사 등에 제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군사기밀보호법」 상 군사기밀누설죄에 해당한다며 압수수색을 실시해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그러나 방첩사는 A씨의 핸드폰에서 별다른 증거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군에서는 군이 운용하는 보안앱(녹음, 카메라 등 스마트폰 기능 차단 앱)이 아이폰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간부와 군무원들의 아이폰 사용을 금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었다.(2024. 10. 1. 부 사용 금지 조치 실시 중) 군 내 대부분의 업무에 휴대전화가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사용 중인 기기를 반입 금지하는 조치에 대해 군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왔다. 군이 직접 보안폰을 만들어서 보급하는 것도 아니면서, 군에서 개발한 앱이 일부 기기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강제로 기기 변경을 요구하는 건 불합리한 처사라는 것이다.
이러한 군의 아이폰 사용 금지 계획은 10월 시행과 동시에 전면 보도가 된 사실이고, 이미 5월부터 관련 보도도 나오고 있었다. 계획 문건이 군사기밀이 아니라는 뜻이다. 방첩사는 압수수색을 통해 A씨가 언론에 문건을 제보한 사람이라는 걸 밝히지도 못했지만, 설령 A씨가 문건을 제보했다하더라도 군사기밀누설을 운운하며 압수수색을 한 건 황당한 억지다.
혐의의 사실 여부와는 무관하게, 방첩사는 국민동의청원이 제기된 이후로 계속해서 A씨를 사찰, 추적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A씨가 「공무원 직장협의회법」을 개정하여 군무원들도 일반·소방·경찰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직장협의회 설치, 운영을 가능하게 해달라며 군무원 처우 개선을 주장하고 이러한 움직임이 국민동의청원 등을 통해 힘을 얻자 차제에 A씨를 ‘입틀막’하고자 표적 수사에 돌입한 것이다.
압수수색 등을 통해 A씨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방첩사는 이젠 각 부대를 돌아다니며 불특정 군무원들에게 ‘부대로 찾아가겠으니 협조해달라’며 찾아가 대뜸 참고인 조사를 시작하며 A씨와의 접촉 사실을 확인하고 다닌다고 한다. 이를 통해 군무원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A씨를 고립시키고, 군무원들을 겁박하는 효과를 거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A씨를 비롯한 군무원들의 ‘처우 개선 요구’를 전방위적으로 탄압하고 있는 것이다.
방첩사는 군 내에 침투한 간첩을 잡고 군부 쿠데타를 방지할 목적으로 운용되는 군 정보기관이다. 간첩을 잡으라고 만든 부대가 군에 대한 비난 여론이 형성될 소지가 있는 문건을 언론에 제보한 사람을 색출하겠다며 역량을 쏟는 기막힌 행태에는 역사적 연원이 있다. 방첩사는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보안사령부로 악명을 쌓았고, 민주화 이후에도 기무사로 명칭을 바꾼 뒤 민간인 사찰, 정치 공작 등 본연의 임무와 동떨어진 위법행위를 일삼아왔다. 그러다 2018년에 이르러 계엄령 문건 사건, 세월호 유가족 사찰 사실이 드러나 해편되어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명칭이 바뀌고 권한, 임무, 인원을 축소했으나, 윤석열 정부가 다시 이름을 방첩사령부로 바꾸며 권한과 조직을 부활시켜줬다. 방첩사는 최근 김용현 국방부장관이 대통령 경호처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공관으로 방첩사령관과 수도방위사령관, 특전사령관을 불러들였다는 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가수사본부장을 데리고 방첩사령부를 방문해 만찬을 했다는 점 등으로 인해 또다시 계엄령을 모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현 방첩사령관은 대통령의 고등학교 후배인 충암고등학교 출신 여인형 중장(육사 48기)이다.
이러한 가운데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군무원을 표적 수사해 탄압하고 있다는 것은 방첩사가 과거로 회귀하여 권력의 하수인이자 무소불위의 정보기관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이 방첩사를 앞세워 복무 관련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들을 일망타진해 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민간 전문인력으로 군에서 근무 중인 군무원들은 군 처우 개선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을 뿐 아니라 최근 군 간부 충원에 차질이 생기자 군무원이 맡고 있지 않던 위병소 근무, 당직 근무, 군사 훈련 등 군인의 업무까지 떠안고 심지어는 일부 부대에서 화기 훈련을 요구받기까지 하는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문제 제기 인원을 색출하고, 추적하고, 사찰해서 없는 죄를 만들어 처벌하는 것은 군사 독재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충격적인 행태다.
국방부장관에게 요구한다. A씨에 대한 수사를 즉시 중단하고, 문건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명목으로 군무원들의 정당한 처우 개선 요구를 탄압하고, 헌법 제26조가 보장하고 있는 청원권을 짓밟는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하 관련 책임자들을 즉각 보직해임하고 법령에 따라 처벌하라.
2024. 12. 2.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