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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군사경찰,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 유가족 앞에서 욕설
- 보강수사 요구하자 수사설명회 도중 퇴장… 유가족 요구 묵살하고 군검찰 기록 송부 강행 -
지난 8월 7일, 육군 12사단 박태인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 사건 관련 ‘유가족 변사사건 수사 설명회’ 도중, 수사를 맡은 육군 3광역수사단 32지구수사대장 김 모 중령이 수사 내용 브리핑 후 유가족 측 요구사항을 듣던 도중 “씨X”이라고 욕설을 하며 퇴장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망 사건 수사설명회는 「부대관리훈령」 제265조에 따라 ‘수사과정에 대한 유가족 의혹 및 궁금증 해소’ 등을 위해 수시로 개최하는 것으로, 훈령에 따르면 군사경찰에게는 ‘유가족의 요구사항을 청취하고 그 결과는 다음 설명회 시 과학적인 증거자료를 제시하면서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날 설명회에는 서울에 위치한 피해자 법률대리인 사무실 내 회의실에서 진행되었으며, 박태인 훈련병 부모님과 형, 피해자 법률대리인과 육군 3광역수사단 32지구수사대장, 수사관 3명이 참석했다(* 수사관 3명 중 1명은 설명회가 진행되는 동안 회의실 밖에서 대기하였음).
유가족들은 설명회에 앞서 법률대리인과 상의하여 사고 직후 후송 지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군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의 판단 및 결정 내용과 가해자들이 과거에도 다른 훈련병들에게 가혹한 얼차려를 부여해왔는지 군사경찰에 확인해보기로 했다. 가해자들이 과거에도 규정을 위반한 가혹한 얼차려를 부여해왔다는 정황과 제보들이 있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박태인 훈련병의 사망은 예고된 참사나 다름 없기 때문에 유가족들은 이를 밝히고자 했던 것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져왔다면 가해자 뿐 아니라 신병교육대대 대대장, 17보병여단장, 육군12사단장 등 얼차려 실시의 관리 책임이 있는 지휘관들에게도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의료종합상황센터 문제의 경우 7월 2일에 있었던 직전 수사설명회에서 자료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한 달 동안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 확인해보고자 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날 군사경찰은 설명회 과정에서 사실상 두 가지 의문점에 대해 수사가 어렵다고 이야기한 뒤 수사를 마무리하고 군검찰로 사건기록을 송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래서 유가족 법률대리인은 ‘송부해선 안된다’며 유가족의 보강 수사 희망 의사를 전달했는데 32지구수사대장 김 모 중령은 ‘지시할 권한이 있냐’며 언쟁을 벌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자신의 군번을 대며 법률대리인보다 군번이 앞선다는 부적절한 언행까지 했다. 그런 뒤 법률대리인은 하지도 않은 ‘반말을 하지 말라’며 시비를 걸다가 ‘나가겠다’, ‘나중에 문제 제기는 저에게 하면 된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이때 “씨X”라고 말한 것을 유가족, 법률대리인,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 모두 들었다.
이날 군사경찰이 설명한 내용에 따르면 유가족 입장에서는 도저히 수사 종결에 동의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군사경찰은 국군의무사령부에 의료종합센터 상황일지를 요청했으나 제공받지 못했다고 한다. 후송 지연은 사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수사 대상 기관에서 자료를 주지 않으면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군사경찰은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에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하겠다고 한 것이다. 변사사건수사도 엄연한 ‘수사’고, 이는 민간으로 관할이 이전된 사망원인범죄 수사와는 별개다. 그런데 군사경찰은 사망원인범죄 수사 관할이 민간에 있다는 핑계로 변사사건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황당한 핑계를 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가해자 중대장이 과거에도 가혹한 얼차려를 부여했는지에 대해서도 사망원인범죄 관할이 민간에 있다는 핑계를 대며 해당 중대장을 만나서 수사를 하면 직권남용이 되기 때문에 만날 수가 없었고 인접 중대의 사례를 들여다봤을 뿐 해당 중대장의 과거 행적은 살필 수 없었다는 황당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자신들은 이번 사건만 들여다보는 것이지 과거까지 다 할 수는 없다는 식이었다.
이에 더해 군사경찰은 신병교육대대 대대장의 직무유기죄 혐의와 관련하여서도 내사 끝에 불입건 결정을 통지했다고도 한다. 불입건 사유도 기가 막힌다. 대대장은 5월 23일 얼차려 진행 중 대대장실에 있다가 연병장에서 큰 소리가 나길래 내다보았다고 한다. 다만 중대장이 서 있는 모습만 보였을 뿐, 훈련병들은 안 보여서 과도한 얼차려가 진행 중이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바빠서 나가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군사경찰은 실제 대대장실에 가보니 연병장은 잘 보이지 않았고, 나가보지 못한 이유도 신빙성이 있어 직무유기 혐의의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판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대장은 17:16에 중대장에게 “OO(중대장 이름)스, 살살해’라고 문자를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상식적으로 문자 내용만 보더라도 대대장이 중대장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군사경찰은 박 훈련병이 쓰러진 시간이 17:11이고, 문자가 온 시간이 그 뒤라서 직무유기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유까지 갖다 붙였다. 대대장의 일방적 진술을 근거로 명백한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다.
현재 징계위원회 회부를 위한 비위 통보 대상자에는 대대장의 윗선인 사단장, 여단장이 빠져있다. 민간경찰에서 사단장, 여단장, 대대장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수사 중이라 수사 후에 판단하겠다는 식이다. 그러나 가해자의 과거 행적에 대한 수사를 덮어두고 박태인 훈련병 사망에만 초점을 맞추면 지휘책임자들에겐 업무상과실치사 적용은커녕 징계도 주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휘권자는 민간경찰에 이첩했다는 구색만 맞추고 결국 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준 셈이다. 국군의무사령부의 후송 판단 문제 역시 석연치 않은 의혹을 전혀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때문에 유가족들이 보강수사를 요구한 것인데, 군사경찰은 바로 다음 날인 8월 8일, 보란 듯이 군검찰로 사건기록을 송부하고 이를 유가족에게 일방 통지한 뒤 수사 종결 수순을 밟고 있다.
육군이 이처럼 졸속으로 변사사건 수사를 마무리 짓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건이 지휘책임, 후송문제 등으로 번져나가지 않게 막고 싶기 때문이다. 현재 군사경찰을 지휘할 수 있는 지휘관은 각군 참모총장이다. 시간이 지나며 박태인 훈련병 사망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낮아지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가해자 두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해서 꼬리를 자르고, 지휘 책임 등은 묻지 않기로 정리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참모총장 등 윗선의 결심이 아니라면 수사관이 보강수사를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의견을 함부로 무시하며 설명회를 하다말고 유가족 듣는 곳에서 욕을 하며 퇴장하고 송부를 강행할 순 없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게 요구한다. 우선 유가족 수사설명회에서 욕설을 하며 퇴장한 육군 3광역수사단 32지구수사대장 김 모 중령을 즉시 수사대장직에서 보직해임하고, 엄중 처벌하라. 아울러 유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군사경찰에 보강 수사를 지시하라. 유가족들 역시 마찬가지의 요구를 국방부에 민원으로 제기할 예정이다. 만약 이러한 조치가 즉시 이뤄지지 않는다면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꼬리자르기로 수사 범위를 좁혀 육군 지휘부의 책임을 덜어보려한다는 의혹은 일파만파 커질 수밖에 없을 것임을 경고한다. 박태인 훈련병 장례식 당시 직접 조문을 와서 유가족과 1시간 동안 대화하며 엄정 수사를 약속했던 일이 ‘면피성 쇼’가 아니었기를 바란다.
2024. 8. 13.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