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국정조사 실시 촉구 기자회견문
지난 8월 26일, 50,000명의 시민이 ‘해병대 故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국정조사’ 실시를 국회에 청원한 날로부터 75일이 지났다. 그러나 청원은 기약 없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채 상병 사망 원인, 수사 외압 의혹을 진상 규명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빗발치는데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집권 여당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 상병 사망 사건은 치적 쌓기에 골몰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무리한 지시로 말미암아 발생한 명백한 인재(人災)다. 그러나 채 상병이 세상을 떠난 뒤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사망 원인 수사를 지휘했던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한 사람뿐이다. 박 대령은 임성근 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 명단에서 삭제하고 민간에 사건을 이첩하라는 부당한 외압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명죄를 뒤집어쓰고 보직해임까지 당했다. 반면 임성근 사단장은 박 대령이 쫓겨난 뒤로 수사기관에 소환 한 번 된 적이 없고, 끝까지 사단장 보직을 지키며 임기까지 채웠다. 게다가 11월 6일에 발표된 하반기 장군 인사에서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등으로 고소·고발된 사건에 대해 ‘무죄 입증에 전념하겠다’며 보직이 없는 정책연수생으로 발령받았다. 수사를 받아야 해서 일을 하기 어려운 지경이면 전역을 하는 것이 상식인데 하는 일 없이 혈세로 월급을 받아가며 수사에 대비하는 특혜까지 누리게 된 것이다.
수사기관의 편파 수사도 도를 넘었다. 항명죄 억지 수사를 이어온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기록 목록에는 주요 관련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의 진술서나 진술 조서는 아예 없었고, 신 전 차관의 핸드폰 포렌식 기록도 없었으며, 임성근 사단장의 일방적인 주장이 담긴 100페이지에 달하는 진술서가 편철되어있었다. 답을 정해놓고 편파 수사를 일삼은 것이다. 수사 기록 탈취와 관련해 경북경찰청장을,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임 사단장을 수사 중인 대구경찰청은 사실상 수사에서 손을 놓은 상태고, 그 사이 경북경찰청은 국방부가 짜놓은 각본대로 임 사단장을 피의자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착착 움직이고 있다.
국회 각 회의에서 수사외압을 받은 사람들의 국회 출석도 국민의힘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대통령 수사외압 의혹에 연루된 대통령실, 국방부 당사자들만 증인으로 출석하여 외압은 없었다는 자기변호를 기관의 공식 입장인 양 반복해서 되뇌고 있다. 이들이 날마다 말을 바꾸고 밥 먹듯이 거짓말을 하는 광경이 끝날 줄 모른다. 당장 지난 11월 2일 열린 국방위원회에서도 해병대 부사령관은 임성근 사단장을 7월 31일 직무배제하고 수사외압이 발생한 뒤 8월 1일에 복귀시키는 과정에서 작성된 ‘파견명령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장군 보직은 대통령에게 임면권이 있다. 그런데 11월 7일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국가안보실장은 임성근 사단장 보직과 관련해 보고받지도, 인지하지도 않았다는 황당한 소리를 했다.
진실을 파묻으려는 시도를 언제까지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하는가? 국정조사를 통해 모든 국민이 보는 앞에서 누구의 말이 진실이고 누구의 말이 거짓인지 밝히는 과정이 시급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특검 도입의 당위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커질 것이다. 국민의힘도 국정조사 방해를 멈춰야 한다. 떳떳하다면 국정조사를 거부할 까닭이 없다. 국회는 당장 국민의 뜻을 받들어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국정조사에 착수하라.
2023. 11. 9.
군인권센터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 참여연대
관련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