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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해병 2사단 일병, 선임병의 장시간 구타 끝에 기절, 숨까지 멎어

작성일: 2022-07-28조회: 1058

※ 조선미디어그룹, 채널A, 아시아경제, 한국경제의 본 보도자료 인용을 불허합니다

[기자회견문]

해병대 인권침해는 사람이 또 죽어야 끝날 셈인가?

- 해병 2사단 일병, 선임병의 장시간 구타 끝에 기절, 숨까지 멎어 -

 해병대에서 구타·가혹행위 사건이 또 발생했다. 자칫 잘못했으면 인명사고로 비화 될 수 있었음에도 부대의 대처는 안이하고 부적절하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사건 발생부대는 해병 제2사단 예하 대대다. 피해 상황은 피, 가해자 소속 대대가 6월 초 전방 초소 근무에 투입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가해자들이 피해자 A일병과 B일병에게 사소한 이유로 트집을 잡아 폭언, 욕설을 했다고 한다. 소속 중대 인원의 기수를 전부 외우라고 하는 것은 물론, 타 중대 인원의 기수까지 모두 외울 것을 강요하는 등 병영부조리도 있었다고 한다. 주로 C상병이 후임들을 괴롭히는 편이었는데, 후임들이 실수를 하면 다른 선임병들이 C상병에게 “OO가 뭐 잘못했던데?”라며 갈굴 것을 주문하는 식이었다고 한다.

 급기야 가해자 C상병은 2022년 6월 19일부터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다. A일병과 C상병이 같은 조로 초소근무에 투입되었을 때인 20시 경의 일이다. C상병은 근무 투입 시 이전 근무자였던 B일병에게 근무 인수인계를 하면서 몇 가지 질문을 던졌고, 아직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B일병이 대답을 잘 하지 못하자 명치를 5대 때렸다.

 이후 C상병은 함께 근무하는 A일병에게도 가혹행위를 저질렀다. 원래 근무를 들어갈 때에는 완전무장 상태로 가고, 간이용 병기도 들고 간다고 한다. 근무가 시작되면 무장을 풀어놓고 간이용 병기는 거치해두는데, C상병은 A일병에게 완전무장 상태로 병기를 매고 2시간 30분 동안 차렷자세로 근무하게 하였다. 중간중간 C상병은 A일병에게 “힘드냐?”고 물었는데, 해병대 악폐습에 따라 A일병은 “아닙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A일병에게 C일병은 “그럼 계속 해”라며 조롱하였다고 한다.

 또, C상병은 A일병에게 다른 중대 선임의 기수를 외우게했는데, A일병이 전방 초소 근무로 시간이 없어 미처 다 외우지 못하자 초소 뒤쪽 CCTV 사각지대로 불러내더니 “만만하냐?”며 뺨을 7~8대 세게 때렸다. 그러면서 “너는 외우지도 못하니까 짐승이다.”, “개처럼 짖어라”라고 했고, A일병이 모욕감을 느껴 작은 소리로 “멍”이라고 하자 그게 개 소리가 맞냐며 명치를 때렸다. 이후에는 말티즈 소리를 내라며 세 번 기회를 준다고 또 명치를 때렸고, 고양이 소리를 내라고 한 뒤 뺨을, 양 소리를 내라고 한뒤 또 뺨을 때렸다고 한다. 폭행은 20~30분 정도 지속되었으며 폭행이 끝난 뒤 A일병은 차렷 자세로 근무를 했고, C상병은 잠을 잤다고 한다. 

 당시 근무는 22시 30분에 끝났는데, A일병과 C상병은 00시 00분에 다시 근무에 투입되어 새벽 2시 30분 경에 철수하였다. C상병은 생활관 복귀 후 A일병이 자신보다 먼저 옷을 갈아입었다는 이유로 트집을 잡아 “XX새끼야 너는 선임이 환복도 안 했는데 너 먼저 환복하냐?”며 샤워를 하던 중에 A일병의 선임병들을 일부 깨워 샤워실로 집합시켰다. 그러면서 A일병은 알몸으로 차렷자세로 서있게 하였고, “너 때문에 다 잠을 못잔다. 빨리 샤워해라”며 선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사과를 하라고 지시하였다. 사과를 할 때도 A일병이 기수 순서대로 사과하지 않자 욕설을 하였다.

 A일병은 다음 날인 6월 21일, 부모님에게 군 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말하였고, 아버지는 중대장에게 “아들이 군 생활을 너무 힘들어한다. 아껴달라.” 내용의 문자를 발송하였는데, 중대장은 따로 문제 상황을 식별하기 위한 조치는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22일에 A일병을 불러 부모님이 걱정하신다며 연락을 자주 하라는 이야기만 하였다고 한다.

 22일에도 폭행은 계속되었다. 20시에 A일병과 C상병이 초소근무에 투입되었을 때의 일이다. C상병은 자신이 낸 퀴즈들 중 하나를 A일병이 실수로 틀리자 정답을 100번 복창하게 하였다. 죄송하다는 말을 1,000번 외치게 하기도 했다. 그러고는 “넌 사람이 아니다. 짐승이야.”라며 명치를 때렸고, 개처럼 짖으라고 시키기도 했다. C상병은 이어서 A일병에게 1시간 30분 동안 차렷자세를 시킨 뒤 ‘긴장하겠습니다’를 100번 복창하게 하고, 차렷자세 중인 A일병의 몸을 툭 쳐 반동으로 움직이면 ‘긴장을 안 한다.’며 체감상 30~40분 정도 명치를 때렸다. A일병이 울음을 터뜨리자 C상병은 “네가 잘 하기를 바라서 그런 거다.”라며 폭행을 마무리했다.

 A일병은 22시 30분 경 근무가 끝난 뒤 교대를 앞두고 기절했다. 주변 사람들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눈이 풀렸으며, 숨이 넘어가다 잘 쉬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몸이 서서히 굳었고, 바르르 떨다가 숨이 막혔다고도 한다. 이때 중대장이 응급처치하여 23시 경 즉시 인근 민간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고 새벽 1시경 다행히 의식을 되찾았다. 검사 결과 가슴 연골이 부어있었고, 통증이 너무 심해 잘 일어나지도 못했다고 한다.

 이튿날 A일병은 간호사에게 폭행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란 말을 하지 못하고 넘어졌다고만 했는데 병원 복도에 간부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병대의 기수문화에 따라 선임으로부터 당한 인권침해 사실을 간부나 외부에 알릴 경우 ‘꼰잘’이라 하여 기수열외를 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대 간부들은 이미 폭행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병원에 이를 얘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부대 간부들은 A일병의 아버지가 병원으로 오자 폭행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했으나, 병원에는 말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병원 측은 뇌전증을 의심하고 있었다고 한다. A일병 아버지를 통해 뒤늦게 폭행 사실을 알게 된 병원은 그때서야 병동을 외과로 옮겼다.

 사건 처리를 위해 부대가 취한 대응들도 문제가 많았다. C상병은 23일 오전에 분리조치되긴 하였으나, A일병에게 연락해 “널 너무 강하게 키우려고 했다”며 뻔뻔한 연락을 취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을 장시간 구타해 기절에 이르게 한 가해자의 신병도 확보하지 않고 부대만 옮겨 피해자에게 연락을 하게끔 한 일은 매우 부적절하다.

 A일병은 입원으로부터 5일이 지난 6월 28일에 퇴원하여 자대로 복귀했다. 부대 측은 아직 심신이 불안정한 상황임을 고려해 의무실에서 잘 수 있게 하였으나 간부 중에는 A일병에게 2차 가해를 한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소속 대대 주임원사는 입원 중인 A일병을 아니꼽게 보며“이 정도면 많이 쉬지 않았냐?”, “너도 도전해봐야 하지 않겠냐?”, “일병 땐 누구나 다 힘들다.”, “너 정신력 문제다.”, “빨리 부대 복귀해서 열심히 근무하면 다 잊어버릴 거다.”라고 말하며 마치 피해자가 인내심이 없어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 탓했다고 한다.

 또, A일병이 청원휴가를 나간 7월 13일에는 “다른 동기들도 구타 맞았는데 왜 너만 그러냐?”는 충격적인 말을 하는가 하면, 군 의무대 입실 중에 A일병이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을 트집잡으며 “너 혹시 24시간 동안 휴대전화 사용했었냐? 휴대전화 사용했던데 왜 너만 휴대전화를 길게 사용했냐? 휴대전화 사용 군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겁박하였고 “솔직히 난 네가 응급실에 뭐하러 일주일 동안 있는지도 모르겠다.”, “넌 어차피 군에 복무해야 한다.”며 A일병의 피해 호소를 꾀병 쯤으로 취급하기도 하였다. 해병대에서 병영 악폐습이 사라지지 않는데는 구타, 가혹행위를 ‘견뎌내야 하는 것’쯤으로 치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부 간부들의 태도도 한몫 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A일병은 자칫하다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심한 트라우마와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장시간에 걸친 반복적 구타로 사망에 이른 사건 사례도 있다. 심각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해병대 측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은 우려스럽다. 해병대라면 으레 견뎌내야 할 구타를 버텨내지 못한 병사 하나가 기절한 사건쯤으로 보는 것은 아닌가? 피해자가 상해치상의 피해를 입었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연락해 뻔뻔한 소리를 늘어놓는 가운데 가해자를 구속 수사하지 않는 점, 부대에서 간부들이 보인 반응 등을 종합하여 보면 해병대는 이 사건을 그다지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에도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충격적인 구타, 가혹행위, 성고문, 식고문 등이 발생했으나 해병대가 가해자 인권 보호 등을 운운하며 불구속 수사를 이어간 일이 있었다. 초동 수사를 진행한 해병대 군사경찰의 판단이었다. 해군 군검찰에 의해 뒤늦게 가해자 중 한 명이 구속되기는 하였으나, 인권침해에 대한 해병대의 안이한 인식을 잘 보여준 사례다. 

 불과 3개월이 지난 현재, 해병대에서 폭행으로 사람이 숨이 멎고 기절하는 일이 또 발생했다. 2005년 같은 부대인 해병 2사단에서는 이병이 선임병에게 목 부위를 구타 당하고 의식을 잃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반추해보면 이번 사건 역시 가슴을 쓸어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사건 외에도 해병대에서는 계속해서 구타, 가혹행위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병대라는 이유로 인권침해가 용인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예전에 지났음에도 반복적으로 비슷한 일이 발생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조직의 면면에 인권침해를 ‘그럴 수도 있는 일’정도로 치부하는 그릇된 인식이 뿌리부터 바뀌지 않는 한 인권침해는 사라지지 않는다. 인식의 변화는 지휘부의 의지 표명과 그에 따른 구체적 조치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해자를 구속하여 엄정수사하는 것은 물론, 구타·가혹행위를 인지하여 놓고도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저지른 주임원사 등에 대해서도 의법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해병대의 인권침해 사건 처리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책임자 전원을 엄중 문책하라.

[별첨] 피해자 A일병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료확인서

2022. 7. 28.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