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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2020년 육군 병사 한타바이러스 사망사건, 군 부실 의료가 빚어낸 참사

작성일: 2022-06-29조회: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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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2020년 육군 병사 한타바이러스 사망사건, 군 부실 의료가 빚어낸 참사

- 사단의무대 초기 문진도 허술, 혈액검사 장비 고장으로 50시간이나 허비 -

 2020. 8. 23. 제초작업 중 신증후군출혈열(이하 ‘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하여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철원 소재 육군 제6사단 소속의 A일병(상병 추서)이 실상은 군의 부실한 의료체계와 안이한 초동 대응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뿐만 아니라 사건 보도 과정에도 석연치 않은 지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1. 사실과 다른 사건 보도

 이 사건과 관련한 첫 보도는 A일병 사망 이틀 뒤인 8. 25. 자 모 언론사 단독보도이고 뒤이어 타 언론사들의 보도가 잇따랐는데, 보도에 따르면 A일병은 작업 전날(8. 10.)에 한타바이러스 백신을 맞고 8. 11.~12. 이틀 간 제초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나오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A일병은 8. 10.~12. 사흘 간 제초작업에 투입되었고, 한타바이러스 백신은 제초작업 중인 8. 11. 오전 11시 20분경에 투여했다. 백신 투여 당일에도 13:30부터 16:00까지 제초작업에 투입된 사실도 확인된다. 

 8.25~26. 이틀간 이 사건을 보도한 기사는 각 언론사 기자들이 육군 관계자에게 유선상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여 작성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그렇다면 육군은 A일병 사망 후 2~3일이 지나도록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사건을 알렸거나,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짜깁기한 셈이 된다.

 항체 형성 기간 때문에 백신을 제초작업 전날에 투여했건, 중간에 투여했건 A일병의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리는 없으나, 한타바이러스 발병 위험지역에서 백신도 투여하지 않고 제초작업에 내보냈다가 뒤늦게 백신을 투여했고, 백신 투여 후 휴식도 없이 또 제초를 내보냈다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비난을 피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만약 의도적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공보 활동을 한 것이라면 이는 명백한 사건 은폐 시도로 진상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참고로 보도 이후 유가족은 육군 제6사단장(소장 심진선, 육사46기, 現지상작전사령부 부사령관 직무대리)에게 잘못된 보도내용을 정정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사단장은 사건이 모두 마무리 된 뒤에 정정하여도 늦지 않다고 답하였다고 한다. 유가족은 현 사단장(소장 박정택, 학군30기)에게도 보도 정정을 요청했으나 현재까지도 정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2. 발병 이후에 육군이 보인 황당한 초동 대응

 사망 이후 9월에 이뤄진 역학조사와 발병시기를 고려할 때 A일병이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시기는 8.10~12. 제초작업 중이 아니고, 7.29.에 있었던 야외훈련인 것으로 확인된다.

 증상이 처음 발현된 것은 8.13.로 주변 동료들의 진술에 따르면 A일병은 이때부터 몸살 기운, 두통, 어지러움, 미열 증상등을 호소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8.18. 15:07에 열이 37.8℃에 이르자 A일병은 대대 의무실 군의관을 찾아가 진료를 보았는데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이튿날인 8.19. 09:46에 6사단 의무대를 방문하여 진료를 받았다. 

 A일병은 군의관에게 몸살기운, 오한, 식욕 없음, 무기력증, 오심 등의 증상을 이야기하였고 열은 37.3℃였다. 그런데 군의관은 최근 활동에 대한 별다른 문진도 없이 발생 원인을 ‘자연발생’이라 기재하고 6월 초 이후 출타가 없다는 사실만을 확인한 뒤 입실시켰다. 당시는 코로나-19로 방역 당국이 비상이었던 시기이었던 데다 해당 부대는 한타바이러스 위험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최근에 무슨 활동을 했는지만 물어봤어도 충분히 몇 가지 의심을 갖고 필요한 검사를 하였을 텐데 이러한 절차가 생략된 것이다. 당시 의무대에는 한타바이러스 진단키트(ICA진단키트)도 있었다고 한다.

 입실 상태에서 하루를 보낸 A일병은 8.20. 새벽 05:15에 열이 39.3℃까지 상승하는 등 상태가 악화되었다. 당시 국방부가 발령한 ‘군 발열환자 관리지침’은 ‘38.3℃ 이상 48시간 지속, 또는 39℃ 이상 발열 확인될 시 즉시 후송’방침을 규정하고 있었으나 군의관은 A일병을 상급병원으로 후송하지 않고 내버려뒀다. 

 그래도 이상징후를 느낀 것인지, 8.20. 09:41에 군의관은 간호장교에게 혈액검사를 지시하였다. 한타바이러스 감염 여부는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간호장교는 혈액검사 기기가 고장나서 검사가 제한된다고 보고했다. 상식적으로 열이 38~39℃에 달하고, 혈액검사가 필요한 상황이라 생각했으나 장비 고장으로 검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면 즉시 상급병원으로 후송하는 것이 합당한 처사다. 그러나 기기 고장을 이유로 6사단 의무대는 하루를 또 허비하고 만다. 이후 8.21. 새벽 06:10 A일병은 열이 40℃에 이르게 된다.  

 이때에 이르러 군의관은 뒤늦게 전원을 결정하여 A일병은 12:00 경에야 국군포천병원에 도달한다. 열이 40℃를 오가는 상황에서 후송까지 6시간이 걸린 것도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뒤이어 일어난 일들은 A일병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국군포천병원 군의관은 A일병을 만나자마자 최근 활동에 대해 문진하여 제초작업에 나섰다는 사실을 파악한뒤 즉시 혈액, 소변검사를 진행했다. 그로부터 1시간여 만에 한타바이러스 양성반응을 의심하고 추가 검사에 착수한다. 

 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꾸준히 줄고 있는 실정이다. 적시에 진단하여 그에 맞는 보존적 치료만 충분히 받으면 사망에 이르지 않고 치유되기 때문이다. 혈액검사 후 1시간이면 간단히 파악할 수 있는 병증 50시간이나 사단 의무대에서 허송하다 살 수 있는 청년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셈이다.

 국군포천병원은 하루를 보낸 뒤 8. 22. 09:15에 이르러 다시 A일병을 국군수도병원으로 전원하기로 결정했다. 가족들에게 상황을 알린 것도 이때다. 그러나 이미 A일병의 상태는 몹시 좋지 않았다. 의무헬기를 타고 후송을 할 정도였으니 상황은 매우 급박했던 것으로 보인다. 10:55에 국군수도병원에 도착한 A일병은 또 몇 가지 검사를 받은 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으로 전원이 결정되어 13:31에 옮겨졌으나, 다음 날인 8.23 15:41, 한타바이러스 감염을 원인으로 하는 패혈성쇼크를 원인으로 숨을 거둔다. 부실한 군의료체계와 안일한 후송체계가 빚어낸 허무한 죽음이 아닐 수 없다.

3. 일찍 진단했어도 어차피 죽었을 것이라는 육군

 사망 이후 유가족은 6사단 의무대에서 A일병을 진료하였던 군의관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로 고소하였으나, 6사단 보통검찰부는 2021. 3. 26.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하였다. 고등군사법원에 재정신청도 하였으나 2021. 12. 16. 결국 기각되었다. 

 군검찰은 군의관들이 A일병을 상기도 감염(감기)으로 오진한 사실, 한타바이러스 신속진단키트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사용하지 않은 사실,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사실, 제초작업 및 야외훈련 활동 여부를 문진하지 않은 사실, ‘군 발열환자 관리지침’을 위반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당시가 한타바이러스 빈발 시기(10~12월)이 아니었다는 점, A일병이 입실 중에 열이 약간 내리는 등 증상이 완화되기도 하였던 점, 한타바이러스 감염 초기 증상과 감기 증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피해자가 거동에 무리가 없었고 괜찮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였던 점, 활력징후에 이상이 없었던 점을 꼽아 군의관들이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뿐만 아니라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 해도 한타바이러스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고, 감염 사실을 알았더라도 사단 의무대에서 행한 보존적 치료 외에는 다른 치료법이 없었을 것이란 점, 그럼에도 A일병의 상태가 안 좋아진 점 등으로 볼 때 미리 알았더라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 판단했다. 어차피 일찍 진단했어도 죽었을 것이란 이야기나 다름없다.

 그러나 실상은 이와 다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등의 자문에 따르면 한타바이러스 감염자에게 수액 투여 등 통상의 보존적 치료를 하는 것은 맞으나, 투여량 등이 일반적인 보존적 치료와는 다르게 매우 많아야 한다고 한다. 진단을 일찍 받았다면 충분히 그에 맞는 치료를 통해 살릴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검찰, 군사법원 등이 군의관의 책임을 면해주었기 때문에 현재 이들에게 형사적으로 과실의 책임을 물을 방법은 없어진 상태다. 이들은 심지어 징계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며 세 명 중 한 사람은 전역, 두 사람은 현역으로 복무 중이다. 

4. 종합

 A일병이 진단을 제때 받지 못하고 사망한 데는 군의관의 안일한 태도, 혈액검사 기기의 고장, 늦은 후송 등의 탓이 크다. 

 군의관들은 군검찰 피의자신문에서 ‘군 발열관리지침’을 지키지 않은 이유에 대해 ‘현실적으로 감당이 안되는 지침이라 생각되는게, 이 지침대로 모든 환자를 군 병원으로 후송하면 군 병원 업무가 더 이상 진행이 안됩니다.’라고 진술하였다. 영내 생활을 하는 병사들은 자유롭게 의료시설을 선택하여 진료를 받을 수가 없다. 때문에 일반 병원과는 달리 급성기 증세가 나타나면 신속하게 후송할 것을 지침으로 세워두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군의관은 열 난다고 다 큰 병원이나 민간으로 후송하면 업무가 마비된다는 식의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군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의 전형적 모습이다. 

 게다가 군의관들은 ‘군 발열환자관리지침’ 상 발열환자 문진 시 야외활동력을 반드시 포함하여 꼼꼼하게 문진을 시행하라는 지침, 가용한 감염병 검사키트가 있다면 적극 시행하라는 지침 등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으나, ‘모든 환자한테 제한이 있습니다. 저희가 필요한 때에는 확인을 하고 있습니다’는 등의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군의관들은 ‘사단의무대는 필수검사(피검사, 흉부엑스레이, 소변검사)가 가능한 기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39도 이상 후송 이런 원칙은 저희에게 해당되지 않는 원칙입니다.’라고 진술하며 지침을 위반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필수검사 중 혈액검사 기기가 고장나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검사가 필요한 상황이라 생각했음에도 환자의 상태가 일시 호전되었고, 포천병원에 보내봐야 검사만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보내지 않았다고 하는 등의 진술도 있었다. 군에서 평상시 환자 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A일병 사망 사건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군 의료 사고의 전형이다. 유사 사례로 2011년 육군훈련소에서 발생한 故노우빈 훈련병 뇌수막염 사망 사건, 2016년 육군 故홍정기 일병 사망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장병 건강권 보장을 위한 군 의료체계 실태조사’는 자유로운 거동과 적극적인 의사개진이 사실상 불가능한 병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군 의료체계는 급성기환자 발생 시 필요한 필수 검사를 신속히 시행한 뒤 결과에 따라 상급병원, 또는 민간병원으로 전원하는 것을 핵심 기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문제의 해법이 지적되는 데도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데는 군 의료체계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차일, 피일 미루어지고 있는 까닭이 크다. 

 ‘사망자가 감기가 아닌 전염병에 감염되어 있을 것이란 생각은 전혀 안 해본 것인가요.’란 군검사의 질문에 군의관들이 ‘했습니다. (그러나) 근거가 부족했습니다.’고 답한 부분은 이처럼 한계가 뚜렷한 군 의료체계 하에서 왜 장병들이 같은 이유로 계속 죽어나가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실상 환자들이 병영 내에 갇혀있다시피 한 환경에서 질병의 근거를 파악하기도 어려운 의료시설에 안일한 태도의 군의관까지 더해지면 사고 발생은 말그대로 ‘복불복’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가족은 A일병 사망 이후 고소사건기록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A일병 사망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그러나 6사단 보통검찰부 등은 무혐의로 결정된 피의자의 명예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사건기록 일부만을 공개하며 유가족과 행정심판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A일병의 죽음은 명백히 국가의 과실에 의한 것이다. 군 복무, 군 의료체계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A일병이 진료와 검사를 제때 못 받아 어이없이 사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임 소재를 규명하여 유가족에게 알리고 위로하는 일은 국가의 몫이다. 군인권센터는 유가족과 함께 2022. 7. 1. 출범하는 ‘군인권보호관’에게 ‘군 의료체계 부실에 따른 A일병의 죽음에 대한 국가의 책임 규명’을 취지로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다. 감염병, 급성기환자 등에 대한 군의 대비 상황에 대한 직권조사도 의뢰할 계획이다. 이번에야말로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아까운 청춘을 잃는 어이없는 반복의 고리를 반드시 깨야 한다. 새로이 출범하는 군인권보호관이 막중한 책임감으로 사건에 임해주기를 바란다.

별첨1. 6사단 간호기록지 (혈액검사 제한)

별첨2. 6사단 초진기록지

별첨3. 국군포천병원 초진기록지

별첨4. 군 발열환자 관리지침 (요약)

* 별첨자료는 첨부파일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022. 6. 30.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