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홈 > 알림 > 보도자료

[보도자료] 7년 만의 양심선언, 육군 제11사단 고동영 일병 사망 사건의 진실

작성일: 2022-06-07조회: 1365

[보도자료]

7년 만의 양심선언, 육군 제11사단 고동영 일병 사망 사건의 진실

- 2015년 사망 직후 중대장이 은폐 지시, 헌병은 알면서도 묵인 -

2015년 5월 27일 부대 간부의 폭언 등으로 정신적 고통과 직무상 스트레스를 받아 휴가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육군 제11사단 故고동영 일병 사망 사건과 관련하여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였던 예비역 부사관이 최근 고 일병 사망 직후 부대 내에서 사건 은폐 시도가 있었던 정황을 유가족에게 제보하였다. 

사망 당시 고 일병은 유서에 ‘군 생활한 지 거의 1년이 다 되 가는 데 심적으로 너무 힘들다.’, ‘어리버리해서 욕도 많이 먹었다.’, ‘정비관의 변덕스런 성격도 싫고 다른 정비 간부들에게 피해 주고 그러는 것도 싫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때문에 유가족은 부대 간부들에 의한 인권침해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했었다. 이에 대해 중대장, 정비관 등의 소속부대 간부들은 일관되게 정비관이 고 일병이 일을 잘못할 때 꾸중을 한 적은 있지만, 구타, 욕설 등은 한 바가 없고 평소에는 잘 해주었다고 입을 모아 진술했다. 

그러나 제보자에 따르면 2015년 5월 27일 고 일병이 사망하였다는 소식이 부대에 전해진 뒤 당시 중대장이었던 A대위는 헌병대가 조사를 하러 올 예정이니 병사들은 생활관에서, 간부들도 중대 내에서 대기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후 헌병대에서 조사를 나와 병사, 간부 일부가 조사를 받았는데 저녁 무렵 중대장이 간부연구실에 제보자를 포함한 모든 휘하 간부들을 집합시켰다. 이때 중대장은 휘하 간부들에게 

‘중대 내에서 이런 일이 생겨 유감으로 생각하고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죽은 사람은 죽었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앞으로 계속 헌병대 조사가 나오고 이 중에서 랜덤으로 헌병대에 지목되어 조사를 받을 텐데 대대 분위기가 안 좋으니 이상한 소리는 하지 말고 모른다고 말해라.’

라는 취지의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이후 중대장은 고 일병이 소속 되어있던 정비반 간부들과 몇몇 주요 간부를 제외한 나머지를 퇴장시켰는데, 제보자는 이 자리에 남은 사람들이 헌병대 조사에서 어떻게 진술할 것인지 회의한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이는 명백한 사건 은폐 시도다. 당시 부대 간부들의 진술처럼 정비관이 꾸중만 했다면 굳이 부대 간부들이 모여 진술을 맞추고, 침묵을 요구할 까닭이 없다. 제보자 역시 직접 부대를 오가며 정비관이 고 일병에게 “아 이새끼 또 이러네”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하고, 평소 간부들 사이에서도 폭언이 있었고, 본인도 몽키스패너로 머리를 툭툭 치는 등의 행위를 당한 바 있다고 하였다. 또, 고 일병이 사망한 뒤 평소 정비반에서 고 일병이 실수를 하면 심하게 야단을 쳤다던가, 전차 안에 가둔 뒤 나오지 못하게 하였다는 이야기도 전해들었다고 한다. 고 일병의 죽음과 관련하여 확인되지 않은 은폐된 병영부조리가 있을 것으로 강하게 추정된다.

또, 제보자는 고 일병이 휴가 전 중대장에게 ‘마음의 편지’를 작성하여 제출한 바 있는데 중대장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후 대대에서 마음의 편지를 받기 위해 중대에 방문한 날에는 고 일병을 영외 대민지원으로 차출하였다는 내용도 소속 부대 간부들에게 들은 바 있다고 하였다. 이 역시 사실이라면 고 일병의 극단적 선택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음에도 소속부대가 신고 사실을 방치, 은폐하여 참사를 초래한 것이 된다.

한편, 당시 11사단 헌병대는 이와 같은 은폐 시도의 정황을 파악해놓고도 관련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고 일병 사망 이후 헌병대가 부대원들에게 돌린 설문지에는 “최근 故 일병 고동영 사망과 관련하여 중대장, 행보관 등 간부들로부터 부대 문제점 등을 발설하지 말라고 교육받은 사실이 있는가요, 있다면 누구로부터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작성하세요.” 라는 질문이 있었고, 이에 대해 ‘교육 받았음’이라는 답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헌병대는 이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지 않고 덮었다.

이처럼 부대 간부들이 입을 맞춰 진실을 왜곡시킨 탓으로 그간 국가보훈처는 고 일병이 개인적 스트레스로 자살하였다고 판단, 재해사망군경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뒤늦게 2020년 대법원이 업무상 스트레스와 사망의 인과성을 인정하여 보훈보상대상자로 지정되기는 하였으나, 부대 간부들의 사건 은폐와 헌병대의 부실 수사로 유가족은 5년이란 긴 세월을 소송을 하며 보낼 수밖에 없었다.

당시는 2014년 육군 제28사단에서 ‘윤 일병 사건’이 발생한지 1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때로, 육군이 선임병들의 구타, 가혹행위로 사망한 故윤승주 일병의 사인을 냉동식품을 먹다 기도가 막혀 질식사 한 것으로 둔갑시킨 조작, 은폐 행위에 대해 국민적 분노가 높았던 시절이다. 이러한 시기에 버젓이 은폐시도가 횡행하였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유가족은 A중대장을 육군 군검찰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하였다. 공소시효가 2022년 5월 27일 자로 종료됨에 따라 군검찰은 지난 5월 25일, A중대장을 기소했다. 현재까지 제보자의 양심선언에 따라 밝혀진 은폐 혐의 연루자가 중대장 뿐이기는 하나, 중대장 선에서 사망 사건 은폐를 결심하고 지휘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사건 은폐 정황에 대한 전반적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1월,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고 일병이 구타, 가혹행위를 당했다거나, 당시 부대에서 사건 은폐 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진상규명해달라는 유가족의 진정에 대해 기각을 결정했다. 그러나 양심선언을 한 제보자가 나온 만큼 위원회는 직권조사 결정을 통해 즉각 재조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부대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입을 맞춰 사실을 은폐하고, 이를 밝혀야 할 군 수사기관이 묵인하거나 동조하는 일은 우리 군이 보여온 고질적 병폐다. 군이 폐쇄적 조직이기 때문에 공익제보, 양심선언이 아니고서는 진실에 접근하기 어려운 특성을 악용하는 것이다. 다행히 제보가 이루어진 사건들은 뒤늦게나마 진상 규명을 시도해볼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사건들도 많다. 그러나 상급자들이 사건을 은폐한 혐의에 적용할 죄목이 직권남용밖에 없었을 뿐더러, 법리 해석 상의 문제로 번번이 법의 심판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윤 일병 사건, 이 중사 사건 등 군에서 발생하는 사건마다 번번이 은폐, 조작, 회유, 무마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군형법』에 군인 등이 위력으로 사건 무마, 은폐, 조작, 회유를 시도하였을 때 이를 수사 및 조사 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법이 아닌 양심에 기대는 제도로는 진실은 밝힐 수 있지만 반복적 희생은 막을 수 없다. 계속되는 죽음과 군의 고질적 은폐, 무마 시도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을 마련할 때다. 

[별첨] 고 일병 사망 직후 부대원 대상 설문지

2022. 6. 7.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