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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공군, 성추행 피해 여군 사망 사건 ‘스트레스 자살’로 둔갑

작성일: 2021-11-15조회: 8324

 조선미디어그룹, 채널A, 아시아경제의본 보도자료 인용을 불허합니다. 

[ 기자회견문 ] 

 참고: 군 인권침해나 군 복무에 따라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과 그 가족분들께서는 군인권센터가 시행하는 #심리상담 <#마음결 프로그램>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안내문: https://mhrk.org/notice/view?id=3002). 

공군, 성추행 피해 여군 사망 사건 스트레스 자살로 둔갑 

- 유가족에게 강제추행 은폐하다 이 중사 사망사건 수사 종결 후 슬그머니 별건 기소 - 

 

지난 5월, 공군에서 성추행과 2차 가해 속에 故 이예람 중사가 사망 한 사건이 발생했다. 국민적 분노 속에 대통령의 엄중 수사 지시, 국방부장관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이어졌고, 군은 최초로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특임군검사까지 임명하는 등 수선을 떨었으나 결국 수사는 대국민사기극에 가까운 제 식구 감싸기로 종결되었다. 

그런데 공군은 그 와중에도 또 다른 성폭력 피해자 사망사건을 엉망진창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2021. 5. 11., 공군 8전투비행단에서도 여군 부사관(하사, 이하 피해자)이 사망한 사건을 확인하였다. 피해자는 공교롭게도 이예람 중사와 같은 연차의 초급 부사관이었다. 사망 당시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주변인에게도 새로 맡은 업무가 연차와 직급에 비해 너무 과중하고 힘들다는 호소 정도만을 털어놓은 상황이어서, 사망 원인은 자연스레 업무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 / 코로나-19 통제로 인한 우울감 등으로 정리되는 듯 보였다. 공군은 사망 한달 만인 6. 10. 변사사건조사를 종결한 뒤 순직을 결정 하였고, 유족에게 장례 진행을 종용하였다. 하지만 상담과 사건기록을 통해 확인한 사건의 전말은 전혀 달랐다. 


1) 피해자 사망 당일 가해자가 보인 이상 행동 

피해자가 사망한 채 발견된 날, 부서 상관인 이OO 준위(감독관, 이하 가해자)는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07:33부터 23회에 걸쳐 피해자에게 전화를 하였고, 연락이 닿지 않자 07:57시 직접 영외에 위치한 피해자의 숙소(아파트)를 찾아갔다. 08:09시 숙소에 도착한 가해자는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한편, 창문을 열어 인기척을 확인하고자 했다. 인기척이 없자 아파트 경비실에 찾아가 ‘스페어 키가 있느냐’고 물었고, 없다는 답변을 듣고는 인근 마트로 가 열쇠집을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상황의 여의치 않자 08:29에 피해자 숙소 앞으로 돌아왔고, 08:45에 대대 주임원사가 도착할 때 까지 대기하였다. 주임원사가 도착한 뒤, 둘은 방범창을 뜯은 뒤 창문을 해체, 숙소에 진입하였고 08:48에 피해자가 사망한 것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매우 특이하고 비상식적이다. 8비행단의 출근시간은 08:00였다. 그런데 가해자는 일과 시작 30분 전부터 피해자가 오지 않는다며 수십 차례 전화를 걸었다. 뿐만 아니라 지휘계통으로 보고도 하지않고 직접 숙소로 피해자를 찾아 간다. 인기척이 없다는 걸 알고서도 경찰, 군사경찰 119 등에 신고 하지않고 직접 문을 열기 위해 경비실과 열쇠집을 찾아간다. 그래 놓고는 구조요청도 하지 않은 채 주임원사가 도착할 때까지 그저 대기하다, 이후에는 방범창을 뜯고 안으로 진입하는 황당한 행동을 취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숙소 안으로 진입한 가해자는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한 뒤 컴퓨터 책상에 있던 A4용지와 노트를 들고, 만지고, 집안을 수색하는 등 증거인멸에 해당하는 수상한 행동을 이어갔다. 사건 현장이 모두 훼손된 것이다. 8비 군사경찰, 군검찰은 변사사건 수사와 별개로 가해자와 주임원사를 공동재물손괴, 공동주거침입, 주거수색으로 수사한 후 기소하였고, 재판은 진행 중이다.  


2) 군사경찰, 성추행 사실 알고도 변사사건 수사 결과에서 누락 

사건 발생 후 가해자의 행적은 수사기관이 현장에 당도하기 전, 무언가 숨기거나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었기 때문으로 쉽게 추론할 수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계급이 하사와 준위로 차이가 많이 나는데다, 나이도 가해자가 28살이나 많다. 그런데 수사과정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숙소에 홀로 방문하거나, 먹을 것을 사주겠다며 집 근처에서 간 것이 최소 일곱 차례나 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 피해자에게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자주 보내고, 전화도 걸었다.  

8비 군사경찰은 변사사건 수사 초기에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별도 조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록에 따르면 5. 21. 군사경찰은 가해자를 소환해 피해자와의 평소 관계, 피해자에 대한 감정, 사적 만남과 연락을 자주 했는지 등을 집요하게 캐물었다. 이 때에 가해자는 ① 2021. 3월~4월 초 사이 ② 2021. 4. 21. 두 번에 걸쳐 부대 상황실에서 피해자의 볼을 잡아당기는 등의 강제추행을 했음을 자백하였다. 피해자가 “얼굴 만지는 거 싫습니다.”라고 거부의사를 밝혔다는 점도 진술하였다. 실제 4. 21.부터 피해자가 가해자의 전화 연락을 피하는 수가 늘어난 점도 군사경찰이 파악한 것으로 확인된다. 

사망 이틀 전인 5. 9. ,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만난 부대원 역시 가해자였다. 이날도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오전에 전화해 “12:20시 경에 만나자.”라고 했다. 집 앞에 도착한 가해자는 자기 차에 피해자를 태운 다음, 약 20분 가량 같이 있었다. 그런데 가해자는 이후 5.9.에 피해자와 통화한 기록을 골라 삭제하였다. 차량 블랙박스 기록도 이미 다른 기록으로 덮여 삭제되어버렸다. 

8비 군사경찰은 6. 2. 가해자에 대한 거짓말탐지검사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진행하였다. 가해자는 ① 현장에서 노트북이나 유서 등 기록물을 챙겨 나온 일이 있습니까? ② 함께 근무하는 동안 피해자와 성적인 스킨십을 하거나 성관계를 한 적 있습니까? 라는 두 질문에 모두 ‘아니오’라고 답했고, 이는 모두 거짓으로 판정되었다. 가해자의 수상한 행적, 강제추행 전력 자백, 미처 확인되지 않은 사건이 더 있을 수도 있다는 점까지 군사경찰이 모두 규명해낸 셈이다. 참고인들도 평소 가해자가 성인지감수성이 낮았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 평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언행이나 신체 접촉이 잦았고, 개선의 여지도 없었다는 내용의 진술이다.  

그런데 8비 군사경찰은 변사사건수사 결과에 강제추행 관련 사실은 하나도 반영하지 않았다. “변사자는 자재관리 담당으로 보직이 변경되면서 …. 체계 불안정에 따른 업무 과다, 코로나-19로 인해 민간보다 제한되고 통제되는 군대에서의 삶, 보직변경의 불확실함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스스로 목을 매어 사망한 것으로 추정” 된다는 내용 뿐이었다. 강제추행 사실을 군사경찰이 최초로 인지한 날은 공교롭게도 故 이예람 중사가 사망한 채 발견된 날이었다. 


3) 수사기록 못 준다며 버티다 슬그머니 ‘강제추행’ 기소 

유가족은 피해자가 강제추행을 당한 사실을 변사사건수사가 끝나고 순직이 결정 될 때까지도 몰랐다. 다만평소 피해자의 성격, 가해자의 행태,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점, 가해자 및 주임원사가 무리해서 집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시도했던 점 등에 대해 계속해서 의구심을 제기하였다. 6. 17.에는 가해자가 부대에 피해자 사망을 보고하기 전 증거인멸을 시도하였다고 판단하여 8비행단장, 군검사, 수사과장에게 구속수사를 요구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심스러운 정황 속에 유족은 일단 가해자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수사해줄 것을 요청하는 민원을 비행단에 재차 접수하였다. 그러자 6. 22. 담당 군검사(중위 진교빈)는 “관련 혐의에 대해 유족 요청에 의해 진정사건으로 진행하고 있고, 법리검토 중이다.”며 금시초문인 사실을 마치 유족 요청에 따라 수사한다는 식으로 답변을 보낸다. 그러나 유가족이 변사사건 수사기록을 정보공개청구한 데 대해서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관련 진정사건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수사가 종결된 후에야 열람 등사를 할 수 있다며 비공개 처분을 했다. 물론 진정 사건은 변사사건 수사와는 별건으로, 군검사 진교빈의 말은 거짓말이다. 

그러다 8. 3. 공군본부 보통검찰부는 돌연 가해자를 ‘군인 등 강제추행’으로 입건시킨다. 왜 강제추행으로 입건되었냐는 유가족의 물음에 군검찰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을 조사하다 보니 강제추행 소지가 있어 입건했다.”며,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새로 조사를 해 확인한 것처럼 꾸며서 답변했다. 군 수사기관이 강제추행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을 유가족이 알게 된 건 정보공개청구 3개월만에 처음 수사기록 자료를 받은 9.15.이 되어서였다. 이 시기엔 이미 주거침입 등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다. 공군본부 법무실과 8비 군검찰, 군사경찰이 작당하여 거짓말을 둘러대며 유가족에게 강제추행 사실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하였음을 숨기고, 사건을 축소, 은폐하여 주거침입 등만 기소하였다가 뒤늦게 슬그머니 강제추행 건을 입건한 것이다. 기막히게도 유가족이 정확한 전말을 알게 된 것은 10. 14.에 강제추행에 대한 기소가 이루어진 뒤, 공소장을 확인하고 나서다. 

5월 말 ‘이 중사 사건’ 발생 이후 국방부는 6월 2일, 전군에서 발생, 진행되고 있는 성폭력 사건을 전수조사에 가깝게 선제 조사, 점검하겠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연차와 계급의 여군 부사관이 2주 사이 두 명이나 자살하였다. 이 때 이미 8비 군사경찰은 강제추행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거짓말탐지조사까지 의뢰한 상태였다. 당시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사건이 상급 부대에 보고되지 않았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특히나 ‘이 중사 사건’으로 공군참모총장이 사퇴한 엄중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8비 군사경찰과 군검찰은 가해자에게 자백까지 받고도 성폭력 사건을 묻어뒀다. 사망사건과 성폭력의 연관성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던 것이다. 그러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슬며시 관할을 뛰어넘어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에서 강제추행 사건을 입건, 기소했다. 공교롭게도 기소가 이루어 진 10월 13일은 ‘이 중사 사건’을 계기로 대책 마련을 위해 출범한 ‘국방부 민관군 합동위원회’가 대국민 보고회를 갖고 해단한 다음 날이었다. 합동위는 대국민 보고회에서 군 성폭력 피해자 보호 등과 관련한 후속 조치 및 개선방안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 중사 사건에 대한 수사, 합동위 활동이 모두 종결된 후, 국민의 관심이 군 성폭력 이슈에서 멀어질 때쯤 사망사건과 강제추행이 연결되어 있는 사건임이 티가 나지 않게 별도 기소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중사 사건’에서 보여준 군 수사기관의 부실한 초동 수사와 8비에서 발생한 사망사건에서 군 수사기관이 보인 행태는 매우 유사하다. 변사 사건 조사 과정에서 확보된 진술과 증거들은 유서 한 장 없이 세상을 떠난 피해자의 숨겨진 이야기를 밝혀내기 위한 방향으로 모두 맞춰졌어야 한다. 그러나 공군은 의도적으로 강제추행을 사망사건과 분리함으로서 문제를 은폐, 축소하려고 시도하였고 관련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사그라들 때 쯤 슬그머니 분리 기소하였다. 관할을 넘어다니면서 사건을 진행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공군은 유가족과 법률대리인에게도 왜 강제추행건만 공군본부에서 관할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있다. 군에서 세상을 떠난 피해자의 명예를 되찾는 일은 왜 항상 유가족의 몫이 되어야 하는가? 

그 뿐이 아니다. 지난 11.02., 가해자와 주임원사에 대한 주거침입 등 사건 3차 공판에서 공군 공중전투사령부 보통군사법원(재판장 대령 권상진) 은 갑자기 강제추행 건을 주거침입 등 사건에 병합해버렸다. 그러고는 변론을 종결하려했다. 유가족은 병합 사실을 그 자리에서 알았다. 의혹이 이렇듯 많은데, 강제추행 사건을 제대로 심리도 안해보고 종결해버리려 한 것이다. 가해자가 전직지원교육 중이고, 주임원사는 준사관 임관을 앞두고 있어 빠른 재판 진행이 요구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강제추행죄는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피해자의 진술권을 보장하고 있는 성범죄이다. 당일 병합 결정을 알려주고 변론을 종결하겠다는 것은 법률에서 보장하고 있는 유족의 권리 행사를 법원이 방해하겠다는 뜻과 다름 없다. 가해자들의 편의를 위해 군 수사기관과 군사법원이 합심하여 조직적으로 강제추행 사건을 묻고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군사법원과 군 수사기관은 상습적으로 성폭력, 인권침해 피해자가 사망하면 사망과 사망의 원인이 되는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의도적으로 부정하며 유체이탈식 판결과 수사를 해왔다. 육군 제15사단 오 대위 사망사건이 대표적이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대놓고 가해자를 비호하는 오래된 수법이다. 이번에도 군은 달라지지 않았다. 연이어 성폭력 피해 여군이 사망하고 있는 와중에도 전혀 변하지 않는다. 사건을 축소, 은폐하고 유가족을 우롱하는 일이 끊이질 않는다.  

계속되는 사건을 통해 군사경찰의 수사, 군검찰의 기소, 군사법원의 재판 기능은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문제가 많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 앞선 다수의 군대 내 성폭력 사망사건 처리 과정 속에서 수사관계자 및 지휘계통에 대해 책임을 제대로 물은 바가 없으니 계속된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음을 통감해야 한다. 이대로 얼렁뚱땅 사건을 병합해 마무리 한다면, 다음번에도 또 억울한 죽음이 이어질 것이다. 

제대로 된 사건의 진실 규명을 통해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고리를 끊어야 한다. 사망의 인과관계를 살펴 가해자를 엄히 처벌해야 할 것은 물론, 아울러 사건 은폐와 축소를 모의해 온 수사 관련자 및 지휘계통에 대한 처벌 또한 함께 이루어 져야 한다. 

 관련 보도자료

2021. 11. 15.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