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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구타, 폭언, 집단따돌림 겪던 해군 강감찬함 소속 일병, 사망

작성일: 2021-09-07조회: 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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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구타, 폭언, 집단따돌림 겪던 해군 강감찬함 소속 일병, 사망

- 피해 호소 있었지만 피-가해자 분리도 않고 20일이나 배에 방치 -

 지난 6월 18일, 해군 강감찬함에서 선임병 등으로부터 구타, 폭언, 집단따돌림을 겪은 정OO 일병이 휴가 중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함장, 부장 등 간부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도 피해자 보호, 구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실상 방치하였다. 사망 이후 해군 3함대사령부 군사경찰이 사건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6월 27일 자로 주요 수사 대상자들이 인사 조치 없이 청해부대 임무 수행을 위해 출항하여 현재까지 돌아오지 않은 관계로 소환 조사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故 정 일병은 2020년 11월 어학병으로 해군에 입대하여 훈련을 마치고 2월 1일 자로 강감찬함에 배속되었다. 정 일병은 해군으로서 자부심이 컸다. 전입 이후 부장이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부모에게 이야기하기도 하였고, 사촌들에게도 해군 입대를 권하였으며, 친구들에게도 “해군이 멋있어 보이고 정말 좋았다.”라고 카톡을 남기기도 하였다.

 그런데 전입으로부터 열흘이 지난 2월 11일, 정 일병의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를 겪는다. 정 일병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 제12조 1항 1호에 따라 아버지 간호를 위해 2월 25일까지 2주간의 청원휴가를 받았다. 정 일병은 병원과 집을 오가며 아버지를 간호하였고, 25일 부대로 복귀하였다. 복귀 후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예방적 격리 지침에 따라 3월 9일까지 격리되었다.

 선임병들은 돌아온 정 일병을 곱게 보지 않았다. 아버지 간호를 하고 온 사정을 잘 알면서도 “꿀을 빨고 있네.”, “신의 자식이다.”라는 말을 하며 대놓고 정 일병을 따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정 일병이 승조원실(내무실)에 들어오면 다른 병사들이 우르르 나가버리기도 했다고 한다. 

 전입 직후 청원휴가를 나갔던 정 일병은 복귀 후에도 사실상 신병이나 다름 없는 상태였다. 업무에 미숙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선임병들은 이를 그냥 두고보지 않았다. 정 일병은 갑판병이었는데, 3월 16일 근무 중 실수를 하자 선임병 A와 B는 가슴과 머리를 밀쳐 갑판에 넘어뜨렸다. 정 일병이 일어나자 이들은 다시 밀쳐서 넘어뜨렸다. 정 일병이 “제가 어떻게 해야 됩니까?”라고 묻자 이들은 “뒤져버려라.”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사망 이후 승조원실에서도 폭행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정 일병으로부터 들었다는 진술도 나왔고, 선임병들이 정 일병을 앉혀놓고 갈구거나 욕설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다시 밀쳐서 앉히는 등 폭행을 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에 정 일병은 3월 16일 밤 8시 30분 경, 함장(대령 방수철)에게 카카오톡으로 선임병들의 폭행, 폭언을 신고하였고 비밀을 유지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함장은 피해자를 선임병들로부터 완전히 분리시키지 않고, 승조원실을 이동하고 보직을 갑판병에서 CPO당번병으로 변경하기만 했다. 보직이 바뀌긴 하였으나 함내에서 가해자들과 마주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정 일병은 3월 23일에 부장(중령(진) 김상훈)과 주임원사에게 과거 공황장 약을 복용하였다가 현재는 복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하였고, 당시 상황이 견디기 힘들어 다시 약 처방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하였다. 이에 3월 24일 해양의료원에 진료를 보러 갔으나 진료 인원 초과로 민간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았다. 3월 25일에는 병영생활상담관과 면담을 하기도 하였다. 

 급기야 3월 26일 밤 11시 경, 가해자들과 계속 한 배에서 지내던 정 일병은 자해시도를 하다 함장에게 연락하여 구제를 요청하였다. 이에 함장, 부장, 주임원사가 정박 중인 배로 돌아와 면담을 진행했다. 그런데 함장은 27일 새벽 1시 경 정 일병에게 가해자들을 불러 사과 받는 자리를 갖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며 가해자들을 불러 대화를 하게 하였다. 바다로 출항하여 일정기간 승조원들끼리 계속 붙어있어야 하는 해군의 특성 상, 후임인 피해자와 선임인 가해자를 분리하지 않고 화해시킨다는 명목으로 한 자리에 불러 사과시킨 것은 엄연한 2차가해로 매우 부적절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폭행, 폭언에 대한 조사, 징계 후속 조치가 없었던 것도 큰 문제다. 군인에게도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43조에 따라 다른 군인이 구타, 폭언, 가혹행위 및 집단 따돌림 등을 당했을 때 신고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함장 등 지휘관은 이러한 의무를 방기하였다.

 불안함이 과중 된 정 일병은 입대 전에는 보이지 않던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3월 28일부터 구토, 과호흡 등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정 일병은 28일 저녁 8시 경, 함장에게도 카톡으로 이와 같은 상황을 알렸다. 친구들과의 카톡 내용 등을 보면 약이 없으면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갈 수 없다고 하였고, 스스로를 미쳐가고 있는 중이라 정의하기도 하는 등 심리적 불안이 극대화 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일련의 상황을 모두 인지하고, 심지어 자해 시도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함장은 정 일병을 하선 조치 하지 않았다. 해군으로 복무하면 6개월 간 배를 타야 하는 규정이 있고, 중도에 하선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행정 절차 등이 뒤따르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함장은 정 일병의 위험한 상태에도 불구하고 하선시키지 않고 정 일병을 방치했다. 3월 29일에 부장이 정 일병과 면담을 하긴 했으나 도움병사 C등급으로 지정하는데 그쳤을 뿐이다.

 3월 30일 13시 경, 정 일병은 갑판에서 청소 중 기절한 채 발견되었다. 30분 간 휴식한 후에도 다시 청소를 하겠다며 돌아가는 등 정 일병은 선임들에게 잘 보여야한다는 강박감과 불안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4월 초, 부장은 정 일병을 불러 “나랑 잘해본다더니 왜?”라며 쓰러진 정 일병을 책망했다고 한다. 정 일병은 이때 또 과호흡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목격자에 따르면 비슷한 시기 부장은 정 일병을 제외한 강감찬함 병사들을 모두 집합시키고, 정 일병은 함내 식당에 들어가있게 했다고 한다. 집합 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으나, 정 일병은 식당 내에서 몹시 불안해하며 자책하고 있었다고 한다. 긴급한 의료 조치가 필요한 인권침해 피해자를 방치하다 못해 증세를 악화시키는 부적절한 조치만 잇따랐던 것이다. 

 정 일병은 3월 31일 해양의료원에 다시 진료를 보러 갔으나 진료 인원 초과로 그냥 돌아왔고, 병영생활상담관만 만났다. 해양의료원은 4월 1일에 다시 내원하여 진료를 받았다. 이 때 강감찬함은 뒤늦게 가해자들에게 경위서를 쓰게 했다. 경위서를 쓰게 한 날이 4월 1~2일이니 함장이 폭행, 폭언을 인지한 날로부터 무려 보름이나 지난 시점이었고, 가해자들이 정 일병에게 사과하게 한 날로부터도 5일이 지난 뒤였다.    

 이후 함장은 4월 6일이 되어서야 정 일병을 하선시켜 민간병원에 위탁진료를 보냈고, 정 일병은 정신과에 입원하기에 이른다. 정 일병이 배에서 내린 뒤인 4월 8일, 강감찬함은 징계위원회도 아닌 ‘군기지도위원회’에 가해자들을 회부했다. 군기지도위원회는 군기훈련이나 벌점 등을 부여하는 곳이다. 폭행, 폭언이 식별되어 경위서를 쓴 병사들을 하선시켜 수사하기는커녕, 군기지도위원회에 회부하고 마무리 지어 사건을 덮어버린 셈이다.

 이후 6월 8일 병원에서 퇴원한 정 일병은 퇴원 후 7월 2일까지 휴가를 받았다. 가족들은 당시 정 일병이 눈에 띄게 살이 빠져있었고, 살갑던 예전 모습과는 달리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기 조차 어려워했다고 한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스스로 낙오자가 되었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그러다 6월 18일 아침, 자택에서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그런데 해군 3함대는 함내 관계자들의 신상을 확보하기는커녕, 정 일병 사망으로부터 열흘이 지난 6월 27일 함장, 부장 등을 인사조치 없이 그대로 청해부대로 보내버렸다. 이로 인해 함장, 부장 등 주요 수사 대상자들은 아직도 제대로 된 조사를 받지 않았다. 진술 오염의 가능성이 우려됨에도 군사경찰은 배가 돌아오면 함장, 부장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며 태평한 소리만 하고 있다.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군사경찰의 의지도 의심스럽다. 7월 26일, 해군 3함대 군사경찰대는 정 일병 유가족에게 중간수사브리핑을 진행하였다. 유가족이 궁금해 하는 것은 왜 가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아직까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지, 함장 등 간부들은 심각한 상태를 인지하고도 빨리 하선시키지 않아 정 일병의 증세가 악화되도록 방치한 것인지 등이다. 그런데 군사경찰은 유가족에게 가해자들이 정 일병을 밀친 것을 폭행으로 인지하지 못했다, 정 일병이 비밀로 해달라고 하여 메시지를 받고 삭제한 뒤 그 때부터 가해자들을 눈 여겨 보았다는 함장, 부장 등의 변명을 전달하였다. 또, 도움, 배려병사 등의 등급을 정하는 신상관리위원회가 월 1회 열리기 때문에 자해 시도 등을 한 병사가 해당하는 도움병사 B등급으로 지정하지 못했고, 하선조치 역시 이에 따라 늦어졌다는 식의 황당한 변명도 전달하였다. 뿐만 아니라, 브리핑 말미에는 정 일병 휴대폰 포렌식 결과 입대 전 자해 시도 등이 식별된다는 사건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을 전하기도 하였다. 정 일병이 원래 문제가 있었던 병사고, 이에 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면 굳이 유가족에게 전할 필요가 없는 말이다. 군사경찰의 의도가 의심스러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구타, 폭언, 집단 따돌림 등을 겪었던 정 일병의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것은 명백한 군의 책임이다. 정 일병은 살기 위해 수차례 함장 등 지휘관에게 SOS를 보냈다. 외부에 도움을 청할 법도 하건만, 지휘관을 믿고 계속 조치를 요청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정 일병을 방치했고, 잡음 없이 사건을 묻고 가기 위해 가해자들도 방치했다. 해군 3함대 군사경찰대 역시 가해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이유로 변사사건수사에 참고인으로 부르기만 했을 뿐, 제대로 된 수사는 시작도 못한 상태다. 강감찬함에서는 지난 5월에도 대위가 만취해 병사의 뺨을 때리고 음료수캔을 얼굴에 집어던지는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이로 인해 상급부대 감찰 조사도 실시된 바 있다. 이 때에도 정 일병 관련 사건은 쉬쉬하고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배에서 악성 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해군은 이러한 문제들을 제대로 식별하지도, 관리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공군에서 성추행 피해자가 방치된 채 사망한 시기가 5월이다. 이후 관련자 수사가 지지부진하게 이루어져 초동 수사 부실 등에 연루된 이들 중 대부분은 기소도 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8월, 해군에서 또 성추행 피해자가 사망했을 때도 해군은 성추행 발생 이후 피해자가 신고를 원치 않아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2차 가해 등은 중언부언 숨기려고 했었다. 정 일병 사건 역시 매한가지다. 수사관이 해군 성추행 사망 사건도 맡게 되어 정 일병 관련 수사가 지연된다는 말을 유가족에게 전했다고 한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의지가 있긴 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매번 군에서 사람이 죽을 때마다 어떻게든 사건을 무마, 은폐하여 책임질 사람을 줄여보려는 군의 특성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달마다 같은 패턴으로 장병의 죽음을 대하는 군의 태도를 보며 분노와 무력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누더기가 된 군사법원, 군수사기관 개혁의 후과에 우려를 표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반복되는 죽음 앞에 국방부의 셀프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 해군은 즉시 정 일병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가해자들의 신상을 확보하고, 강감찬함 함장, 부장 등을 소환하여 수사하라. 지지부진한 수사 역시 해군본부 검찰단으로 이첩하여 진행해야 할 것이다.

2021. 9. 7.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