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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여군 창설 71주년, 대한민국은 여군에게 안전한가

작성일: 2021-09-06조회: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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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 평 ] 

 참고: 군 인권침해나 군 복무에 따라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과 그 가족분들께서는 군인권센터가 시행하는 #심리상담 <#마음결 프로그램>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안내문: https://mhrk.org/notice/view?id=3002). 

여군 창설 71주년, 대한민국은 여군에게 안전한가 

- 제 71주년 여군의 날 맞이 군인권센터 논평- 

n 9월 6일 오늘은 제 71주년 여군의 날이다. 1948년 국군 창설과 함께 첫 여군을 배출한 이래로 1991년 여군병과 폐지(남군과 동일 병과 모병), 1997년 공군사관학교를 시작으로 한 각 군 사관학교 여생도 입학, 2002년 여성 첫 장군 배출이 있었고, 2017년에는 전 병과 / 보직 개방을 통해 여성 전투병과 사령관, 최전방 야전 보병부대 대대장까지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괄목상대할 성장이다. 1948년 당시 간호장교 31명으로 시작 된 여군은 2020년 기준으로 약 1만 4천명, 간부 인원 대비 7.4%에 이르게 되었다. <국방개혁 2.0> 기조에 따라 간부 인원 대비 여군 비율은 2022년까지 8.8%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n <국방개혁 2.0>은 단순한 양적 성장 외에도 여군들이 전 분야에서 골고루 활약할 수 있도록 근무여건 보장 등의 질적 성장을 핵심 개혁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징집인원 감소에 따라 국군 인력 운영 모델이 변하며 모병(간부) 인원이 확대 편성되었고, 이로 인해 과거에 비해 여군들이 군에서 진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커지고 있다. 

n 그러나 겉으로 나타나는 성장세에 비해 여군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여전히 참담할 뿐이다. 특히 일선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성차별, 성희롱, 성폭력은 줄어들 기미 없이 여군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 2015년부터 국방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등 각종 성폭력 근절 대책을 도입했지만, 여군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재판에 회부된 사건만 2017년 58건, 2018년 70건, 2019년 72건, 2020년 73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징계사건도 매년 세 자리 수를 기록한다. 피해자가 신고를 단념한 사건,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성희롱 등까지 합산하면 여군들이 겪는 피해는 헤아리기 어려운 수준일 것이다. 

 

n 그리고 2021년, 우리는 잇따른 여군들의 죽음을 목도하고 있다. 2021년은 여군 역사에서 가장 참담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지난 5월 공군 20비에서 발생한 성폭력 피해자 사망사건, 8월 해군2함대 발생한 성폭력 피해자 사망사건은 국방부가 도입해왔던 각종 성폭력 예방 대책이 허울만 좋을 뿐 일선 부대에서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냈다. 2017년 해군에서 발생한 성폭력 피해자 사망사건과 2018년 연이어 터진 장성들에 의한 성폭력 사건으로 국방부가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군에도 양성평등센터가 창설되어 여러 대책과 매뉴얼을 쏟아낸 것이 불과 3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매뉴얼은 작동하지 않았고, 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와 각군 양성평등센터는 컨트롤 타워의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제도를 수행하고 따라야 할 일선 부대원들의 성인지감수성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이들의 2차 가해는 피해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n 이번에도 국방부는 부랴부랴 수사심의위원회 및 특임검사 도입, 제도 개선을 위한 ‘민관군 합동위원회’를 구성하여 문제 해결을 도모하고자 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방부는 민관군 합동위의 ‘평시 군사법원 폐지’ 의견과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국회에 전달하며 사실상 개혁을 방해했고, 이는 누더기 같은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성범죄는 민간에서 재판하겠다.’는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지만, 그마저도 국가안전보장, 군사기밀보호 등을 이유로 국방부장관이 관할 법원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등 중대한 하자를 내포하고 있다. 

 

n 위원회 활동 중 터진 해군 성폭력 피해자 사망사건으로 인해 긴급 소집된 회의에서는 2차 가해 의혹 등을 묻는 위원들에게 해군참모차장, 해군 양성평등센터장 등이 ‘수사 중이라서 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다.’며 피해자가 원치 않아 신고하지 않았다는 입장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주무과장인 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장은 회의장에서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서 아침마다 구호를 제창해야한다는 황당한 의견까지 냈다. 개혁을 하겠다며 요란스레 출범시킨 민관군 합동위가 3개월 만에 15명의 민간위원이 줄사퇴를 하는 등 빈 수레가 되어가고 있는데도 국방부만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와 군 수뇌부에겐 ‘이번 일만 모면하면 된다’는 생각 뿐이다.  

 

n 이것이 여군 창설 71주년을 맞이한 여군들이 마주하고 있는 진짜 현실이다. 수치로 보이는 양적 확대만 성과로 치장한 채, 실제 복무 중인 여군들이 가진 고충은 외면한다. 여군들은 적과의 전쟁이 아니라 아군과의 전쟁에서 죽임을 당하고 있다. 

 

n 더 이상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된다. 여군의 날을 맞아 진실로 여군들이 안전하고 평등한 조직 내에서 복무할 수 있도록 제도와 조직 문화 개선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국방부장관 직속의 성범죄전담기구를 조속히 설치하고, 정부와 국회는 관련 인력, 예산 확충을 통해 여군이 안심하고 복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군의 폐쇄적 조직 특성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피해를 겪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환경도 뜯어 고쳐야 한다. 횡행하는 2차 가해와 사건 무마, 은폐 시도는 막지도 못하면서, 외부에 신고하는 것은 참을 수 없어하는 우리 군의 태도는 좀처럼 바뀔 줄을 모른다. 민간 성폭력상담소 등 외부기관에 자유롭게 신고하고 지원을 요청할 수 있게끔 물적,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지 않는 한, 피해자들에게 강요된 침묵은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다. 

n 어렵고 녹록치 않은 현실이다. 그럼에도 군인권센터와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여군이 안전하게 복무할 수 있는 그 날까지 여군과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 지금도 곳곳에서 고통 받고 있을 피해자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기를 당부드리며 끝까지 함께 할 것을 약속드린다. 

 

 

2021. 09. 06.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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