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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해군 성추행 피해 신고 후 사망한 사건 성명

작성일: 2021-08-13조회: 870

 ※ 조선미디어그룹, 채널A, 아시아경제, 세계일보의 본 보도자료 인용을 불허합니다. 

[성명]  

국방부 입장은 군수뇌부 보위 위한 조치 중심의 해명 뿐 

- 국방부의 변명 속에 피해자중심주의는 없다 - 

 

해군 2함대에서 또 한명의 여군이 성폭력 피해 이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였다. 공군 20비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이 벌어지고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것이다.  

 

국방부는 오늘 아침 발표를 통해 피해자가 최초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것은 2021년 5월 27일이나 당시 사건을 보고받은 주임상사는 '피해자 의사를 존중하여' 신고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후 2021년 8월 7일 피해자가 다시 소속대장에게 피해 내용을 보고하였고, 8월 9일 최종 신고 의사를 밝혀 피 / 가해자를 분리한 후 가해자를 입건조치 하였으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여성 수사관 배정, 민간인 국선변호인 선임, 성고충상담관 상담 및 진술지원 등 제반 지원 절차를 진행하였다고 설명하였다.
 

 

국방부와 해군은 공군 사건을 통해 질타 받았던 시스템의 문제를 민감하게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매뉴얼대로 신속히 보고 후 잘 조치했으나, 법과 훈령 상의 차이로 인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건과 관련한 형사절차, 인사조치 등을 진행할 수가 없었전 한계가 있었다고 거듭 강조한다. 사건은 물론, 사건 이후 2차 피해나 처리 절차에서 발생한 은폐, 축소 문제는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하겠다고도 덧붙였다. 

 

국방부가 사건을 바라보는 태도는 전혀 피해자 중심적이지 않다. 피해자를 위한 여러가지 절차를 밟았다고 밝히면서 군이 취한 조치 중심으로 해명하기 바빴다.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고 항변하는 모양새였다. 피해자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신고 후 불과 3일만에 사망에 이르렀다. 피해자의 스트레스 상태는 어떠한 것이었는지, 최초 보고로부터 정식으로 형사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기 전까지의 3개월 간 피해자는 어떤 상황에 처해있었는지 등의 내용은 국방부 발표 내용으로는 확인할 길이 없다. 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특히 피해자가 최초 보고를 받은 주임상사가 신고를 않도록 피해자를 회유하고, 보고 이후에도 가해자에게 업무적으로 배제되거나 따돌림을 당한 바 있다는 유족의 진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건의 방점은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서'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피해자가 무슨 일을 겪었길래 생각이 바뀌어 신고하고 연이어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가에 있다. 

 

조직은 할 조치를 다 했는데 피해자가 사망해서 당황스럽다는 우리 군의 고질적인 조직 중심적 사고 방식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과정은 단지 매뉴얼에 적혀있는 '조치'만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보도된 바 처럼 피해자는 가해자와 함께 작은 도서지역에서 복무 중이었고, 고충을 나눌 여성인력이 충분치도 않은 상황에서, 성고충상담관이나 다른 상담지원기관, 인력이 쉽게 접근 할 수 없는 물리적 환경에 놓여있었다. 피해자가 사건화되기를 원치 않았던 것은 자칫 섣부른 절차 진행으로 인해 섬에 갇힌 피해자가 가해자는 물론 가해자 주변인, 부대원들 사이에서 고립되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는 최초 피해를 신고한 당시부터 이미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피해자가 원치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의 상사인 가해자에게 구두 경고로 문제제기 사실을 알리고 후속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져다 주었을 심적 부담은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 이후 이렇다할 방책을 뚜렷하게 내놓지 못한 채 다시 성폭력 피해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선에서 근무 중인 여군들은 또 한번 깊은 무력감, 조직이 더이상 우리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2013년 육군 여군 대위 성추행 사망사건, 2017년 해군 여군 대위 성추행 사망사건, 2021년 공군 여군 중사 사망사건, 그리고 2021년 8월 해군까지 도대체 얼마나 세상을 떠나야 '할 만큼의 조치를 다 했으니 소임은 다했다' 식의 문제 인식을 벗어날 것인가.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성폭력 사건 지원 체계 개선은 지금 즉시 이루어져야 한다.  

 

성폭력 사건 자체를 포함하여 신고 이후 복무 과정에서의 2차 피해 상황은 없었는지, 절차 상의 문제는 없었는지 엄정한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군인권센터는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진실을 밝히는 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더불어 왜 성폭력 피해자가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인지, 사망 사건 발생 두 달 만에 문제 해결을 위해 피해를 신고한 피해자가 되려 더 고통받게 된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진단과 개선이 필요하다. 국방부는 장관 이하 수뇌부와 조직을 보위하고 책임을 면하기 위한 조치 중심적 해명을 중단해야 한다. 국민들은 피해자가 죽음에 이른 이유에 물음표를 던지고 애통해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1. 08. 13.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