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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대법원에서 흘러간 2년은 피해자에게도 흐른다

작성일: 2020-11-19조회: 149

[보도자료]

- 해군성폭력사건 유죄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

대법원에서 흘러간 2년은 피해자에게도 흐른다.

□ 2020. 11. 19.(목) 오전 11시,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군인권센터, 녹색당,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젊은여군포럼, 진보당,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 가나다순)가 성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마지막 상고심 재판 진행을 앞두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 현재 이 사건은 2018년 무죄 판결 이후 벌써 2년이라는 기간동안 아무런 결정이 내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흘러간 2년은 피해자에게도 흐르고 있습니다. 가해자들이 군 내부에서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는 동안 피해자는 대법원의 선고만을 기다리며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군대 내 성폭력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고, 피해자가 확실하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1만여 명의 여군들, 성평등한 군대에 관한 믿음을 가지고 싶어 하는 시민들 모두가 대법원의 판결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법정에 제출된 서류들 뒤에 대법원의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하는 피해자와 시민들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하루빨리 고등군사법원의 부당한 판결을 바로 잡아주기 바랍니다.

□ 아래는 당일 기자회견 중 군인권센터 방혜린 상담지원팀장의 발언문입니다. 보도자료 전문은 첨부파일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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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가해자가 더 뻔뻔하고 당당할 수 있는 해군

: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

 충격적인 무죄 판결 후 2년, 피해자에게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습니다. 피해자분은 사건 전으로, 또 사건 후로도 변함없이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며 군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해군 함정 병과의 장교로서 배로 돌아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사이 가해자들의 행태는 어떠하였습니까? 1심 후 각각 10년, 8년의 징역을 선고받고 구속되어 있었던 가해자 A소령, B대령은 2심 판결 후 곧바로 해군에 복직 신청을 하였습니다. 무죄를 받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2심 재판부는 ‘진술 갈라치기, 진술 쪼개기’를 통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가해자가 피해자의 의사를 오해할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등 황당무계한 이유를 들어 범죄자의 손을 들어주긴 하였으나, 범죄의 사실이 아예 없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에 해당할 수는 있겠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무죄라는 것은 결국 법리에 대한 2심의 판단인 것이지, 죄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해군은 가해자들을 기소 휴직 처리만 해둔 상태로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 처리 훈령」에 따르면 성폭력 사건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징계권자는 반드시 징계 의결을 요구하여야 하며, 수사기관에서 혐의없음 또는 죄가 안됨 결정이 있다 하더라도 징계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징계가 가능합니다. 특히 성폭력의 경우 징계 양정 기본 사항이 중징계에 해당하는 ‘해임’인데, 피해자가 군형법상 부녀 – 즉, 여군 및 여성 인력 – 인 경우와 상급자의 지위를 이용한 폭력에 대하여서는 더욱 가중하여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처리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해군은 가해자를 엄단하긴커녕 기한 없는 기소 휴직으로 가해자들의 군인 신분을 연장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가해자들은 일정 수준의 봉급을 ‘해군’으로부터 받으며 피해자를 옥죄는 탄원서 취합, 악의적인 의견서 제출, 피해자의 신상이 담긴 자료에 대한 언론 제공 등을 일삼았습니다. 2019년 국방통계연보에 따르면 대령의 봉급 수준은 1억 1천만 원입니다. 가해자 B대령은 파렴치한 성범죄 가해자 신분으로 가만히 있으며 연 5천만원 상당의 봉급을 수령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입니다.

 

피해와 조직에서 이루어지는 2차 피해까지 감내하며 피해자는 군 생활을 어렵게 이어나가고, 되려 가해자는 호시탐탐 복직의 기회만 노리는 상황에 처해있는 것은 비단 피해자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2020년 10월 23일 송기헌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 ~ 2020. 6.) 성폭력 관련 범죄로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909명 중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단 106명인데, 장교 신분으로 재판을 받은 119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단 9명, 7.56%에 불과하였습니다.

 

동일기간 성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장교는 총 444명인데, 징계 항목의 구분 없이 파면 징계는 5년간 16명, 해임은 57명에 그쳤습니다. 총 징계 중 성폭력 징계 비율을 감안한다면 실제 성폭력으로 파면, 해임징계를 받은 인원은 훨씬 적을 것입니다. 이중 피해자가 복무하고 있는 해군에서는 5년간 성폭력 징계는 단 35건, 총 징계 중 파면 징계는 단 한 건에 그쳤습니다. 이 1명도 성폭력으로 인한 조치인지는 불명확합니다.

국방부는 성범죄 군인에 대하여 ‘무관용 중징계’를 도입한다고 2015년부터 외쳤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위의 통계에서 군사법원에서 성범죄로 재판을 받은 장교 중 실형을 제외하고 벌금,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인원은 72명인데, 동일기간 모든 징계 항목을 통틀어 파면, 해임을 받은 인원과 수가 다르지 않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범죄자들이 군에서 ‘제 식구 감싸기’ 식 감면을 받고 있는 것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버티며 군 생활을 하는 피해자는 같은 식구, 같은 전우라고 생각하지 않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입니다.

 

2019년 국방부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응답자 중 성폭력 피해 발생 후 기관에 보고 또는 신고한 수가 32.7%에 그쳤습니다. 보고하지 않은 나머지 응답자들은 미보고(신고) 사유로 ‘아무 조치도 취해질 것 같지 않았다. (44%)’라고 답하였습니다. 이 통계의 답변은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들의 위치를 그대로 대변해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아무것도 조치되지 않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 가해자는 군 생활을 잘만 영위하고 피해를 당한 나만 망가진다는 것을 피해자들에게 알려준 것은 다름 아닌 가해자를 비호하고 피해자를 방치해 온 군 사법 체계와 국방부 그 자신입니다.

 

대법원에게 요구합니다. 이 사건의 피해자 뿐 아니라, 군대 내 모든 성폭력 피해자, 또는 피해를 겪고 이제는 군을 떠난 피해생존자들을 위해서라도 이 사건은 반드시 뒤집어져야 합니다. 더이상 가해자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개선장군마냥 군대로 돌아와 당당한 척 군 생활을 이어나가는 일은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가해자와 군대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엄단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법원의 정의로운 결정을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