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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해병1사단, 6개월 간 하루종일 후임병 집단 성추행, 폭행, 가혹행위

작성일: 2020-09-01조회: 30169

[보도자료] 

※ 조선일보, TV조선 등 계열언론사, 채널A, 아시아경제, 세계일보의 본 보도자료 인용을 불허합니다. 

해병1사단, 6개월 간 하루종일 후임병 집단 성추행, 폭행, 가혹행위

- 반년 동안 대낮에 생활관 복도에서 성추행해도 간부들은 아무도 몰라 - 

최근 1년간 군인권센터로 접수된 해병대 사건은 선임에 의한 집단 구타(연평부대), 개 흉내를 내고 돌아다니게 하며 치약으로 머리를 감게 하는 가혹 행위(2사단), 잠자리를 산 채로 먹게 한 가혹 행위(1사단) 등으로, 타군과는 비교할 수 없이 끔찍한 엽기행각들이었다. 해병대는 바깥으로 인권친화적인 해병대로 환골탈태하였다고 떠들썩하게 선전했지만, 지휘부의 노력이 제 기능을 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올해 7월, 해병대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건을 상담을 통해 재차 인지하였다. 가해자들은 성고문에 가까운 수준으로 피해자를 괴롭혔다. 피해는 2019년 12월, 피해자가 자대배치를 받은 직후부터 올해 7월까지 발생하였고, 같은 중대 선임병들에 의해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 종일 상습적으로 벌어졌으며, 성추행, 성희롱, 폭행, 가혹행위 등이 자행되었다.

 

▪ 매일 아침점호부터 소등이후까지, 하루종일 벌어지는 성폭력과 폭행, 가혹행위

 피해자는 입대 후 2019년 12월 해병 1사단에 자대배치되었다. 피해는 2019년 12월 말 파견지였던 진해에서 본대인 포항으로 복귀하는 버스 안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피해자 소속 소대 최선임 해병이였던 A병장(전역, 병1237기)은 포항으로 복귀하는 버스 안에서 피해자가 창문을 자신의 허락 없이 닫았다는 이유로 뒤통수를 30 여분에 걸쳐 수십 대 가격하였고, “포항 복귀하면 두고 보자.”며 윽박질렀다.

포항에 도착한 후 새해가 지난 2020년 1월 초부터 A병장은 피해자를 찾아가 바지와 속옷을 벗어 성기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출 행위는 시도 때도 없이 이루어졌다. 성기 노출은 A병장이 포경수술을 받고 온 2월에 이르러서 더욱 심해졌다. A병장은 자신의 성기를 “빨아줘.”, “냄새 맡아줘”라고 말하며 피해자의 얼굴에 들이대는가 하면, 피해자를 자신의 생활반으로 호출해 발기된 성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동료 병사들이 그만하라고 제지하여도 A병장의 행태는 멈추지 않았다. 노출을 통한 성적 괴롭힘은 생활반 뿐 아니라 건물 복도 등 공개된 장소에서도 벌어졌다.

 A병장은 전역이 가까워지자 피해자가 자신의 장난감인 마냥 가장 절친한 후임 해병인 B상병(1247기) 에게 넘겨주었다. 괴롭힘을 인계한 것이다. 피해자는 3월부터는 A병장과 B상병 둘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A병장은 B상병과 피해자를 매일같이 끼고 다니며 피해자가 B상병에게 욕을 하도록 강제하고, 이를 들은 B상병에게 피해자를 때리게끔 하였다. 피해자가 B상병에게 충분히 욕설을 하지 못하면 만족할만한 수위로 욕을 할 때까지 가혹행위가 계속되었다. 피해자는 맞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맞을 때마다 “감사합니다.”라고 답변해야 했다. 선임이 자신의 몸에 손을 대면 ‘감사합니다.’라고 답변하도록 ‘이빨’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뺨을 맞아서 얼굴이 돌아가더라도 피해자는 B상병 앞에서 늘 감사함을 표해야했다.

 그러나 이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본격적인 가해는 A병장이 전역하고서부터 시작되었다. A로부터 완전히 피해자를 ‘인수인계’ 받은 B상병은 매일 아침 점호 후, 식사 후, 세면 후, 과업 전, 과업 중간, 점심 식사 후, 일과 후, 개인정비시간 후에 수시로 피해자와 함께 ‘담배 피러 가자’는 명목하에 흡연 장소로 데려간 후 사소한 트집을 잡아 피해자를 폭행했다. 뿐만 아니라 이동하는 내내 피해자의 유두와 성기를 만지는 등 추행하였다. 아래는 피해자가 거의 매일 겪은 피해사실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일과표다. [표 참조] 

 피해내용을 살펴보면 A병장이 부대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B상병도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범행을 저지르는데, 이는 이러한 성폭력 및 가혹행위에 해당 부대의 최선임 해병에 해당하는 C병장(1242기, 분대장) D병장(1243기) 도 가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C병장은 피해자의 생활반장으로, 주간 또는 소등 이후 B가 찾아와 피해자를 추행하는 과정에서 제지하기는커녕 오히려 범행을 저지르도록 부추기거나 추행에 함께 가담하기도 하였다. 생활반 뿐 아니라 소대 내에서도 절대적인 위치에 있던 C병장이 끔찍한 가혹행위에 동조하니 주변 동료들이 피해 사실을 목격하고도 신고할 수 없었던 것이다. 피해자와 같은 생활반을 쓰던 C와 D는 B가 출타를 나가거나 소등 이후 생활관으로 찾아오지 않았던 밤에는 B를 대신하여 피해자의 유두나 성기를 만지거나 깨무는 등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C는 샤워장에서 B와 함께 피해자에게 “성기가 흔들릴 만큼 춤을 추라”고 강요하여 심한 모멸감과 성적 수치심을 주는 가해행위도 일삼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B, C, D가 집단으로 공모하여 피해자를 침상 위에서 결박한 상태로 집단 성추행을 하는 일까지 저질렀다는 점이다.

▪ 선임을 신고하면 해병의 적이 되는 해병대

피해자를 향한 선임들의 성폭력, 폭행, 가혹행위는 6개월이 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벌어졌다. 여러 명의 선임이 마치 순번을 정해놓은 듯 돌아가며 피해자를 추행했다. 이들은 누가 보든지 말든지, 밤인지 낮인지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범행을 자행했다. 그럼에도 아무도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은 주요 가해자 중 한 명이 소속부대의 최선임 기수 해병이었기 때문이다. “해병은 병이다. 간부는 적이다.”, “선임을 찌르면 안 된다.”라는 악습을 교육하는 해병대에서 선임을 신고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선임을 신고하는 해병은 해병의 적이라는 인계사항은 해병대에서 오랫동안 내려온 악습으로, 해병대에서 발생하는 모든 폭행과 가혹행위를 온존시키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이뿐 아니라 선임의 요구와 질문에는 늘 긍정적으로 대답해야 하는 것, 선임이 손을 대면 ‘감사합니다.’라고 답변해야 하는 것, 모든 대답은 ‘그렇습니다.’, ‘확인해보겠습니다.’ 등 정해진 답변으로만 할 것 등 해병 사이에 잔존 하는 세세한 악습들은 소위 ‘해병대 문화’라는 명목하에 계속되고 있다. 기수와 악습으로 이루어진 절대적인 계급구조 속에서 피해자는 ‘그저 참고 내가 고참 기수가 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하게 되고, 피해자가 고참이 되어 가해자가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보라는 마음인 것이다.

더 끔찍한 것은 이러한 문화가 암암리에 전해오는 것이 아니라 안팎으로도 너무 잘 알려져 있고, 권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디씨인사이드>나 <일간베스트>와 같은 남성 위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도 ‘해병대’를 검색하면 군기나 문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악습이 암암리에 전수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림 참조] 페이스북 페이지 <오도해병> 최근 게시글. 해당 게시글은 모두 공개되어 있다.

▪ 병영관리 실패의 현장

 간부들의 병영 관리 실패도 사건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범행이 반년 넘게 밤낮없이 부대 곳곳에서, 특히 공개된 장소인 흡연장, 복도, 계단 등에서도 벌어졌지만 소속부대 간부들은 단 한 명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간부들이 병영 관리를 하긴 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무엇보다 피해자 소속부대는 장교 소대장이 보임되지 않은 소대로, 중간관리자가 없는 상황에서 각별한 지휘 관심이 요구되는 상황이었으나 중대장과 행정관은 부대를 방치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가해자 중 D병장의 경우 이미 이전부대에서 징계로 인해 분리파견 되어 온 전력이 있는 인원이었다.

피해자가 군인권센터 및 해당 부대에 피해 사실을 알린 이후의 대처도 가관이었다. 피해자가 군인권센터와 전화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같은 자리에 위치한 대대장은 “누구랑 전화하는 거냐. 어디냐. 당장 끊어라.”고 하며 피해자의 상담을 방해하였다. 또, 이후에도 계속하여 “왜 다른 수단을 이용해서 신고하냐. 지금 이 사건을 누가 처리 안 해주고 있냐?”며 대대 외 어디다 신고하였는지 솔직하게 말하라며 피해자를 압박하였다. 이러한 압박은 피해자가 상담을 진행하고, 성폭력과 가혹행위로 인한 트라우마 치료를 받기 위해서 청원휴가를 받은 뒤에도 계속되었다. 대대장은 피해자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안부와 상황을 묻는 척하며 “앞으로 보고 잘해주길 바란다. 너랑 나의 신뢰 문제 아니냐. 소통이 안 되면 너하고 나하고 문제가 생긴다. 네가 대대장에게 보고를 안 한 것에 대해서 대대장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며 피해자를 통제하려고 하는 등 2차 가해를 이어갔다. 피해자가 생활하고 있는 생활관은 대대 통합생활관으로, 대대의 총병력이 모두 한 건물에서 생활하는 형태다. 대대 간부 그 누구도 눈여겨 피해자의 소대를 살펴본 바 없으면서, 반년이 넘도록 피해를 감내해온 피해자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니 ‘신뢰관계’를 운운한 것이다. 피해자의 1차 지휘관인 중대장과 행정관은 피해자가 휴가 나간 뒤 전화 한 통 없었다.

 

▪ 해병대는 해체를 각오한 개혁을 진행하라

해병대사령부는 인권 신장에 충분한 성과를 보았다며 지난 2017년 설치하였던 자체 인권위원회를 2019년에 해소시켰다. 군인권센터는 2020년 1월, ‘해병대 잠자리 취식 강요’사건을 공개할 때 덧붙인 말이 있다. 일정 기간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지휘계통상 문제가 식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병영 인권의 개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지휘부는 늘 인권 개선의 착시현상을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해병대에 대한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잠자리 사건 이후, 해병대는 지금까지 인권 신장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왔는가. 통계상 줄어든 징계 현황, 신고 현황 등의 표면적인 성과에 취해 ‘이제 인권이 잘 보장되고 있다.’라고 안일하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길 바란다. 해병들 사이에는 여전히 숱한 이빨교육과 악습, 인계사항이 잔존하며, 이로 인해 신고조차 하지 못한 수많은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을지 모른다.

인권침해는 단시일 내에 특정한 정책과 제도를 통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또한 한, 두명의 비정상적인 가해자가 엽기적인 행각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다. 한국 사회와 군 조직 내에 깊게 뿌리내린 가부장적이고 초남성적인 군대문화가 강고히 작용하는 한 폭력은 계속하여 대물림될 수밖에 없다. 대물림되는 폭력과 참혹한 피해를 목도 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침묵하는 기수 문화 속에 피해자가 가해자로 재생산되고, 범죄는 하나의 문화가 된다.

해병대에서 암암리에 내려오는 말 중 “미제철조망은 녹슬어도 해병대 기수빨은 녹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국민들도 ‘개병대 문화’를 잘 안다. 총기난사, 악기바리, 잠자리, 집단 성폭력 모두 새로울 것 없는 오랜 악습이다. 국민을 위해 적과 싸워야 할 군대가 동료의 삶을 좀먹으며 병들어간다. 해병대는 해체를 각오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

군인권센터는 피해자와 주변인 진술을 통해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군검찰에 「군형법」 상 강제추행,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특수강제추행, 「형법」 상 상습폭행으로 가해자들을 모두 고소하였으며, 법률대리인 선임을 통한 법률지원도 진행 중이다. 더불어 장기간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충분히 회복하여 건강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끔 의료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전역한 가해자 A를 제외한 나머지 가해자는 구속 수사 중이다.

더욱 참담한 사실은 이 사건을 상담한 이후로도 군인권센터로 해병대 기수문화를 악용한 유사한 형태의 성폭력·가혹행위 상담이 끊이질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해당 사건을 포함하여 또 다른 동일한 형태의 범죄가 해병대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인원 옹호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해병대는 해당 사건에 대해 명명백백히 수사하여 가해자들이 응분의 책임을 지게끔 해야함과 동시에, 주변 목격자 및 동료들을 위한 철저한 보호조치도 취해야 한다. 또한 장기간 피해가 발생하도록 부대를 방치하고 피해자를 압박, 2차 가해를 일삼았음에도 아직까지 제 부대에서 멀쩡히 임무수행 중인 해당 부대 대대장 및 중대장을 즉시 보직해임 후 징계할 것을 촉구한다.

 

 

2020. 9. 1.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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