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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잠자리 산 채로 먹어라.” 2020년에도 이어진 해병대의 엽기 행각

작성일: 2020-01-21조회: 6893

※ 조선일보, TV조선 등 계열언론사, 채널A, 아시아경제, 세계일보, MBN의 본 보도자료 인용을 불허합니다. 

“잠자리 산 채로 먹어라.”2020년에도 이어진 해병대의 엽기 행각

- 해병1사단 병사 가혹행위·성희롱 사건 관련 기자회견 -

 

 얼마 전 해병대에서 입에 담기도 어려운 수준의 가혹 행위가 발생하였다. 군인권센터에 상담 및 지원을 요청한 내담자는 ‘이 신고를 끝으로 자살을 하려고 했다.’는 말과 함께 자신이 겪었던 끔찍한 피해 사실을 알렸다.

 

 피해자는 사건 발발 당시 부대에 전입한 지 3일밖에 지나지 않은 신입 해병이었다. 피해자는 중대원들과 함께 함께 부대 인근 야산으로 태풍 피해 복구 지원 작업을 나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이동 중에 가해자 김○○ 해병은 갑자기 피해자에게 “너 같은 새끼만 보면 화가 난다. 내 밑에 들어왔으면 좆나 패서 의가사(의병전역) 시켜줬을텐데.”라는 폭언을 했다. 또한 피해자의 마른 체구를 지적하며 “이렇게 말라 비틀어져서 여자랑 섹스는 할 수 있냐 시발놈아?”, “섹스하다 쓰러져서 응급실에 가는 거 아니냐? 고추가 서긴 서냐?”라고 성희롱하였다. 당시 동료·선임 해병 등 중대원들이 피해자의 근처에 있었지만 폭언을 듣고 가해자를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피해 사실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가해자는 작업 장소에 도착해 오전 복구 작업을 하고 있던 피해자의 옆으로 다가와 들판에 가서 잠자리와 여치를 잡아 오라는 지시를 하였다. 당연히 부당한 지시임을 알고 있었지만 이병이었던 피해자는 선임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고, 잠자리와 여치를 잡으러 작업 장소를 떠났다. 그러나 잠자리와 여치는 잡지 못했고, 오전 작업 종료시간이 가까워져 피해자는 다시 작업 장소로 복귀하였다. 이후 피해자는 점심을 먹고 중대원들과 함께 작업 장소 근처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런데 이 때 가해자가 잠자리를 잡아 와 피해자의 앞에 서서 “너 이거 먹을 수 있냐?”라고 물었다. 가해자가 선임의 위계를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는 별 수 없이 “먹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가해자는 “너 이거 못 먹으면 뒤진다, 네가 먹는다고 대답한 거다.”라고 협박하며 피해자에게 입을 벌리라고 강요하였다. 이에 피해자가 별수 없이 입을 벌리자 가해자는 잠자리의 날개 부분을 손가락으로 잡은 채 피해자의 입에 잠자리의 몸통 부분을 그대로 집어넣었다. 그 상태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잠자리를 먹으라고 계속 강요하였고, 이러한 상황은 몇 분간 지속되었다. 이 때에도 주변에 있던 선임, 동료 해병들은 제지하지 않았다. 다만 상황을 목격한 선임 중 한 명이 사건 직후 다가와 “물로 입을 헹궈라.”고 말했을 뿐이다.

 

 사건 이후 피해자는 수치심, 모멸감, 가해자에 대한 분노로 인해 공황발작·중증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반복되는 자살시도와 악몽으로 군 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게 되었다. 현재 피해자는 군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가해자에 대한 신고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때마다 자신을 외면한 동료 해병들, ‘선임을 찌르면 안 된다.’고 교육하는 해병대의 악습, 신고 이후 예상 되는 2차 가해 등이 떠올라 신고를 주저해왔다고 한다. 결국 폐쇄병동 입원 후 재차 자살시도에 이르고 나서야 마음을 먹고 군인권센터에 상담을 요청한 것이다.

 

 피해자는 가혹 행위를 당했음에도 기수열외 등이 두려워 본인의 심신이 망가질 때까지 신고하지 못했다. 또한 해당 부대에는 “선임이 물어볼 시 ‘~ 할 수 있다.’라고만 대답할 것.”, “선임에게 대답할 시 ‘맞습니다’라고만 답할 것.”, “선임의 몸에 손을 대지 말 것.”, “선임을 신고하는 해병은 해병의 적이다.”, “해병대 5대 이빨 (모든 답변은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확인해보겠습니다, 똑바로 하겠습니다. 질문 시 ~인지 알고 싶습니다 로 통일)”등 소위 ‘해병대 인계사항’으로 알려져 있던 악습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주변 전우들은 이러한 피해 상황을 목격하고도 외면했다.

 

 많은 이들이‘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다.’고 평한다. 특히 병사의 영내 스마트폰 사용 전면 허용 이후 병영 악습·가혹 행위의 상당 부분이 개선되어가고 있고, 병사와 간부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병영 부조리는 단시일 내에, 특정 정책의 입안을 통해 온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군대 내의 폭력은 한·두 명의 비정상적인 가해자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한국 사회와 군 조직 내에 깊게 뿌리 내린 가부장적이고 초남성적인 군대 문화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장병들에 대한 지속적인 인권 교육과 지휘 관심을 경주함은 물론, 외부와의 감시와 협력이 동반된 장기간의 노력이 수반될 때에만 개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해병대의 경우 2011년 해병 2사단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병영문화 혁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온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해병대 식고문(악기바리) 등 해병대 특유의 ‘똥군기’문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에 2017년, 당시 해병대사령관이었던 이상훈 장군의 결단으로 외부 인권 전문가들과 함께 전군 최초의 「해병대 인권 자문 위원회」를 결성하였고, 내·외부가 합심해 병영 악습과 인권 문제를 개선하고자 뜻을 모았다. 그러나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사령부의 내부 판단하에 위원회는 1기 위원회 임기를 끝으로 2019년 2월에 해산됐다. 병영 인권 개선을 ‘목표 달성’의 개념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결정이었다.

 

 군인권센터가 지난 해 접수한 해병대 인권 침해 상담은 총 35건이었다. 선임에 의한 반복적인 집단 구타와 폭언, 협박 사건(연평부대), 피해자를 구타하고 개 흉내를 내며 엉덩이를 흔들고 네 발로 돌아다니게 했으며, 치약으로 머리를 강제로 감기는 등의 가혹행위를 벌인 사건(2사단) 등 반세기 전 군대에서나 볼 수 있는 사건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정 기간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계통을 통해 문제가 식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병영 인권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휘부는 늘 인권 개선의 착시현상을 주의해야 한다. 병영 인권 침해는 시대에 따라 그 양태가 변화되어왔을 뿐, 여전히 군대 문화 속에 기생하며 우리 군과 장병들을 좀먹고 있다. 계속되는 관심과 노력, 반복적인 교육, 외부의 감시와 협력을 통해 지속 관리하지 않는 한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군인권센터는 해당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법적 지원을 통해 확인된 피해 사실을 바탕으로 가해자에 대한 고소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동일한 형태의 범죄가 해병대를 포함, 전 군에서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인권 옹호자로서의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2020. 1. 21.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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