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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한겨레] 이종섭에게 박절하지 못해서? [똑똑! 한국사회]

작성일: 2024-03-11조회: 59

방혜린 | 군인권센터 국방감시팀장 

지난해 7월에 있었던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사망 사건을 두고, 사건 당시만 해도 사건이 지금처럼 복잡하게 진행되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부분 군 사망 사건의 문제는 사망 사유 자체가 은폐되면서 비롯된다. 괴롭힘 피해자를 개인 신변 비관에 따른 자살로 치부한다든가, 군이 멋대로 사망 현장을 훼손하여 경위 파악이 제대로 되지 못하든가, 망자가 사망에 이르는 과정 자체를 개인의 실수, 단순 사고로 포장해 처리되는 탓에 유족이 그 경위를 제때 파악하지 못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 식이다.

채 상병 사망 사건은 사망자가 죽음에 이르게 된 사고 경위 자체는 매우 명료했다. 채 상병은 수해 여파가 남아 있는 위험한 천변에서 제대로 된 안전 장구 없이 수색 작전에 투입되었다가 사고로 익사하였다. 망자에 대한 변사 사건 조사는 군사경찰에 의해 신속히 이루어졌고, 결과는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민간 경찰로 이첩되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사고 이후 8개월이 지난 지금, 사건은 황당할 정도로 복잡하게 꼬인 상황이다. 사망자 소속 부대의 최고 지휘관이었던 임성근 전 사단장은 무리한 수중 수색을 지시한 내용이 명백히 확인됐다. 그런데도 보직 해임은커녕,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그를 지키기 위해 네차례에 걸쳐 “임 사단장은 정상 출근시켜라”, “(정상적으로) 직무 수행 중이냐?”라며 해병대 쪽에 직접 확인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논란 속에서 대통령실은 임 전 사단장을 지난해 11월 장군 인사에서 합동전비태세검열실장으로 내정했다. 사실상 승진 인사다.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정책연수’를 보내는 것으로 무마하고 나섰다.

사건 관계자에 대한 인사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 9월부터 10월 사이 ‘수사 외압’의 핵심 관계자인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갑작스레 일선에서 물러나며 책임을 묻기 위한 국정감사 자리에마저 부르기 어렵게 되었다. 이뿐인가, 수사 외압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당한 이종섭 전 장관은 상대국의 아그레망까지 받고 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에 임명됐다. 뒤늦게 출국금지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졌지만 그는 결국 오스트레일리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장관과 대통령실은 법무부의 출국금지 조치를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는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출입국관리법(제4조의4)에는 출국금지 결정 통지 의무가 명기돼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선에서 물러났던 임종득 전 차장과 신범철 전 차관은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됐다.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과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은 각각 중장, 소장으로 영전했다. 그들을 일선에서 퇴진시킨 이유는 문책이 아닌 진실 은폐 의도였던 셈이다.

대통령실 개입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 인물은 대통령 자신을 위해서라도 일찌감치 정리하고 교체하는 게 통상적인 위험 관리다. 논란이 불거질 만한 여지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국민은 임 전 사단장이 영전하는 모습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여름 수해 대응에 실패하며 지탄받던 때, 상륙장갑차를 끌고 수해 현장을 찾아 ‘대통령 구하기’에 나섰던 임 전 사단장을 떠올릴 것이다. 이 전 장관이 기어코 오스트레일리아로 향하는 뒷모습에서, 대통령의 격노를 접한 뒤 수사 기록 이첩을 막고, 수사 결과마저 뒤집은 ‘공로’에 대한 ‘보은 인사’를 보는 듯해 뒷맛이 씁쓸하다.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 어렵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던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방송(KBS)과 한 신년 특별대담에서 내놓은 입장이었다. ‘박절하지 못해서’ 내치지도, 경질하지 못하고, 살려주는 대통령의 ‘정’ 덕에 수사 외압 의혹의 관련자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반면 대통령의 정 탓에 채 상병 부모의 비통함은 풀리지 않고 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318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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