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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오마이뉴스] 채 상병 사망사건, 부하가 자기 명령 참칭했다는 사단장

작성일: 2023-12-11조회: 294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계급은 소장. ⓒ 해병대
지난 7일,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 대한 항명죄 군사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11월 21일, 재판부에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술서는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에 자신의 책임이 없다는 취지가 담겼으며, 총 188페이지에 달하며 내용 상 임 전 사단장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사단장은 11월 정기 장군 인사에서 편제 보직을 받지 않고 정책연수를 발령 받아 육군사관학교에 머무르고 있다. 

'누군가 사단장 참칭'? 임성근 진술서의 자가당착

임 전 사단장은 진술서에서 채 상병 사망의 원인으로 꼽히는 무리한 수중 수색의 원인을 '누군가 사단장을 참칭하여 (지시를) 왜곡, 과장'시켰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지시를 참칭한 사람을 포병대대장으로 추측, 지목했다. 자신은 수차례에 걸쳐 수중수색을 금지했지만 휘하 대대장이 자신의 이름을 빌려 수중수색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술서 내용을 종합하여 볼 때 임 전 사단장의 주장 중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임 전 사단장에 따르면 채 상병이 소속되어있던 포병대대는 '지상에서만 작전하는 부대'로 '어떠한 임무가 부여되더라도 작전지역을 지상에 한정'해서 임무를 수행한다. 채 상병 소속 부대에 구명조끼가 편제되지 않은 이유는 애초에 포병대대가 물에 들어갈 일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 전 사단장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채 상병 사망 원인 규명의 핵심은 7월 19일 자 '수중수색 지시'를 누가, 왜 발령하였는가를 규명하는 데 있다.

임 전 사단장은 7월 17일 해병대 신속대응부대가 예천에 도착한 이후 수중 수색을 금지하고, 물에서 5M이상 이격된 상태로 수변을 걸어 다니며 수색해야 하고, 5M 이격된 지점에는 병사가 아닌 간부들이 서있어야 한다고 수도 없이 많이 강조했다는 입장이다. 현장지도 때도 얘기했고, 신속대응부대장인 7여단장에게도 지시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예천에 도착했을 때 이미 7여단장이 수중수색과 수변수색의 개념 차이를 잘 인지하고 있어서 걱정이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임 전 사단장이 이러한 지시를 내렸다는 명시적인 증거는 진술서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모두 자신의 기억에 근거해 진술한 것이고, 제시할 수 없는 명시적 증거가 없어서 안타깝다는 말을 임 전 사단장 스스로 기재하기도 했다. 

그런데 임 전 사단장이 내린 지시사항이 문서로 정리된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진술서에는 임 전 사단장이 주관했던 매일의 작전 상황평가, 결산회의 결과 전파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그런데 이 중 어디에도 '수중 수색 금지'와 비슷한 말도 적혀있지 않다. 결산회의 전파사항은 '실종자 수색정찰 간 실종지점에서부터 확대한 수색정찰', ;마린온 항공수색 정찰은 시간대 별 조직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현장지휘관 통제 하 임무수행' 등과 같이 매우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사단장이 수도 없이 강조한 사항이라면 입수 금지와 유사한 지시가 한번 등장할 법도 한데 이틀 내리 주관한 결산회의에서 결정된 여러 가지 전파사항 중에 관련 내용이 한 줄도 들어있지 않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진술서에 따르면 사단장 지시사항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전파되고 수명된다. 

'이번 호우피해 복구작전이나 각종 교육 훈련 및 현행작전, 부대 순시 간에 식별된 필요로 하는 사단장의 지침과 의도에 대해서는 현장지휘관에게 대면으로 또는 가용한 수단으로 지시하고 이를 수명한 예하지휘관은 보고계통을 통하여 보고 및 전파합니다. 또한 예하지휘관이나 참모가 근접해서 보좌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단장이 직접적으로 전화 및 문자 등 가용한 수단으로 필요한 대상에게 전파를 하고 이 역시도 상황 및 가용한 통신수단으로 복명복창 및 백브리핑하여 전 부대에 전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입수를 금지한다는 지시가 명시적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다는 임 전 사단장의 말은 자가당착이 될 수 있다. 

비상식적인 책임 떠넘기기... 누가 허위진술을 하고 있나 
 

지난 7월 19일 당시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게다가 사고가 났던 19일은 임 전 사단장이 포병대대를 시찰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날이었다. 진술서에도 '포병부대 수변 수색정찰 작전지역에 대한 현장지도를 계획한 것도 사단장이 이번 호우피해 복구작전 간 한번은 포병부대 작전현장을 방문해봐야겠다고 판단해서 계획한 것이었습니다'라고 적혀있다. 상관인 사단장의 시찰이 예정된 날에 휘하의 대대장이 상관이 수없이 강조한 지시를 어기고 사단장 명령을 '참칭'까지 하며 보란 듯이 허리까지 입수해서 위험한 수색을 실시하게 했다는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0여년 가까이 군 복무를 한 중령급 지휘관이 그런 비상식적인 판단을 내릴 이유와 동기가 납득되지 않는다.

한편, 임 전 사단장은 사고 당일 오전 7시 경에 휘하의 공보정훈실장으로부터 장병들이 수중수색을 하고 있는 언론 보도 사진을 보고 받은 뒤 클릭해서 확인, '공보 활동을 잘 했다'고 칭찬과 후속 지시를 했을 뿐 이를 제지하거나, 문제제기 하지 않았다는 의혹, 그러면서도 사고 발생 이후 해병대 수사단에 출석해 조사 받을 당시 채 상병 사망 전까지 장병들이 물에 들어간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허위 진술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석연치 않은 답변만을 내놨다.

임 전 사단장은 공보정훈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것은 맞지만 장병들이 물에 들어갔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자신은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를 여러차례 했기 때문에 예하 부대가 당연히 물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 믿고 있었고, '심리학적 지식'에 따르면 자신이 믿는 바와 다른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져도 물리적으로 눈으로 보았지만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진을 보고 위험하다고 생각했으면 검토를 지시했을 것이고, 사실 여부 확인도 시도했을 텐데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건 임 전 사단장 본인이 수중 수색 사진의 존재나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물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수차례 강조할 만큼 해당 사안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면 물속에서 수색을 벌이고 있는 장병들의 사진을 보았을 때 오히려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상식적인 반응이다. 

게다가 해당 사진은 사고 전날인 7월 18일에 실제 수중 수색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촬영된 것도 아니었다. 포병대대 하나가 언론 공보용으로 잠깐 장병 몇 명을 물에 집어넣어 수중수색을 하는 것처럼 사진을 찍은 뒤 다시 물 밖으로 철수했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도 임 전 사단장은 해당 대대장이 왜 그러한 연출된 사진을 촬영한 것인지 수사해봐야 한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대대장 입장에서는 사진을 연출해 공보활동에 활용할 까닭이 없다. 통상적으로 부대 활동에 대한 공보 업무는 사단급 부대 담당부서에서 실시한다. 사단장이 금지한 수중수색을 '연출'까지 해서 사진을 찍고 이를 언론에 전달하는 대대장이 세상 어디에 있는가? 

어떤 대대장은 갑자기 무리한 수중수색을 지시하고, 또 다른 대대장은 하지도 않은 수중수색을 한 것처럼 연출 사진을 찍었다. 평소 임 전 사단장이 부대를 전혀 장악하고 있지 못해 현장 임무에 투입된 대대장들이 집단으로 항명한 것이 아니라면 수중 수색을 강하게 금지했다는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임 전 사단장의 진술서는 단순히 휘하 대대장들에게 탓을 넘기는 수준을 넘어서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방대한 내용 속에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임 전 사단장은 진술서에 이런 말을 남겼다.

'왜 사고가 발생했을까요? 여기에는 누군가의 결심에 의하여 7. 18.(화)과 7.19.(수) (사이) 작전방법의 변경이 있었고, 현장부대에서 안전장구 등에 대한 요청이 있었다면 누군가에 의해 전달되지 않았음을 추단케 하는 부분이며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밝힐 실마리라고 생각되므로 향후 철저한 수사를 요청 드립니다.'

마찬가지 생각이다. 누구의 결심이 무리한 입수 지시를 만들었는지 밝혀야 한다. 그러나 경찰은 그럴 의지가 없어 보인다. 사건이 발생한 날로부터 5개월이 되어가도록 소식이 없더니 연내 수사 종결은 어려워 보인다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 내놨다. 밝히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까? 눈치 봐야 할 곳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국정조사와 특검이 조속히 추진되어야 할 이유다. 임 전 사단장이 침묵을 깨고 진실공방에 직접 뛰어든 만큼 그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할 것이다. 5만 국민의 청원으로 국회에 올라갔던 국정조사 실시 안건이 요건을 모두 갖추어 본회의에 계류 중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절차에 따라 개시만 하면 된다. 망설일 까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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