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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주간경향] [오늘을 생각한다] 보조금 사업의 진짜 문제

작성일: 2023-03-08조회: 265

내가 일하고 있는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정부 보조금을 1원 한 장 받지 않았다. 대신 달마다 1만원, 2만원씩 마음을 더해주시는 후원회원의 힘으로 단체를 꾸렸다. 군대 내 인권 상황을 감시하고 피해자들을 지원하자면 많은 경우 정부와 각을 세워야 한다. 그러자면 재정적 독립을 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체들이 매 순간 정부와 각을 세우며 싸우려고 존재하는 건 아니다. 각자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할 뿐이다. 다만 활동의 성격에 따라 정부와 다투기도 하고, 정부와 협력하기도 한다.

[오늘을 생각한다]보조금 사업의 진짜 문제

정부 보조금은 그 ‘협력’을 위해 존재한다. 시민단체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일을 하려면 돈과 사람이 필요하다. 정부가 시민단체에 보조금을 주는 건 예쁜 자식 떡 하나 더 주는 게 아니다. 같이 일하는 데 필요한 돈을 주는 것뿐이다. 정부는 만능이 아니고, 세상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다 살필 수도 없다. 나랏돈을 쓰려면 법령 근거가 있어야 한다. 세상만사 법령을 다 제정해 세금을 지출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보조금 사업을 하는 것이다. 필요한 일을 추리고, 그 일을 할 단체를 정하고, 보조금을 지급해 일을 맡긴다. 그렇게 정부가 돌보기 어려운 일을 시민사회에 위탁한다. 보조금은 시민단체가 아닌 정부의 필요에 따라 지급하는 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은 다른 듯하다. 대통령은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을 세금 도둑인 양 취급한다. 보조금 제도가 문제라며 날마다 회계를 샅샅이 점검해야 한다고 성화다. 꼼꼼히 조사해서 과오를 잡아내면 제도도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될 것이란 전형적 검사 마인드다. 물론 보조금은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도 보조금은 1원 한 장 허투루 쓸 수가 없다. 정부가 제시하는 지출 기준이 세밀한 데다 100원을 지출해도 증빙 서류를 종류별로 다 갖춰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마치 지금껏 보조금에 대한 정부의 회계 감독이 전혀 없었던 것처럼 얘기한다. 보조금은 물론이고 후원금 회계 자료도 다 국세청 홈택스에 공개돼 있는 마당에 대통령만 딴 세상에 사는 듯하다. 헛다리만 짚고 있다.

보조금 사업의 진짜 문제는 정부가 사업의 내용과 결과에 무심하다는 점이다. 지침에 맞게 돈을 쓰면 그다음은 땡이다. 일을 맡기고 돈을 줘놓곤 관심은 일이 아닌 돈에만 가 있다. 그러니 사업은 일회성이 되기 일쑤다. 보조금 사업을 내실화하려면 돈을 넘어 성과를 들여다봐야 한다. 투입 대비 산출이 잘 나오는지, 산출물이 어떤 효용을 내고 있는지, 좋은 산출물을 어떻게 제도로 포섭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돈을 쓰는 보람이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인식으로 보아 정부는 앞으로도 돈을 쓰는 보람을 느끼기 힘들 것 같다. 안타까울 뿐이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24&artid=202303031128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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