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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오마이뉴스] 군사법원 가보셨나요? 정말 어이 없습니다

작성일: 2023-01-26조회: 263

군사법원 가보셨나요? 정말 어이 없습니다

[김형남의 갑을,병정] 군부대 내에 있다는 이유로 공개재판 원칙 훼손하는 군사법원 

2014년 9월 16일 오전 '윤일병 사망사건' 재판이 열린 경기도 용인시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 자료사진. ⓒ 권우성
2022년 2월 12일, 군사법원 공판을 방청할 일이 있었다. 2015년 고 고동영 일병 사망 사건 관련해 부대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려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중대장이 재판받는 날이었다. 재판이 열린 군사법원은 경기도 고양시 외곽에 위치한 제2지역군사법원 제2재판부였다. 육군 제1군단사령부 영내에 있다.

헌법 제109조에 따라 모든 재판은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다. 민간법원에서는 비공개 재판이 아닌 이상 누구나 자유롭게 법원을 출입해 재판을 방청할 수 있다.


그런데 군사법원 방청은 유독 복잡하다. 서울 국방부에 위치한 중앙군사법원을 제외한 나머지 군사법원들은 하루 전까지 방청 신청을 해야 하고, 군 당국에 성명, 생년월일, 휴대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도 알려줘야 한다.

말이 좋아 공개 재판이지 사전 신청이 없으면 법정에 들어갈 수조차 없다. 중앙군사법원을 빼면 모든 군사법원이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는 군부대 안에 있기 때문이다. 군사법 제도의 공정성,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조직과 제도에 변화도 생겼지만 군사법원은 여전히 군대 담장 너머에 숨겨져 있다.

2022년 7월 1일부로 '군사법원법'이 개정되면서 군사법원 조직은 큰 변화를 겪었다. 2021년 고 이예람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군사법제도 개혁의 결과였다. 군사법원의 항소심 관할이 민간의 서울고등법원으로 변경됨에 따라 고등군사법원은 문을 닫았다. 각 군에 소속되어 군단급 부대 이상마다 설치되어 있던 30개의 1심 보통군사법원은 5개로 통폐합되어 모두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게 되었다.

이보다 앞선 2016년에도 고 윤승주 일병 구타·가혹행위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사법원 조직이 개편된 적이 있다. 사단급 부대마다 83개나 설치되어있던 1심 보통군사법원이 군단급 부대 이상으로 통폐합되었다. 군에서 가슴 아픈 사건·사고가 발생해 군사법 제도 개혁의 필요성이 부각될 때마다 군사법원 수가 줄어든 것이다.

사실상 '허가 방청제'

군사법원 수를 줄이는 것은 재판에 관여할 수 있는 지휘관 수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군사법원은 독립성을 갖춘 민간법원과 달리 지휘관의 통제를 받는다. 몇 년 전만 해도 판결문의 효력은 지휘관이 서명해야 발생했고, 지휘관은 재판부에 의해 선고된 형을 줄일 수 있는 권한, 구속영장 발부를 승인할 수 있는 권한, 심지어 재판부에 비법조인 군인을 재판장으로 포함시킬 수 있는 심판관 제도 등 무소불위의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군사법원이 사단급 부대마다 83개나 설치되어있던 시절에는 이처럼 사법권을 갖고 재판에 관여할 수 있는 장군이 83명이나 있었던 셈이다. 군사법제도가 '원님 재판'이라 욕을 먹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법관이 판결을 해도 장군이 자기 집무실에서 판결 내용을 바꿀 수 있는 군사법원에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군 지휘부에 사법권의 유혹은 달콤했다. 때문에 군은 오랜 세월 군사법원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왔다. 하지만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군사법원은 제 식구 감싸기, 사건 은폐에 한몫을 하면서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다. 스스로 넣은 자책골로 인해 마지못해 조직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군사법원에 관여할 수 있는 지휘관은 국방부 장관 한 사람이고, 법원의 수도 5개로 줄었다.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하자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군 스스로 만들어 낸 고육책이긴 했지만 과거에 비하면 진일보한 결과다.

하지만 여전히 군에서는 사법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법원 방청을 사전에 신청하고 허가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군인을 대상으로 한 재판이란 이유로 모든 재판의 자유 방청이 불가능하다. 군사 안보와 전혀 관계없는 절도범, 폭행범, 권력형 비리범에 대한 재판도 자유 방청이 안 된다. 공개 재판이 원칙인 나라에서, 군대 안에 있는 법원이란 이유로 사실상 '허가 방청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이면 법원답게 운영해야
 

2014년 9월 16일 오전 '윤일병 사망사건' 재판이 열린 경기도 용인시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헌병들이 재판정 입구를 통제하고 있다. 자료사진. ⓒ 권우성
다시 지난 2월 12일의 일이다. 재판을 방청하면서 태블릿PC에 메모하고 있었더니 군사법원 경위가 다가와선 태블릿PC 전원을 꺼달라고 요구했다. 대신 스마트폰에는 메모해도 된다고 했다. 대법원 규칙 어디에도 태블릿PC로 메모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없는데 왜 군사법원에서는 할 수 없냐고 물었더니 군부대 내에는 비인가  PC를 반입할 수 없기 때문이라 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나 매한가지인 세상에서 스마트폰은 되고 태블릿은 PC라서 안된다는 말도 우스꽝스러웠지만, 일단 근거 규정을 보여달라 했다. 장병들의 비인가통신장비 반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갖고 왔다.

해당 규정은 군인을 대상으로 한 내부규정인데 왜 재판 방청 온 민간인에게 적용하냐고 항의했고, 여기가 법원이지 군부대냐며 한참을 옥신각신한 끝에 태블릿 PC로 메모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우여곡절 끝에 사용하긴 했지만 법원이 단지 '군부대 내에 있다는 이유'로 방청에 이런저런 제한을 거는 건 실로 부당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전국에 군사법원도 5개밖에 남지 않은 마당에 군사법원이 군부대 안에 들어가 있을 까닭이 전혀 없다. 군사법원 시설을 부대 밖으로 옮기던지, 중앙군사법원과 마찬가지로 민간인이 법원만 출입할 수 있는 별도의 외부 출입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군사'법원이 아니라 군사'법원'이다. 법원이면 법원답게 운영해야 한다. 군사법원이란 이유로 헌법이 정한 공개재판 원칙을 피해 갈 수는 없다. 

http://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2897783&PAGE_CD=N0006&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news&CMPT_CD=E003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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