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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오마이뉴스] BTS 병역 특례 논란, 진짜 핵심은 이거다

작성일: 2022-09-08조회: 319

BTS 병역 특례 논란, 진짜 핵심은 이거다

[김형남의 갑을,병정] 징병제 위기... 병역 의무에서 '신성'의 껍데기를 걷어치워라 

방탄소년단(BTS)의 병역 특례 이슈가 뜨겁다. 세계 각지에서의 국부 창출과 병역 의무의 형평성을 두고 팽팽한 가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4일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BTS 병역 특례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찬성은 40.1%, 반대는 54.4%였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8월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만간 BTS 병역 문제에 대해 여론조사를 빨리하고 정부의 입장을 매듭짓겠다고 이야기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여론조사로 결론 내진 않겠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이대로라면 어떤 결론이 나든 매끄러운 결말은 아닐 것이다.


병역 의무엔 '신성하다'는 수식어를 붙인다. 국어사전은 이 수식어를 '함부로 가까이할 수 없을 만큼 고결하고 거룩하다'로 풀이한다. 종교 영역 외에선 잘 쓰지 않는 말이다. 공동체를 위해 2년 남짓한 젊음을 내어놓는 의무를 부과하자면 그만한 찬사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고결하고 거룩한 수사와 함께 병역 의무는 함부로 말을 얹거나 건드리기 어려운 아름다운 희생의 표상이 되었다. 한국의 징병제는 그렇게 유지되어 왔다. 적어도 얼마 전까진 그랬다.

'신성성'이란 무언가를 경외하는 이들의 마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 사회에서 군대 가는 청년을 바라보는 마음은 경외심이라기보단 측은함이나 안쓰러움에 가깝다. 미래를 준비해야 할 소중한 시간에 청년들이 나라 지키러 끌려간다는 것이 병역 의무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인식이다.

껍데기는 '신성한 의무'이지만 알맹이는 '불쌍한 의무'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이리저리 병역을 면탈하고, 남은 이들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나라를 지켜온 숱한 세월의 결과물이 그렇다.

병역 의무는 더 이상 신성하지 않다
 

2021년 5월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병역제도 개편 이슈 라운드테이블 "징병제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행사가 열렸다. ⓒ 박정훈
바야흐로 징병제의 위기다. 병역 문제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이 흘러가는 양상이 그렇다. 얼마 전까지 병사 월급 200만 원 이슈가 그러했고, 요사이의 BTS의 병역 특례 이슈 역시 마찬가지다.

병역 특례에 찬성하는 이들은 BTS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를 이야기한다. 이들이 군대에서 1년 6개월간 활동을 못 하면 그만큼 국가도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미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데 병역 의무는 면제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물론 BTS는 나라를 위해 아티스트가 된 것이 아니다. 자기 꿈을 따라가다 보니 나라에도 도움이 되었을 뿐이다. 그런 청년들이 BTS만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자기가 속한 사회와 공동체에 크고 작은 보탬을 더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병역 특례에 반대하는 이들은 병역의 형평성을 이야기한다. BTS의 특례를 인정하면 장차 누가 군대 가는 것을 납득하겠냐는 것이다.

둘 다 틀린 말이 아니다. 얼핏 보면 상반되는 주장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비슷한 사고회로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무엇인데 잘나가는 청년들의 앞길을 막느냐는 생각과 왜 누구의 앞길은 막고, 누구의 앞길은 터주느냐는 생각의 출발점은 같다. 병역 의무가 청년들의 앞길을 막는 의무라는 것.

이제 세상에 고결한 희생 같은 수사로 포장한 '불쌍한 의무'를 그저 납득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병역 의무는 더 이상 신성하지 않다.

국민들은 더 이상 거룩함으로 포장된 부당한 희생을 긍정하지 않는다. 이제 사람들은 되묻는다. 헌법에 적혀있는 의무와 권리 중에 신성한 것이 어찌 병역 의무 하나뿐인가? 직업 선택의 자유도, 거주 이전의 자유도, 사생활의 자유도 한 사람의 존엄을 지켜내기 위해 지켜져야 할 신성한 것들이 아닌가? 왜 '신성한' 병역의 의무는 그 모든 것에 앞서야 하는가?

병역이란 무엇인지 근본부터 다시 따져봐야
 

2021년 12월 20일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강원도 철원 육군 3사단 부대(백골 OP)를 방문해 군관계자에게 설명을 들으며 쌍안경으로 북측을 보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그러나 대한민국은 답하지 못한다. 답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를 수립하고 징병을 시작한 이래 70년 넘도록 누가, 무슨 의미와 필요로 어떤 형태의 병역 의무를 부여 받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합의의 과정을 가져본 적이 없다. 한국의 징병제는 시작부터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이었다.

처음 징병을 시작한 건 1951년 한국전쟁 중이었다. 그 뒤로 징병은 '조국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마땅히 유지되어야 할 시스템이었다. 4년의 전쟁과 군사정권 30년은 징병제를 한국인의 숙명으로 만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병역 의무를 향해 새로운 물음들이 쏟아지니 답할 재간이 있겠는가.

세상에 당연하고 마땅한 제도는 없다. 적어도 민주주의가 통용되는 사회에선 법과 제도가 그렇게 형성될 수 없다. 지금 국방부가 해야 할 일은 BTS의 병역을 면해 줄 것인지 아닌지 여론의 향방을 살피는 일이 아니다. 여론 따라 병역 의무를 부과할 거면 대체 법과 제도는 뭐 하러 만드는 것인가.

이 기회에 병역이란 무엇인지 근본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 그러자면 병역 의무에서 '신성'의 껍데기를 걷어치워야 한다. 국민에게 희생을 요구하려면 국가도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인구가 줄어들어 현재의 병역 제도와 병력 규모를 유지하는 일이 점점 한계에 닿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병역제도 개편 논의를 '시기상조'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병역제도 개편은 1~2년짜리 프로젝트가 아니다. 적어도 15~20년의 장기 계획을 갖고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나라의 안위가 달린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논의 시점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우리는 아직 어느 길로, 언제 접어들지도 얘기해보지 못했다. 반드시 모병제를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행 제도를 유지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가 명백히 예견되고, 국민들도 병역 의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시작한 이 시점은 절대 시기상조가 될 수 없다. 조속히 병역 제도 개편을 위한 범정부-시민사회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할 때다. 

http://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2863340&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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