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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해병문학’과 해병대 : 황근출 해병님과 대한민국 남성성

작성일: 2022-04-30조회: 124

방혜린(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 해병대 예비역 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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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문학은 ‘디씨인사이드 해병대 갤러리’에서 시작되어 창작되는 가공의 해병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작품군(게시물)들이다. 당초 해병대의 엽기적인 부조리 사건사고들을 비웃는 의도에서 비롯한 창작물로 초창기에는 캐주얼 호모 드립과 하드코어 고어 동성애가 버무려진 포르노물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점차 캐릭터와 판타지적 요소가 추가되면서 해병대를 맥락없고 조잡하고 자기비하적인 코미디물화 되었다. 현재는 이런 판타지 창작물성 성격을 띄는 게시물은 ‘해병문학’으로, 해병대 문화와 사건을 중심으로 한 ‘썰글’은 ‘해병비문학’, ‘해병수필’ 등으로 표시하여 게시되는 중이다. 해병문학이 가지는 장르적 특성을 살리는 포인트라 생각하여 해병문학에 대한 설명은 나무위키를 참조하였다. 

해병대에서 5년, 군인권센터에서 5년, 군과 관련하여 총 10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요즘처럼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해병대는 진짜 그래?”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것은 바로, ‘해병문학’에 관한 내용이다. 해병문학의 전파력은 어마해서, 이제는 진짜 상담에서도 종종 등장할 지경에 이르렀다.

상담 과정에서 경향이나 분위기 파악을 위해 가끔 디시인사이드의 해병대 갤러리를 들어가는 일은 있었어도, 당연히 갤러리의 글을 진지하게 본 적은 (일과 관련되었다 할지라도)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이제 나는 나에게 요구된 질문에 대해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해 황근출 해병님의 악기바리1)와, 해병짜장과, MCU(Marine corps universe, 해병문학 세계관), 그리고 나무위키에 자세히 정리된 해병문학 자료를 읽어야만 했고, 이 감상에 대해 경험을 바탕으로 기괴하게 뒤틀린 해병문학의 세계와 실재하는 해병대, 그리고 나아가 우리 군과 사회가 직조해낸 남성성이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간단히 풀어보고자 한다.

 

1. 제가 해병대를 가도 되는지 여쭤보는 허락을 구하는 것을 여쭤봐도 괜찮으실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해병문학의 시작이 해병대 갤러리에서 쏟아낸 허풍과 과장이 뒤섞여 있는 군생활에 대한 ‘썰풀이’에서 비롯한 만큼 해병문학이 초기 그려낸 모습은 아주 기본적으로는 현실에 토대를 두고 있는 내용이 많았다. 이는 올 초 해병대 갤러리에서 다시 등장한 썰풀이 – 해병수필, 또는 해병비문학 – 의 흐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까 해병문학은 ‘해병문학’이라는 장르를 갖기 전부터 사실 해병대 갤러리나 남성 중심의 커뮤니티에서 종종 등장하는 군 경험 수필과 같은 형태로 계속 존재하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MCU에 의해 설정된 묘사들을 쳐낸 해병문학 속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세계, 천만년의 비밀을 지닌 기괴한 세상이 아니다. 타군과는 차별되는 경험에 대해 적절한 장르명을 가지게 된 것이라 해석해야 맞다.

해병대는 개병대라는 별명이 따로 있을 정도로 누구나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 조직이다. 한편 해병대는 육군과 달리 병사 · 간부 모두 자원입대로만 받는 곳이다. 그러니까 해병대는 징집되어 자동 배치되는 부대가 아니라, 개인의 기호와 고려에 따라 선택되는 것이다. 해병대로의 입대는 ① 해병대에 대해서 익히 알려진 이미지와 소문, 경험이 널리 공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② 개인이 희망하여 자원하게 되는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군대를 언제 어떻게 가야 복학에 유리하고, 어느 직렬과 부대가 편하고, 심지어 공군은 자대배치를 유리하게 받기 위해 ‘문제집’도 구매해서 들어갈 만큼 군대에 정보가 지천으로 널려있는 상황에, 장르가 형성될 정도로 독특하며 기괴하고 뒤틀린 문화를 가진 해병대에 다들 왜 가게 되는 것일까?

해병대는 왜 가는 것일까요?

해병대는 왜 가는 것일까요?

 

2. 어서와라 아쎄이2)

중대에 처음 신병이 전입을 오게 되면 기본적인 면담 시간을 가진다. 면담은 지휘관과도 하고, 소대장과도 하고, 행정관과도 하고, 분대장과도 하고, 당연히 선임들과도 한다.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은 “해병대에 왜 왔냐”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면서도 해병대에 대해서 얼마나 인지를 하고 있는지, 어떤 배경으로 왔는지, 배경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족사나 사회경험 등을 파악하기에 적당한 질문이기도 하다. 처음엔 쭈뼛쭈뼛하지만, 궁극적으로 나오는 답변은 대부분 비슷하다. 대부분 남자라면 한 번쯤 고생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도전이라 생각해서,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었다면… 같은 말들. 요컨대, “남자라면 해병대를 가야 해서”이다.

남자라면 해병대

남자라면 해병대

그런데 남자라면 왜 해병대를 가야 할까? 남자라면 육군 수색대대, 남자라면 특전사, 남자라면 UDT, 강도 높은 훈련을 고생이라고 치자면 그 규모로는 남자에게 훨씬 근사하고 짜릿한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곳은 해병대 말고도 많다. 그런데 왜 굳이 해병대를 선택해야만 했을까, 그리고 단서조항에 왜 ‘남자라면’이 붙는 것일까.

“남자라면 해병대를 가야 한다.”는 전제에는 남자되기를 열망하는 한국의 남성이 있다. 남자라면 군대 가야지에서 더욱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다. 군대를 가야 남자가 되는 것이라면, 해병대를 가면 더욱 진짜 남자가 될 수 있다. 일종의 ‘진짜 사나이’에 대한 열망과도 같다. 몇 차례 글을 통해 지적한 바 있지만, 한국 남성이 군대를 가는 과정에서 거치는 법률 구조(헌법, 병역법)와 신체검사는 자연스레 시민을 정상 시민(남성)과 비정상 시민(비남성)으로 나누고, 선별된 남성 사이에서도 등급을 나누며(현역, 보충역, 전시근로역) 누가 진짜 남자인지, 누가 1등 시민인지를 가르는 제도를 만들어 냈다. 제도는 문화에도 영향을 끼쳐, 우리나라의 징병제는 곧 우리나라가 거대한 군사문화를 가진 사회를 형성하는 것에 일조했다.

한편 의아스러운 것은 진짜 남자가 되기 위해서 해병대를 가야 하는 것까지는 일면 이해를 할 수 있겠으나, 그들이 생각하는 남자다움의 욕망에는 군사주의 프로파간다가 보편적으로 그려내는 남성성 – 나치 치하에서의 독일이 그려낸 완벽한 아리아인 전사와 같은 – 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남자라면 해병대를 가봐야한다, 고생을 해봐야 한다는 말 속에 숨어있는 ‘고생’은 해병대 부대가 선사하는 극한의 훈련과 극기 상황이 아니라, 실상 선임에 의해 이루어지는 극한의 스트레스한 상황을 의미하는 경우에 더 가깝다. 그래서 UDT나, 다른 특수부대가 선사할 수 없는 ‘남자다움’의 코스가 있고, 이를 위해 선택하는 것이다. 해병대원들은 선임에 대해 맹목적 충성과 사랑을 다해야 하고, 이 과정을 방해하는 다른 위계질서와 세계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간부는 적이다.’, ‘선임을 꼰지르면 안 된다.3)’는 말들은 이런 맥락에서 출발한다.

선임의 찐빠는 작전인 이유가 있다

선임의 찐빠는 작전인 이유가 있다

 

3. 오도해병과 에로티시즘

해병문학의 시작은 해병대 문화의 부조리를 썰처럼 풀어내는 수필에서 시작하였지만, 해병문학의 뒤틀리는 지점들이 성적인 묘사나 BDSM, 심지어 스카톨로지 패티시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은 해병대와 한국의 남성이 추구하는 ‘남자다움’의 근원은 실상 에로티시즘에 근원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해병문학에서 의미하는 ‘전우애’란 해병대원(동성) 간의 성관계를 의미하는데, 단순히 동성 간의 성관계가 아니라 일종의 선임에 의한 은총의 의식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우리는 실제로 이런 상황이 동성간 성폭력에 해당함을 잘 알고 있고, 드라마 속 사건이나 혹은 진짜로 뉴스가 된 사건들에서 실존하고 있는 상황임을 목격 중이다.4) 이런 배경이 있음에도 전우애에 대한 설명이 해병문학이 장르화 된 결정적인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점은 꽤 시사적이다. 특히 “기열계집에게 정욕을 품는 불결하고 뒤틀린 성욕의 기열찐빠”를 의미하는 해병 성소수자에 대한 설명, MCU의 여성캐릭터 맹빈아에 대한 반감, 그리고 일부 커뮤니티에서 MCU의 주요 등장인물을 여체화 하는 것에 대한 반발 등은 마치 ‘진짜 사나이’로만 이루어진 남성 커뮤니티의 결정체인 군대, 그것도 ‘오롯이 남자 병사만’ 있는 병영, 신성한 호모소셜을 침해한 것에 대한 반발처럼 보이기도 한다. 트위터 요력금강(@Vajrahomo)의 설명처럼, 해병문학은 지옥의 디나이얼 문학이자 한국남성이 가진 ‘남성’에 대한 뒤틀린 욕망, 군사주의 프로파간다를 통해 현시되는 남성에 대한 동경이 아니라 오랜 기간 침해를 받지 않고 징병제를 유지해온 탓에 호모소셜을 견고히 유지할 수 있었던 우리 사회의 남성성에 대한 극한의 숭배와 나르시시즘이 발현되는 장르이다.5) 거부할 수 없는 힘(=선임)의 논리, 이에 대한 맹목적 충성과 복종, 서열에 대한 숭배,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남성적 폭력과 가장 모멸적인 형태의 피해, 그리고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날수록 일원으로 인정받고 언젠간 이 서열의 위에 설 수 있다는 약속된 미래까지. 해병대와 해병문학은 완벽하게 남성을 자극하고 해병대로 불러온다.

 

4. 이를 다 어쩌면 좋으냐

해병대가 페이스북 <오도해병> 페이지나, 해병문학의 유행을 경계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것이 해병대의 이미지를 망치거나 해병대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켜서가 아니라, 병영문화 자체를 뒤틀고, 이에 순응하는 조직원을 자꾸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뒤틀린 문화를 바로 잡는 것은 뒤트는 것 보다 당연히 훨씬 어렵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해병대는 고유의 문화라는 이름과 해병전우회라는 강력한 예비역 조직을 바탕으로 이 영역을 제대로 침범받지 않았던 역사가 있고, 그래서 타군보다도 더욱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해병대가 이런 부분을 우려해 해병문학을 심각하다고 생각하는지는 의문이다. 신고를 열심히 하면 되겠지, 사건 발생하면 피/가해자를 열심히 분리하면 되겠지, 병영문화 개선에 대한 표어를 만들고 구호를 외치면 되겠지, 이런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는 이 구조를 깨기란 대단히 어렵다. 해병대가 직면한 병영 악습의 문제, 저변은 타군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출발해야 할 수도 있다. 군대를 거부하는 운동을 하는 전쟁없는세상 블로그 지면을 이용해서라도 해병문학과 해병대에 대한 문화적인 접근들이 필요함을 얘기해야 하는 이유다.

 

 

각주

  1. 악기바리 혹은 아끼바리, 후임에게 많은 양의 음식의 취식을 강요하는 해병대 가혹행위 중 하나.
  2.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신병 교육훈련을 마치고 막 자대로 배치된 신입 해병을 의미하는 해병대 은어
  3. ‘꼰잘’이라고도 한다. 선임의 악습과 병영부조리, 가혹행위들을 신고하는 행위.
  4. 군인권센터는 불과 며칠 전인 2022. 4. 25. 기자회견을 통해 해병대에서 발생한 동성간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 하였다.
  5. https://twitter.com/vajrahomo/status/1504743900711624711?s=21 

http://www.withoutwar.org/?p=19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