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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한겨레] 안보 뒤에 가려진 ‘안보’

작성일: 2022-03-28조회: 68

[숨&결] 방혜린 |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예비역 대위

윤석열 당선자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전할 집무실의 위치가 국방부로 기정사실화되면서 이전과 관련한 주요 논란은 더욱 안보 문제 쪽으로 압축되고 있다. 국방부로 이전하게 되면 지금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이사가 불가피해질 것인데, 과연 안보에 문제가 없겠냐는 것이다. 이전과 관련하여 급히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안보 공백 발생 여부를 두고 누구 말이 맞는지 설왕설래하다 산회해버렸다.

그러나 과연 안보 공백이 집무실 이전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대치 상황에 놓여 있는 대한민국의 상황,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생각하면 문제는 문제다. 그런데 이게 가장 중요한 문제인가, 나아가 도대체 ‘안보’ 문제의 실체는 무엇인가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 남는다. 만일 지금의 상황이 군사 안보적으로 몹시 위태한 상황이어서 절대로 공백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면, 가장 좋은 해결방책은 아무것도 옮기지 않는 것이다. 집무실 이전을 둘러싸고 안보 우려가 가장 큰 논란 사항이라면, 당선자가 우선적으로 내놓아야 할 이전 이유는 집무실을 옮기지 않으면 향후 발생할 치명적인 안보 우려 사항이다. 그런데 지금 이것이 설명되고 있는가? 아니라면, 안보 공백은 중요한 논란거리가 아니라 실상 숨겨져 있는 진짜 이유를 지우고자 하는 연막일 뿐이다.

한편, 과연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만이 우리가 갖춰야 할 최선의 안보 태세인가에 대해서는 제대로 지적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분단을 겪으며 탈냉전 이후로도 이데올로기적으로 냉전을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냉전 시대의 안보 개념에 매몰되어버렸고, 오랜 군사독재 시기를 거치며 공고해진 병역제도는 감히 군사안보에 대한 지적이나 의심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안보라는 단어는 보수세력이라고 일컬어지는 집단에 의해 소환될 때마다 모든 이슈를 잠재우는 전가의 보도가 되었다. 우리는 북한이 금기를 깨고 쓰게 될지도 모르는 핵을 가장 중대하며 유일한 안보 이슈라고 여긴 지 오래다.

그러나 슬프게도 매년 대한민국 군인의 사망은 거의 99.9% ‘비전투 사유’에 의해 발생한다. 멀리 갈 것 없이 작년으로만 돌아가 보자.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해 대한민국 군대에서는 총 103명이 사망하였는데, 이 중 자살이 83명이었다. 나머지는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이다. 작년 뉴스 최상단을 차지한 사망 사건은 북한도 그 누구도 아닌, 아군의 성폭력에 의해 자살에 이르게 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이었다. 성폭력뿐 아니라 늘어만 가는 군대 내 폭력과 가혹행위, 인권침해로 수많은 사람이 군대에서 죽어가는데, 이건 시급한 안보 문제가 아니란 말인가. 사망사고는 물론 코로나로 인해 3년 가까이 군부대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부대 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환자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우려는 일언반구도 없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방부 업무보고에 이런 우려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굳이 따지자면 병사 휴가기간 산정방법 개선 방안, 군인 수당 현실화, 월급 200만원 수준 보장 방안 정도만 담겨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핵 미사일 위협 대응을 빼두고 당선자가 국방과 관련하여 내놓은 공약 자체가 그뿐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국방부에 이전에 앞서 열흘의 시간을 주든 두달의 시간을 주든 모두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안보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지는 않는다. 숱한 연습과 훈련을 하며 구축해놓은 계획 덕분이다. 그러나 모두가 우려된다고 하는 안보 뒤에, 우리 군대와 국가를 실제로 위협하고 있는 가려진 안보 문제가 계속해서 방치된다면 그것은 반드시 가까운 시일 내에 진짜 ‘위협’으로 대한민국 군대를 덮칠 것이란 점. 모두가 안보를 걱정하는 가운데 내가 걱정하는 가장 큰 ‘안보 우려’이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3652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