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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여성신문] [군인권 바로미터] 군형법 92조 6 폐지의 의미

작성일: 2022-03-06조회: 85

최근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국제앰네스티의 7대 인권 의제 공약 질의 가운데 ‘성소수자 권리 보호 및 차별 종식’과 관련 군형법 92조 6의 폐지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내어 논란이 된 바 있었다. 이 후보는 추가 답변을 통해 “군대 내 남성 간 성관계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문제”라며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합의 후에 추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지만, 당연히 이는 충분한 답변이 되지 못했다. 이 논란으로 2017년 이후 잠시 잊혔던 군형법 92조 6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다.

흔히 게이 군인을 처벌하는 법으로 알려진 ‘군형법 92조 6’의 정확한 조항은 ‘제92조의6(추행)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에까지에 규정된 사람(군인, 군무원, 군적을 가진 학교의 학생, 소집되어 복무 중인 예비역 및 보충역 등 모두 포함)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이다. 여기서 주목을 해야 하는 것은 92조 6은 폭력·협박에 의해 추행한 죄를 다루는 조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이해하는 성추행의 경우 동법 제92조의 3과 4가 적용된다. 다시 말해 제92조 6은 군인끼리, 장소와 시간과 계급 고하와 유형력 행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모든 건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다.

실제로 군형법 92조 6을 적용하여 형사처벌을 내리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2017년 유례가 없는 방식으로 진행된 성소수자 군인 색출사건의 피해자 28건을 제외한다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이 죄로 기소가 된 건은 15건(국방부 제공)에 지나지 않는다. 동기간 군 성범죄 전체가 1874건인 것을 감안한다면 매우 미미한 수치인 것이다. 그마저도 대부분은 기소유예이다. 군대에서 일어나는 동성 간 성폭력 범죄의 양상을 안다면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동성 간 성폭력은 가해자의 성적 쾌락이나 동성애적 성향과는 전혀 무관하게 가해자를 극도로 괴롭히기 위한 수단의 한 가지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피해는 대부분은 강제추행, 특히 집단의 구타와 가혹행위가 수반된 범죄로 나타난다.

사실상 사문화 된 법과 다름없는 이 조항이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군형법 92조 6은 우리나라의 법체계 속에서 진지하게 고민해 마련된 조항이 아니다. 우리나라 군과 관련된 규정이 대부분 그렇듯, 군법 체계 또한 미 군정을 지나 정부수립 후 국군을 창설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미군의 것을 베껴 오다시피 해 마련됐다. 동성애가 무엇인지 사회적 논의가 들어서기도 전에 미군의 ‘소도미 법’(Sodomy law)이 그대로 굳어진 것이다.

동성애자 군인의 문제가 비로소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것은 2006년에 이르러서이다. 동성애자 병사에 대해 의사와 무관한 아웃팅은 물론, 전역을 시켜준다는 빌미로 동성과의 성관계 사진 등의 제출을 요구한 일로 인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진행됐고, 이 사건이 수면에 떠오르면서 처음으로 국방부는 군대 내 동성애자를 인지하게 됐다. 국방부는 2006년에나 있으나 없으나 한 법 조항에 숨어있던 동성애자 군인을 ‘병영 내 동성애자 관리지침을 통해’ 처음으로 관리대상으로 규정한 것이다. 2022년에도 여전히 군대는 ‘부대관리훈령’을 통해 동성애자 장병에 대해 사고 예방을 위해 도움, 배려 장병으로 선정해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스운 점은 군형법 92조 6이 처벌하고자 하는 대상에 남군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군형법 92조 6을 써먹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해석할 뿐이다. 군형법 92조 6은 정상 남성들, ‘진짜 사나이’가 이룩한 군대에서 비정상을 없애버리고 싶을 때 힘을 얻어 발휘되는 조항이다. 군형법 92조 6은 사회적 합의에 다다르지 않아서 폐지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같은 고상한 방식과는 전혀 무관한 조항이기 때문에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동성애자 남군을 처벌할 것이면, 여성군인 간의 관계는? 이성 군인 간의 항문성교는? 우리는 창군 이래 그 어느 것에도 합의한 바가 없다.

군형법 92조 6의 폐지는 군대 내의 동성애자 남군의 존재를 인정하고 환영한다는 좁은 시야에서 해석될 것이 아니다. 부대에서 사고를 유발할 것 같은, 다른 사나이들과는 다른, 비정상의 존재를 제거하고자 하는 ‘남성’들의 질서를 또 하나 없애는 것이다. 과거 임신한 여군에 대해 당연히 전역처리 시켰던 규정이 지금은 되려 이상하게 보이는 것처럼, 예방과 관리의 명목으로 배제와 처벌을 일상화했던 군대의 구태한 문화를 바로잡는 것이다. 이 후보가 추가 답변을 통해 설명한 것처럼 “사회적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 바로 그것 말이다.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0583 


출처 : 여성신문(http://www.wome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