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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오마이뉴스] 엽기적인 대대장... 21세기 군에서 벌어진 원님 재판

작성일: 2021-08-09조회: 436

엽기적인 대대장... 21세기 군에서 벌어진 원님 재판

[김형남의 갑을,병정] 군 징계제도, 공정성 담보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지난 4월 육군 21사단에서 있었던 일이다. 식당에서 배식조 임무를 수행하던 병사 하나가 대대장과 마주쳤는데 경례를 하지 않았다. 같이 일하던 무리 중에 경례를 한 사람이 있어 따로 경례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병사의 해명이었다.

그러나 대대장은 경례를 받지 못한 것이 불쾌했는지 병사를 대대장실로 호출했다. 경례 미실시는 상관 면전 모욕이라며 소속 부대 간부들에게 평소 병사가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을 모두 적어서 제출할 것을 지시했고, 병사에겐 사실 여부를 캐물었다.

이를 통해 1월에 당직 근무를 하다 생활관에서 30분간 취침하였다 훈계를 들은 점, 야간에 그린비 영상통화를 무단으로 사용하다 적발되어 훈계를 들은 점을 인지하게 된 대대장은 병사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결과는 군기교육대 5일이었다. 이미 과거에 간부의 훈계로 끝났던 일을 대대장이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먼지털이식으로 전부 끄집어낸 뒤 군기교육대까지 보낸 것이다.

대대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병사 아버지를 부대로 호출했다. 아버지에게 해당 병사가 대(對) 상관범죄를 저질러 형사처벌 하겠다며 일련의 상황을 외부로 제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윽박질렀다. 지나가다 경례를 안 한 것이 범죄라는 주장의 터무니없음은 차치하더라도, 병사 아버지까지 불러들여 겁박하는 행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지휘관이 북 치고 장구 치고

대대장에게는 휘하 장병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권한, 즉 징계권이 있다. 공정한 징계처분을 내리는 지휘관들도 많지만, 이처럼 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기분 따라 원님 재판을 하는 지휘관의 사례도 부지기수다. 

현행 징계 절차는 지휘관이 징계위원회 회부를 결심하면, 자신이 지정한 간부들로 징계위원회를 구성하고 징계 의결을 진행하게끔 되어 있다. 의결 결과는 지휘관이 최종 확정하는데, 징계 수위를 높이고 싶으면 차상급 부대에 재의결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경우에 따라 감경이나 유예 조치도 가능하다. 마음만 먹으면 지휘관이 징계권을 악용할 여지가 다분한 셈이다.

징계권을 가진 지휘관의 수도 너무 많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병사면 중대장 이상, 부사관이면 대대장 이상, 장교면 연대장 이상이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사실상 모든 지휘관이 징계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징계는 잘못에 대한 행정적 불이익을 부과하는 준 형사절차다. 당연히 투명한 절차와 일관된 기준으로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행 징계 제도는 수많은 지휘관들의 자의적 판단과 재량에 많은 부분을 위임하고 있다.

군에서 징계를 둘러싼 시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현행 징계 제도가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징계권자 한 사람이 징계 대상자를 징계 절차에 회부하고, 징계위원회도 구성하고, 최종 결정도 내린다. 징계 절차 회부는 지휘관의 권한으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징계기구와 처분의 독립성, 공정성이 담보되는 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영이 바로 서려면

독일의 경우 군무법원을 따로 두고 징계 절차를 판사가 관장하게 한다. 징계 항고 사건은 연방행정법원이 담당한다. 징계요청권을 지닌 지휘관은 군징계법무관을 통하여 재판부에 의견을 전달한다. 현행 법 체계 하에서 징계를 위한 법원까지 따로 두는 것은 어렵다 하더라도, 이에 착안하여 우리 군의 징계 제도를 개선할 여지는 충분하다.

때에 따라 지휘관이 임의로 휘하 간부들로 구성하는 현행 징계위원회 제도를 폐지하고, 각군 본부, 또는 군단급 부대에 상설 징계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다. 위원은 군법무관, 민간인 법조인 등 법률가들로 구성하여 절차의 법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휘관에게는 징계요청권을 부여하고, 지휘관의 의견은 검사와 마찬가지로 군법무관이 대리하여 전달하게끔 해야 한다. 징계가 준 형사절차인 만큼 형사재판에 준하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여 공정성을 담보하자는 것이다.

혹자는 지휘관이 징계권을 오롯이 행사하지 못하면 군기가 바로 서지 못한다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엄정한 군기는 지휘관에게 징계권이 있느냐 없느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징계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데 있다. 그래야 지휘관의 영이 바로 선다. 징계 제도의 핵심은 법령 규정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납득할 만한 징계가 이루어지는 데 있다.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 이후 군사법제도 개혁 논의가 한창이다. 평시 군사법원, 군검찰을 민간으로 이양하자는 주장이 거세다. 사법체계는 민간에 이관하고, 군법무관들은 내부 징계 절차의 공정성을 제고하는 일에 투입하는 것이 맞다. 이제 징계 제도도 손 볼 때가 되었다. 21세기에 원님 재판은 그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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