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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한겨레] ‘비공개’ 속 숨어 있는 군대 내 성폭력

작성일: 2021-07-19조회: 280

방혜린|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예비역 대위

공군에서 성폭력 피해자 여군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지도 어느덧 두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많은 이야기가 세상에 오고 갔다. 가해자와 핵심 주변 가해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성폭력 사건을 군사법원에 맡겨서는 안 된다, 사건의 총책임자들을 모조리 경질해야 한다,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7월9일 국방부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수사 진행사항 이외에도 제도 개선사항으로 몇 가지를 제시하였다. 크게 군사경찰과 군사법원 조직을 각 군 본부와 국방부로 통합하여 직속 운영하겠다는 것, 성폭력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겠다는 것, 성폭력과 관련한 신고고충처리체계를 ‘외부기관(?)’이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통합, 연계하겠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안을 도출해 계속 개선하겠다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반복 언급되는 구절도 담겨 있었다.

이중 두번째, 국방부가 만들겠다는 ‘성폭력 전담조직’은 2018년 이미 추진이 되었던 사항으로 미군의 ‘사프로’(SAPRO·Sexual Assault Prevention and Response Office)라는 조직을 벤치마킹한 모델이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해당 조직 신설은 흐지부지되었고, 국방부 양성평등위원회만 신설되어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이마저도 비상설 위원회로 자문기구 이상의 기능을 못 하고 있다. 결국 3년이 지나 또 다른 성폭력 사망 사건이 생기자 다시 전담조직 설치가 탄력을 받아 추진되는 모양새다.

새로 생길 전담조직이 갖춰야 하는 여러 요건이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정보공개다. 공개는 감시와 견제를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감시받지 않는 조직은 필연적으로 부패한다. 군사법원이 내리는 판결의 질과 수준이 왜 민간법원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가? 군사법원은 감시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군사법원의 위치는 어딘지, 사건번호는 어떻게 검색해야 하는지, 오늘 재판 일정은 어디에 공지되는지, 입장은 어떻게 되는지, 하다못해 전화번호는 무엇인지도 불투명하다. 그나마 올 2월부터 군사법원 판결문이 공개되면서 그나마 이제까지 군사법원이 어떤 식으로 판결을 내리고 있었는지 차츰 공개되는 상황이다.

이뿐 아니라 군이 매년 실시한다고 하는 양성평등정책, 성폭력 예방과 관련한 연구용역, 실태조사 등은 모조리 비공개 처리되고 있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국방부도 2016년부터 3년 주기로 전수조사에 가까운 군 성폭력 실태조사를 하고 있지만, 결과는 일부 언론사들이 단독 취재하여 알음알음 알려지는 내용으로 가늠하는 수밖에 없다. 가장 기초적인 실태부터 확인이 안 되니, 어쩔 수 없이 국방부가 알려주는 내용을 믿어야 하는 것이다. 정보공개청구 제도 등을 통해 겨우 발생 건수 수치만 받아내는 자료들도 통계가 제각각이다. 이쯤 되면 국방부 스스로도 군이 처한 현실에 대해 제대로 판단 중인지 의심스럽다.

미군의 ‘사프로’가 성폭력 전담조직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배경에는 다년간의 누적된 경험, 많은 수의 전문가, 잘 훈련된 현역 요원들, 촘촘한 조직 구성에도 답이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매년 활동 사항에 대한 공개 보고서를 낸다는 점이다. 미군은 공개된 웹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국방부가 이번에 발표한 여러 개선사항이 실은 올해 처음 고려된 사항이 아니라는 것, 이미 기존 사건들을 통해 도출된 사항들을 다시 강조한다는 것은 국방부가 이제까지 내놓은 시스템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외부의 시선을 통해 감시와 감독, 평가를 받은 적이 전무하다는 뜻이다. 가장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실태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는 점, 우리 군이 성폭력과 관련해 현재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 냉정히 평가받아야 한다는 점을 국방부와 군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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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041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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