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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오마이뉴스] 부실급식의 근원... 이러면 군대 못 가지 말입니다

작성일: 2021-05-13조회: 101

[김형남의 갑을,병정] 군대 급식 논란을 대하는 실망스런 국방부의 대처

군대 급식이 연일 논란이다. 코로나19 격리 대상 장병에게 지급되는 도시락이 부실하다는 폭로가 촉매제였다. 플라스틱 도시락 통에 밥이 가득, 먹다 남은 듯한 반찬들이 약간 담겨 있는 사진이 이 부대, 저 부대에서 병사들의 스마트폰을 통해 부대 밖으로 나왔다. 국방부장관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죄의 뜻을 밝혔지만,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를 위시하여 국민들의 분노가 식을 줄 모른다.

지난 7일, 국방부는 급식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간부 중심 배식 관리 체계 강화, 장병 선호 품목 10% 증량, 민간 위탁 사업 확대, 그리고 기준급식비 인상이 핵심 내용이다. 2021년 병사 1인당 1일 기준 급식비는 8790원이다. 한 끼에 2930원이다.

2020년에 비해 끼니 당 금액은 99원 올랐다. 국방부는 재정당국 및 국회와 적극 협의하여 예산 추가 확보를 통해 2022년 끼니 당 금액을 3500원으로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종합하자면 국방부는 예산이 부족해서 이 사달이 났으며 군대 급식의 질을 올리는 일이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달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말 그럴까? 2021년 기준 국방 예산은 52조 8401억 원이다. 이 중 인건비, 증·특식비를 제외한 순수 병사 급식 예산은 1조 1900억이다. 국방부가 2022년 목표치로 제시한 급식비 인상을 위해서 추가로 필요한 예산은 2000억 정도다. 우리 군이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2000억을 마련할 길이 없어 국회의 추가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

군대 급식 문제가 예산 부족 탓?

▲ 함안 39사단 부실 급식 관련 게시물.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캡처

ⓒ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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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모든 중앙 정부 부처를 통틀어 예산 불용액이 가장 많다. 2019년 국방부의 예산 불용액은 무려 4700억이나 된다. 방만한 예산 운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예산 운용상의 문제를 지적하면 늘 국민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방위력을 향상해야 하고,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소리를 한다. 동문서답이다. 국방부는 늘 이런 식으로 기존 예산에 새 예산을 계속 얹어간다. 집에 금송아지를 모셔놓고 지갑에 만 원밖에 없다고 우는 소리를 하는 격이다. 급식 문제도 마찬가지다.

병사 급식 문제는 오래된 이슈다. 과연 2021년의 우리 군에 먹을 것이 부족해서, 돈이 없어서 부실 급식 문제가 발생했겠는가? 군에는 '배식 실패'라는 말이 있다. 음식을 양껏 만들어놓고 배식을 잘못해서 밥을 못 먹는 사람이 생기는 상황이다. 배식 실패가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를 보면 지휘관·간부가 병사들 밥 먹이는 일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번 논란도 마찬가지다. 전국 모든 부대에서 부실 급식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다. 결국 지휘관·간부가 격리 장병 급식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었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인데, 이는 부대 운영이 실무자의 개인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방증한다.

격리 장병 급식 문제가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군인권센터는 2020년 10월, 보도 자료를 통해 추석 연휴 기간 격리 장병에게 제공된 부실 급식 사진을 공개하고 시정을 촉구했다. 코로나19 확산이 1년이 넘었고, 문제점이 드러나기까지 했는데 식사 문제 하나를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여전히 개인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은 군 수뇌부가 얼마나 장병의 기본 생활에 관심이 없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 2020년 10월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육군 36사단에서 제공된 부실급식 사진

ⓒ 군인권센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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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문제

예산만 증액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군의 급식 체계는 구조적으로 손을 봐야 할 부분이 많다. 일부 대규모 부대에만 배치된 군무원 영양사를 확대 배치하여 음식의 맛뿐 아니라 영양과 질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민간조리원 배치 대상 부대 및 정원 확대도 과감히 추진되어야 한다. 현행 군 급식은 조리병들을 삼시세끼 혹사시켜 인건비를 절약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무엇보다 식자재 조달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군은 식자재별로 1년 치를 다 미리 계약해놓고 수급을 받는다. 이렇게 하면 식자재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후에 따라 식자재 수급 상황에 편차가 생겨 애로가 발생할 수 있다. 가능한 저렴하게 식자재를 마련해야 한다는 군 급식을 대하는 기본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학교무상급식은 급식비를 학생이 부담하던 때보다 급식단가를 높게 책정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로 급식하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다. 군 급식을 바라보는 수뇌부의 관점이 효율 중심에서 '양질의 재료로 좋은 음식을 잘 먹이는 것'으로 바뀌지 않는 한, 군 급식의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은 관점과 관심의 문제다. 군 수뇌부가 군에 데려간 청년들을 어떻게 잘 먹이고 잘 재울 것인지 고민하는 일에 무심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할 때다. 급식비 인상은 급식 문제 해결의 조건일지는 몰라도, 만능의 요술방망이가 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