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남의 갑을, 병정] 사관학교 '로스쿨 위탁교육'부터 당장 폐지해야
육사 졸업생 로스쿨 입학 지원? '꼭두각시 군법무관'만 늘어난다.
지난 20일, 국정기획위원회가 군 사관생도들의 졸업 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 지원을 논의 중이라는 <국민일보> 단독 기사가 나왔다. 각 군 사관생도들이 졸업 후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법조인이 되면 군에서 군법무관으로 일하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해당 기사에서는 국정기획위 관계자가 "군이 양질의 법무관을 직접 양성하면 군사재판, 수사의 질을 높일 수 있다", "12.3. 비상계엄 등에 가담한 일부 군인들처럼 군 조직 내에서만 경력을 쌓아 폐쇄적인 사고를 가진 채 성장하는 인사를 막겠다는 의도도 있다"라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취지는 채 상병 사망 사건 등에서 나타난 군법무관의 부실 대응을 막기 위한 군 사법개혁 논의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경찰대학 졸업생이 복무 중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을 참고하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여졌다.
그러나 경찰대학 졸업생이 복무 중에 로스쿨에 진학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는 없다. 오히려 상당수의 경찰대학 졸업생들이 자비로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시험을 본 뒤 의무복무기간을 채우지 않고 학비를 상환, 조기 퇴직하는 문제가 화두가 되어 왔을 뿐이다.
말 잘듣는 군법무관의 탄생
만약 기사에 담긴 내용처럼 실제 국정기획위에서 사관생도들의 로스쿨 위탁교육 확대와 관련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면, 이는 상당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2005년까지는 군법무관 임용시험을 볼 수 있었다. 사법시험과 과목이 같았고, 매년 40여 명을 뽑았다. 군법무관 시험에 합격하면 사법시험 합격자와 마찬가지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군에서 군법무관으로 복무했다. 10년의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면 전역 후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는 자격도 취득할 수 있었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많지 않았던 시절엔 합격자 중 군법무관을 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가 사시 합격자 수를 계속 증원함에 따라 군법무관을 별도로 임용하는 시험을 둘 필요가 줄어들어 폐지했다. 군법무관 임용시험 폐지 이후에는 사법시험 합격자를, 사법시험 폐지 후에는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군법무관으로 선발하고 있다.
왜 사관생도를 법조인으로 키울 궁리를 하는가
법대, 로스쿨 위탁교육은 이러한 군의 '군법무관 길들이기'의 핵심 정책 중 하나였다. 육사 출신의 엘리트 군인을 선별하여 국비로 법대나 로스쿨에 위탁교육을 보낸 뒤, 군이 필요로 하는 형태의 법조인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채 상병 사망 사건 당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하여 최근 압수수색을 받은 윤석열의 사법연수원 동기 고석 변호사(전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장), 박정훈 대령을 항명죄로 기소하고 경북경찰청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기록 탈취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동혁 현 국방부검찰단장(직무배제). 이들은 대표적으로 육사 출신으로 위탁교육을 거쳐 법무관이 된 사람들이다. 철저히 군의 입장에서 법을 '이용'해 군과 지휘관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법률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역할에 앞장선 것이다. 군은 이렇게 아랫사람들은 목줄을 죄고, 윗사람은 '내 사람'을 키워 앉히는 방식으로 법무 조직을 틀어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