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어게인’ 꽉 찬 법정에서 [똑똑! 한국사회]
방혜린 | 군인권센터 국방감시팀장
올해 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내란죄 재판 준비기일을 시작으로 현재 재판 중인 거의 모든 내란 재판을 방청했다. 처음에는 사상 초유의 내란죄 재판이니 방청객이 많을 것이라 예상하고 자리를 맡으러 서둘러 재판을 보러 갔다. 첫 한두번은 그래도 방청객이 꽤 되더니, 급격히 줄기 시작했고, 몇주가 지나니 이제는 방청석 앞줄을 채우던 기자들마저 빠졌다. 삽시간에 비워진 관심을 내란 지지 세력이 빠른 속도로 메우기 시작했다. 지금 내란죄 재판 방청을 가보면 꼭 윤석열 재판이 아니더라도 ‘윤 어게인’(YOON AGAIN) 같은 슬로건이 적힌 시뻘건 티를 입은 사람들이 가득 앉아 소란을 피우며 사사건건 재판 진행을 방해 중이다. 진행이 더딘 내란죄 재판은 짧아도 올 12월, 자칫하면 내년 초까지 1심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것만 같았던 광장에서의 긴 겨울을 지나, 2025년 4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새 정부 출범, 이와 동시에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한 3개 특검으로 모든 것이 정상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제대로 처벌을 받은 이가 8월이 된 지금도 한명도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매일 특검발 속보가 뜨고, 윤석열이 다시 구속됐다 하여 ‘곧 청산되겠구나’ 하며 착각해선 안 된다. 다 끝났다는 착각에 공이랍시고 치하하며 하하, 호호하는 사이, 숨어 있던 내란의 싹이 어디서 어떻게 움틀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화전(火田)을 가꿀 때, 모든 것을 태운 뒤 잿더미에서 비로소 새로이 씨를 뿌리는 것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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