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재판부, ‘도주대사’ 이종섭이 피의자인지도 몰랐다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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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도주대사’ 이종섭이 피의자인지도 몰랐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윤석열 외 5인 범인도피 등 무죄 판결 규탄 -


오늘(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해 출국시킨 사건(2025고합1602)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피고인 6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납득할 수 없다.


재판부는 윤석열이 채 상병 사건 수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느냐”는 취지로 질책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이종섭은 해병대에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고, 경찰에 넘어간 수사기록은 국방부검찰단에 의해 회수됐다. 이 과정이 알려지면서 이종섭은 2023년 9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됐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윤석열이 이종섭을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기보다 ‘논란이 되는 사람’ 정도로만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자신이 보고받고 질책한 사건의 처리 과정 때문에 자신이 임명한 국방부장관이 수사기관에 고발되어 이미 피의자가 되었는데, 그 범죄혐의에 대한 인식은 ‘추상적’이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공수처가 이종섭을 신속하게 소환하거나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점도 무죄 판단의 중요한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수사를 제대로 못했는지의 여부는 수사를 받는 사람을 출국시켜도 되는지와는 다른 문제다. 당시 이종섭은 이미 공수처에 피의자로 입건되어 있었고, 공수처의 요청에 따라 출국금지까지 된 상태였다.


오히려 재판부의 논리를 그대로 따른다면 이상한 결론에 이른다. 수사기관이 열심히 수사하고 있는 피의자를 해외로 보내면 문제가 되지만, 수사기관의 수사가 늦어지고 있는 피의자는 출국시켜도 범인도피의 책임이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의 잘못이나 무능이 있었다면 그것은 별도로 따질 일이다. 그것이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을 출국시킨 행위의 책임을 덜어주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리고 재판부는 이종섭이 호주대사로 부임하더라도 소재가 명확하고 연락이 가능하며 필요하면 귀국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도피’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느냐만이 아니다. 국내에 있던 피의자를 대통령이 해외 공관장으로 임명하여 출국시키면 수사기관은 소환할 때마다 외교관의 지위와 공무 수행, 귀국 일정이라는 새로운 장벽을 마주하게 된다. 실제로 수사받는 피의자를 해외에 보내 수사를 어렵게 만드는 행위를 두고 단지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다’는 이유로 도피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범인도피죄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히는 것이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출국금지 해제 과정에 대한 판단이다. 법무부는 이종섭이 출국금지 상태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종섭은 출국금지에 이의를 신청했다. 박성재 당시 법무부장관은 "대사로 임명된 사람이 법무부의 출국금지 때문에 출국하지 못하는 것이 맞느냐"며 문제를 제기했고, 이후 출국금지는 해제됐다. 법원은 이러한 과정에서도 관계자들에게 특정한 결론을 강요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직권남용죄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오늘의 판결은 참담하다. 대통령이 자신이 직접 질책한 사건으로 수사받게 된 전직 국방부장관을 대사로 임명하고, 출국금지 사실이 확인된 뒤 법무부가 이를 해제하여 실제 해외로 출국하게 하더라도, 각각의 절차를 하나씩 떼어 ‘대통령의 인사권’, ‘통상적인 인사검증’, ‘법무부의 재량’이라고 설명하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가.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채수근 상병이 목숨을 잃은 뒤 시작된 이 사건의 본질은 처음부터 하나였다. 한 병사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려던 수사가 왜 중단되고 뒤집혔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던 권력자들이 국가기관의 권한을 이용하여 수사와 책임규명을 방해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오늘 법원은 각각의 행위를 날짜별로 잘게 쪼개어 바라본 끝에 결국 아무에게도 형사책임을 묻지 않았다. 특히 수사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오히려 무죄의 근거로 삼은 것은, 권력에 의해 수사가 지연되고 방해받았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사건에서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특검은 즉각 항소해야 한다. 항소심 법원은 이종섭이 피의자였다는 걸 윤석열이 정말 ‘추상적으로’밖에 알 수 없었는지, 수사기관의 미진한 수사가 범인도피의 책임을 덜어주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수사대상자를 국가의 공식 직위를 부여하여 해외로 출국시키는 행위가 정말 형사사법절차를 곤란하게 하지 않는 것인지 다시 엄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채수근 상병의 죽음에서 시작된 책임규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6. 9. 11.

군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