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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예비역 장성’이 아닌 ‘보훈처장’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작성일: 2019-08-16조회: 354

‘예비역 장성’이 아닌 ‘보훈처장’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 박삼득 신임 국가보훈처장 취임에 부쳐 -

오늘, 박삼득 신임 국가보훈처장이 취임한다. 인선 이후 독립유공자 단체로부터 예비역 중장 출신을 보훈처장에 임명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는 등 취임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마찬가지로 예비역 중장 출신으로 MB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6년 간 보훈처를 적폐의 나락으로 몰아 간 박승춘 전 처장의 그늘이 크다. 이전 정권의 역대 보훈처장들 중 예비역 중장 출신이 많았다는 점, 이들이 재임 할 때에 보훈 정책의 발전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일부 군 관련 보훈 단체와 결탁하여 갖가지 비리를 저지르는 데 힘을 쏟았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였을 것이다. 인사는 메시지다. 나라를 위해 희생 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고 그 가족을 예우하는 일이 꼭 ‘군인’에 의해서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인식이 아쉬울 뿐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오랜 시간 예비역 군인이 보훈처장을 맡아왔음에도 군인의 희생이 명예로운 보답을 받지 못해왔다는 점에 있다. 많은 장병들이 군 생활을 하다 생명을 잃거나, 부상을 입고 전역하고 있지만 국가는 이들을 존경하거나 예우하지 않았다. 국가는 이들을 나랏돈으로 보상금을 타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쯤으로 간주하며 어떻게든 혜택을 주지 않기 위해 완강히 버텨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전역자들이 보훈처를 상대로 자신의 희생을 입증하기 위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 2014년에 사망한 ‘윤 일병 사건’의 피해자 故 윤승주 일병의 경우, 구타, 가혹행위로 인한 사망과 ‘복무 연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국가가 행정소송에서 항소까지 하면서 국가유공자 지정을 반대하다가 4년이 지난 2018년에 이르러서야 지정된 바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 보훈제도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보훈 신청인에게 모든 피해의 입증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자신의 희생이 복무와 연관되어있다고 입증하지 못하면 국가유공자도, 보훈보상대상자도 될 수 없다. 군대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의 경우 그 어려움이 배가된다. 군은 폐쇄 조직이다. 전역한 군인, 또는 사망한 군인의 유가족이 군 내부 자료에 접근하여 자신이 입은 피해와 공무의 연관성을 입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국가를 위해 일하다 희생한 사람에게 스스로의 희생을 증명하라 요구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다. 보훈의 모범으로 꼽히는 미국이 제대군인부에 36만명의 공무원을 두고 정부 예산의 4.4%를 쓰며 국가가 직접 희생자들의 피해를 입증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우리 보훈처에는 1,281명의 공무원이 정부 예산의 1% 남짓을 배정 받아 일하고 있을 뿐이다.

국가에 보훈을 요하는 이들을 ‘떼쟁이’ 쯤으로 바라보니 이들에 대한 처우도 제대로 이뤄질리 없다. 우리나라에는 독립유공자,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 베트남전 참전 유공자, 고엽제 피해자, 민주화운동 유공자 등 다양한 유공자가 많다. 그러나 정부는 건국 이래 단 한번도 이들의 사회권적 기본권 실태를 파악하지 않았다.

많은 유공자들이 생활고를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국가는 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실제 참전용사들은 기초생활수급에 가까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데, 정부 지원은 대부분 재향군인회에만 집중되는 등 부조리가 심각했다. 이러한 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이 진정으로 존경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면 기본적인 생활 여건 실태부터 파악해야 한다. 거창한 구호나 이벤트가 아니라 유공자들의 삶에 닿는 정책이 절실하다.

보훈 제도의 수준이 곧 국격이다. 국가를 위한 희생이 명예로운 보답을 받지 못한다면 장차 대한민국을 위해 기꺼이 일하고자 마음먹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보상금이나 타려고 혈안이 된 사람으로 취급하면서 국민을 상대로 ‘애국’만 강조하는 전시 보훈을 탈피해야 한다. 여러 아쉬움 속에 임명된 만큼 박삼득 신임 보훈처장이 예비역 장성 중심의 보훈 행정을 거부하고, 세심한 안목으로 보훈 개혁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 훗날 박삼득 신임 보훈처장이 ‘예비역 중장’이 아닌 ‘보훈처장’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2019. 0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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