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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대한민국은 여전히 양심의 자유를 처벌하는 나라다

작성일: 2021-02-26조회: 503

[논평] 

대한민국은 여전히 양심의 자유를 처벌하는 나라다

- 2월 25일 대법원 선고에 부쳐 -

□ 2021년 2월 25일 대법원은 예비군 훈련 거부자 A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지었지만,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홍정훈, 오경택의 상고를 기각하며 2심 유죄 선고를 확정하였다.

2018년 6월 헌법재판소의 결정, 2018년 11월 대법원의 첫 무죄 선고, 2019년 12월 대체복무 관련 법안 제정, 2020년 6월 대체역 심사위원회 발족으로 이어지는 대체복무 도입의 과정은 그동안 한국 정부가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을 처벌했던 과거와 결별하고 헌법상 권리인 모든 국민의 양심의 자유를 인정해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었다.

예비군 훈련 거부자 A씨에 대한 무죄 선고 확정은, 특정 종교인이 아닌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대법원이 인정하고 보호했다는 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반면 홍정훈, 오경택에 대한 대법원의 선고는 양심의 자유 보호라는 대체복무제도 도입의 취지가 무색한 판결로 병역거부자에 대한 사법부의 시계를 2018년 이전으로 돌리는 퇴행적인 결정이다.

대법원 스스로가 2018년 11월 첫 무죄 선고를 하며 “국민 다수의 동의를 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인격적 존재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존재를 국가가 언제까지나 외면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 신념에 선뜻 동의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제 이들을 관용하고 포용할 수는 있어야 한다”고 했던 입장과도 어긋난다. 홍정훈은 2016년 12월 13일, 오경택은 2018년 6월 27일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감옥에 수감될 것을 감수하고 ‘자신의 인격적 존재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병역을 거부’했지만 대법원은 이들을 포용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바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내용은 법원이 판단할 내용이 아니고, 다만 각자의 양심이 진실된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홍정훈, 오경택의 경우 하급심 재판부에서 평화주의가 아니라 반권위주의이기 때문에 병역거부의 양심이 될 수 없다는 식으로 양심의 내용을 문제 삼거나(홍정훈) 양심과 양심의 구체적인 실천에 대한 맥락적이고 입체적인 접근을 하지 않은 채 단편적인 상황만을 가지고 판단을 내렸고(오경택), 대법원은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복잡하고도 심오한 인간의 양심에 대해 성의 없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퇴행적인 결론을 내린 것이다.

국가, 특히 사법부의 책임은 국민의 양심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고민을 하는 것이지 처벌하기 위해 핑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의 유죄 선고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헌법상 권리인 양심의 자유에 대해 깊이 있고 철학적인 사유를 할 능력이 없음을, 헌법상의 권리인 양심의 자유를 보호할 의지가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양심의 자유를 처벌하는 나라다.

홍정훈, 오경택 두 병역거부자는 평화인권단체들과 함께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 이 사건을 진정할 계획이다. 양심을 감옥에 가두는 일, 평화의 신념을 처벌하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2021.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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