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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군인권 바로미터] ‘군사법 정의’의 민낯

작성일: 2022-02-14조회: 129

군사법원은 다른 일반 법원과 달리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 말만 공개재판일 뿐이지, 법원을 가는 길부터 비공개의 연속이다. 일단 군사법원 위치부터 비공개다. 군부대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를 찾아가려면 ‘고등’군사법원을 검색해, 홈페이지에서 각 법원 전화번호를 찾아낸 다음, 군사법원 서기를 연결 받아(어째선지 전화를 잘 받지도 않는다) 최소 하루 전날까지 출입조치를 허가받아, 군부대 근처 지번을 물어물어 알아서 찾아가야 한다. 대중교통으로 이용할 수 있는 법원은 손에 꼽힌다. 어찌어찌 부대 앞까지 찾아간다고 해서 맘대로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군사법원 직원이 마중 나올 때까지 또 기다려야 한다.

군 사건이 폐쇄성을 가지게 된 건 군대 문화에서만 기인한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물리적으로 ‘폐쇄’ 되어 있기 때문에 기상천외한 재판이 일어나도 일반인은 알 길이 없다. 변호사조차도 군 법무관 출신이 아니면 군사법원의 생리에 된통 당하기 쉽다. 이런 허점을 노려서 ‘전관’이 활약하는 것이다. 군대 선, 후배 관계로 묶인 전우애를 바탕으로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판사와 변호사가 서로를 위하는 재판이 벌어진다.

최근 지원하는 사건 중, 가해자 측 변호사가 피해자 증인신문 중 반말과 고성을 섞어가며 진술을 방해한 재판이 있었다. 가해자 측 변호사는 피해자의 진술이 조금이라도 어긋난다 싶으면 증인이 거짓말을 한다며 비꼬았고, 피해자 법률대리인에게 발을 구르며 위협하기까지 했다. 이날 피해자는 트라우마로 수개월의 입원 생활 중 출석을 위해 잠깐 외출한 상태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제지 없이 수수방관하다, 참다못한 피해자 법률대리인이 증인 진술을 포기하겠다고 나서자 그제야 덜렁 사과했다.

도대체 이 변호사의 태도가 어디서 오나 했더니, 과연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며칠 전 우연히 페이스북을 살펴보는데, 문제의 변호사가 공군본부 법무실장의 페이스북 글에다 댓글로 ‘사실상 군사재판에 직접 개입하는 수준이다’, ‘군사법원이 눈치를 본다.’, ‘제가 증인신문을 막아섰고 끝나면 자기들 멋대로 왜곡해서 기사 내고 깡패 같다. 화가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 법무실장은 ‘군의 명예를 지키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맞장구를 쳐주고 있었다. 공군본부 군사법원에 기소되어 재판 중인 가해자를 변호하는 변호사가, 법무실장 페이스북에서 친분을 과시하며 가해자 측 상황이 불리하다고 호소하고, 여기에 법무실장은 이를 바로잡겠다고 선언하고 있으니 도대체 어느 피해자가 군사법원에 자신의 피해를 호소할 수 있을까?

민간의 사법체계와 달리, 각 군 법무실장은 법무병과의 행정과 군사법원의 재판, 군 검사의 수사까지 모두 관여할 수 있다. 병과의 인사를 모두 틀어쥐고 있는 병과장이면서 참모총장의 법무참모 역할을 수행하는 실장의 눈치에서 법무병과 그 누구도 자유롭기 어렵다. 작년 5월 발생한 공군 성폭력 피해자 사망 사건에서 유족 측이 계속해 법무실장과 수사 지휘 계통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는 건 이 때문이다.

올해 7월이 되면 개정된 군사법원법을 통해 사망 사건과 성범죄만 민간법원에서 관할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과연 그걸로 문제가 해결될까? 민간법원으로 성범죄를 끌어내고,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한다고 해서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군사법원이 가지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군대 문화와 폐쇄성에서 비롯되는 각종 폐해, 심각한 수준의 전관, 군의 지휘체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법체계, 현저히 떨어지는 감수성과 수사에서의 비전문성 등에서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군사법 정의라는 말은 조합부터 틀렸다. 도대체 사법과 군사법이 따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뭣에 있을까.

위 재판의 피해자는 그날 이후 더 출석하지 못했고, 아직도 입원을 반복하며 치료 중이다. 재판은 재판부가 교체되면서 기일이 또 한없이 밀렸다. 가해자 중 일부는 무사히 전역했다.

출처 : 여성신문(http://www.womennews.co.kr)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98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