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홈 > 뉴스 > 뉴스레터

[기고글] [오마이뉴스] 대통령 지시도 뭉개고... 진짜 특검 해야하는 건 이것

작성일: 2021-09-30조회: 28

[김형남의 갑을,병정] 부실 수사 책임자 '전원 불기소' 전망되는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가해자가 자살할까봐 청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군 20비 성추행 피해자 이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국방부 검찰단이 9월 7일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 마지막 회의에 출석하여 20비 군 검사를 불기소 의견으로 심의에 올리며 덧붙인 사유 중 하나다. 20비 군 검사는 올해 4월 7일 자로 군사경찰로부터 성추행 사건을 송치 받은 뒤로 피해자가 사망한 5월 21일까지 단 한 번도 수사를 하지 않아 직무유기로 입건된 바 있다.

<공군검찰지침>에는 '모든 성범죄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고 나와 있고 예외적으로 죄질, 합의 여부 등을 감안해 구속수사의 필요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될 때만 구속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있다. 구속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도 공군본부 고등검찰부장과 사전 협의해야 하게끔 되어있다.

그런데 20비 군 검사는 사건을 맡아 놓고 검토조차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성범죄의 죄질이 매우 나쁘고, 피해자가 엄벌에 처해달라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가해자를 구속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고등검찰부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군 검사는 피해자가 수사 지연 속에 2차 가해에 시달리다 사망한 뒤에도 가해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일부 수사심의위원들에 따르면, 군 검사는 직무유기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자살할까봐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등검찰부장과 협의한 결과였다고 한다. 실로 황당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자살이 우려되는 상황이면 신병 확보를 위해서라도 구속했어야 한다. 검사의 본분도 잊고, 지침도 위반했으니 명백한 직무유기다.

문제는 국방부 검찰단이 군 검사의 황당한 변명을 적극 인용해 수심위에 불기소 의견으로 심의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수심위는 검찰단의 의견을 좇아 군 검사를 불기소하라 권고했다.

엉망진창 수사

이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 중사 사망사건 수사를 대체로 이런 식으로 끌고 왔다. 수심위 내내 시종일관 말도 안 되는 피의자들의 변명을 덕지덕지 불기소 사유로 갖다 붙인 건 물론이고, 피의자들이 하지도 않은 변론까지 덧붙였다는 후문이다.

부실수사의 책임을 두고 주요 피의자 간에 진술이 엇갈리는데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도 안 밝히고 수사를 종결해버린 경우도 있었다. 성추행 발생 직후 20비 군사경찰이 가해자를 불러보지도 않고 불구속 방침부터 세운 일을 두고, 담당 수사계장은 군사경찰대대장의 명을 받아 그리 했다고 하고, 대대장은 수사계장이 자신에게 허위보고를 했다고 진술했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데 국방부 검찰단은 거기서 수사를 멈췄다. 수심위에선 두 사람 모두 불기소 의견으로 일단락 시켰다.

엉망진창 수사 속에 창군 이래 처음으로 만들어진 수심위는 국방부 검찰단의 알리바이요, 방패막이로 전락해버렸다. 국방부 검찰단은 수심위 회의가 끝날 때마다 보도자료를 내 결과를 알렸다. 수심위원들이 주요 피의자들에게 불기소 권고를 내렸고, 검찰단은 숙고하여 이를 존중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국방부 검찰단 혼자 불기소를 결정하면 국민의 비난에 직면할 테니, 수심위원들을 방패로 세워놓고 책임을 떠넘기는 꼴이다. 그렇게 검찰단은 수심위 뒤에 숨어 이 중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부실 수사, 편파 수사, 지연 수사와 관련된 수사 관계자 전원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받아냈다. 결과적으로 아무도 잘못한 것이 없는데 피해자만 혼자 목숨을 끊은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린 셈이다. 이런 기막힌 일이 2021년의 대한민국 군대에서 버젓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다.
 

 공군 성추행 피해자 고(故) 이 모 중사 부친이 28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수사결과 비판 기자회견에서 딸의 사진을 들고 군의 수사를 비판하고 있다. 2021.9.28

관련사진보기
9월 28일 고 이 중사의 아버지는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아버지는 기자회견에서 사랑하는 딸의 이름을 밝혔다. 그녀의 이름은 이예람이다. 사진도 공개했다. 혹여 자랑스러운 군인이었던 딸이 불의한 말장난에 명예를 잃을까 망설여왔던 일이다. 자식의 명예를 찾으려고 그 명예를 내려놔야 하는 애끓는 결단을 어찌 한 뼘이라도 헤아릴 수 있을까.

그런 아버지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특검이다. 나라 안의 모든 문제에 걸핏하면 특검 하자고 한다며 비판하는 이들이 있다. 군 사법체계의 특수성과 이 사건의 진행 과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본래 사건 수사는 공군 20비 군 검찰이 맡고 있었다. 이 중사 사망 이후 군 검사가 가해자 하나 구속하지 못하고 있던 사이, 언론이 사건을 공론화했다.

그러자 공군은 사건을 공군본부로 이첩했다. 공군본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일자, 국방부는 다시 사건을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첩했다. 국방부 검찰단이 지지부진 부실한 수사를 펼치며 제식구를 감싸고 있다는 지적이 일자, 국방부 장관은 창군 이래 최초로 특임 군 검사를 두고 수사를 맡겼다.

알려진 바와 같이 특임 군 검사는 임명 이후 주요 피의자 등을 대상으로 통신영장을 청구했으나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이 이를 기각해버렸다. 특임 군 검사는 기초적인 수사 여건도 보장을 못 받은 셈이다. 딸을 먼저 보낸 아버지는 130일 동안 이 어이없는 과정을 다 감내하고 지켜봤다.

특검밖에 방법이 없다

군 내부에선 누가 수사를 맡아도 제대로 수사를 할 수도, 하지도 않는다는 점이 넉 달간 여실히 드러났다. 그렇다고 현행법 상 민간 수사기관에서 군인을 수사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수사다운 수사를 해 볼 마지막 수단이자 유일한 수단은 특검밖에 안 남은 것이다.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기본소득당 등 4개 야당 112명의 의원들이 지난 6월 10일, 공군 20비 이 중사 사망 사건 특검법안을 발의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만 동의하면 특검이 설치된다. 대통령의 엄정 수사 지시도 통하지 않는 구제불능의 국방부를 다잡는 길은 특검뿐이다. 여당의 결심만 남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조문한 뒤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관련사진보기
9월 28일 기자회견에서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이 중사 아버지 곁에 2014년 선임병들의 구타, 가혹행위로 사망했던 고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와 2016년 부대의 방치로 무슨 병에 걸린 줄도 모르고 사망했던 고 홍정기 일병의 어머니가 서있었다는 점이다. 모두 아직까지 군을 상대로 소송을 하고 있는 분들이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자식의 죽음으로 만나 위로와 분노를 나누는 서글픈 풍경은 대체 언제까지 되풀이되어야 하는가. 울분에 찬 윤 일병 어머니의 말씀으로 맺는다.

"군이 잘못한 일은 군에 수사를 맡겨선 안 된다는 교훈은 대체 몇 사람이 더 죽어야 이해될 수 있을까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76871&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