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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시네21] 'D.P.'를 보며 군대가 좋아졌다는 착시에 대해 거듭 생각함

작성일: 2021-09-18조회: 39

2014년 병영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들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까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세대를 불문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양새다. 최근 공군과 해군에서 연이어 성범죄 피해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함에 따라 국민적 공분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에서 드라마가 출시되었다는 점, 더불어 사실에 기반을 둔 김보통 작가의 탄탄한 시나리오가 큰 반향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탈영병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 안준호 이병 역을 맡은 배우 정해인의 연기 변신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가 전작 멜로드라마에서 보여주었던 달달한 연기와 다소 거리가 있는 무거운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는 세평이 있다. 그런데 사실 정해인은 이미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 군인 연기를 선보인 적 있다. 군대 내 인권침해 사건으로 누명을 쓰고 징역살이를 하는 유정우 대위 역을 잘 소화했다는 점에서 안준호 이병 역도 잘 소화해낼 것이라는 기대를 촬영이 시작될 무렵, 김보통 작가에게 전한 바 있다.

군대는 정말 전과 달라졌을까

<D.P.>의 매회 오프닝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문구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대한민국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병역법 3조 1항)이다. 징병신체검사 통지서와 입영통지서를 받아본 남성이라면 드라마가 서두에서 보여주는 이 문장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왜냐하면 신체와 정신이 건강한 남성이라면 징병신체검사를 받은 후, 각자 부여받은 등급에 따라서 입영통지서를 받고 18개월 동안 국가에 인신을 저당잡힌 채 병영이라는 통제된, 흡사 감옥과 같은 공간에서 사생활의 자유가 박탈된 생활을 강요받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D.P.>가 흥행가도를 달리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군 당국은 언론을 통해 2014년 당시 군 인권 상황이 저 정도는 아니였고, 현재 병사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함으로써 구타와 가혹행위가 일어나도 외부에 알릴 수 있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2014년 육군 28사단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 당시 군 당국은 윤 일병이 냉동만두를 먹다가 기도가 막혀 질식사한 것으로 언론에 발표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해명은 사실과 달랐다. 당시 군인권센터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윤 일병은 간부들의 묵인하에 40여일 동안 선임병들에게 지속적으로 구타당하다 사망에 이르렀다. 병원으로 후송한 후 당시 헌병(군사경찰)이 촬영한 사진에서도 온몸에 피멍이 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갈비뼈가 부러진 것도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군사경찰은 가해자들의 말을 그대로 인용해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뼈가 부러졌다는 등 사건을 축소, 은폐, 왜곡하며 철저히 가해자 편에 서서 사법 정의를 조롱하였다.

집단 구타로 인해 사망한 윤 일병 사건과 <D.P.> 시즌1을 비교해본다면 국방부의 변명은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보다 수위를 한참 낮추고 내용을 순화시킨 감독과 작가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시즌1의 마지막 장면으로 시즌2가 어떻게 전개될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시즌2에서 ‘임 병장 사건’이 다루어질 거라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임 병장 총기난사사건’ 당시 사건 발생 2주 후 현장검증이 있었다. 군인권센터는 유가족의 요청으로 변호사, 응급의학 전문의와 함께 현장검증에 입회했었다. 당시 GOP 소초는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드라마의 진행 방향을 예단할 수 없어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현실의 참혹함은 드라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국방부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병사들에게 휴대전화를 허용해 과거의 군대와 달라졌다고 자랑하는 군 당국의 모습도 씁쓸하다. 병사가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당했던 것은 명백한 위헌 상황이었다.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거나, 사용시간을 통제하는 것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헌법에 따르면 법률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설사 그러한 법률이 제정되더라도 기본권 제한의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을 것이 자명하다. 오랜 세월 법적 근거도 없이 기본권을 침해해놓고도 반성은커녕 ‘비정상의 정상화’를 마치 엄청난 혜택인 양 자랑하는 국방부의 모습은 한심하기조차 하다. 도리어 지금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시간을 통제하는 일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주지하고 위헌적 기본권 침해를 중단할 고민을 해야 할 때다.

휴대전화를 허용해서, 그래서 요즘 군대에서는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없다는 말은 언어도단이다. 국민에게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군의 궁색한 해명이다. 공군과 해군에서의 성추행 피해자 사망, 그리고 최근 강릉 공군 비행단에서 벌어진 집단 구타 가혹행위, 해군 강감찬함에서 벌어진 구타, 폭언, 집단따돌림 피해자 사망 사건 등을 보라. 피해자들에게 휴대전화가 없어서, 신고할 수단이 없어서 이들이 참혹한 피해를 입었는가? 이 사건의 피해자들은 모두 군 내부에 신고하고, 피해를 보고했다. 군이 피해자의 편에서 정의를 바로 세워줄 것이란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보호받지 못한 피해자들

그러나 피해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은폐, 축소, 무마였다. 보호도 받지 못했다. 군 수뇌부와 군사경찰, 군검사, 군판사는 가해자 편에 섰다.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에는 형사처벌과 징계를 모면하기 위한 관계자들의 동분서주가 국민 앞에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어떤 피의자는 국방부 법무관리관 출신 변호사들을 선임하고, 어떤 피의자는 고등군사법원장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는가 하면 어떤 피의자는 대법관을 지내는 매형과 함께 근무한 전직 대법관의 동생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여 각자도생하고 있다. 윤 일병 사건을 축소·은폐·왜곡했던 군사경찰과 군 수뇌부 중 어느 하나 처벌받지 않았던 ‘불처벌’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참혹하고 잔인하다. 금쪽같은 내 자식의 죽음을 목도하고 그 모든 현실을 감당해야 하는 유가족. 자식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차디찬 냉동고와 임시봉안소에 시신과 유골을 둬야 하는 부모의 심정. 군대가 좋아졌다는 말은 그저 착시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미명하에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봉디 샘’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시즌2 오프닝은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대한민국 헌법 39조 2항)가 문구로 채택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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