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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오마이뉴스] 장병이 오줌을 싸든말든, 코로나19와 육군의 고집

작성일: 2021-04-28조회: 21

[김형남의 갑을,병정] 방역도 군사작전 하듯 하는 군 수뇌부의 태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한 지 1년이 지났다. 가끔 마스크를 챙기지 않고 현관문을 나설 때가 있다. 하지만 이내 금방 깨닫는다. 마치 옷을 하나 안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불편하게 느껴지던 마스크인데 어느새 몸에 익은 모양이다. 시간이 주는 익숙함이 이렇게 무섭다.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나 구할 수 있지만 1년 전만 해도 온 동네 약국을 전전해도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정부가 5부제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마스크 대란'은 일단락되었지만 여전히 한 번 살 때 여럿 사두는 편이다. 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그렇다고 한다. 세상 돌아가는 일은 내 한 몸 건사하는 일과는 달라서 익숙함에 안도하고 있기엔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다. 그러니 시간이 지나도 쉽게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사람들이 느끼는 익숙함과 익숙지 않음의 사이, 정부의 방역 정책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사람들이 방역 조치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이끌되 이들이 처한 사정과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까지 익숙함에 젖어선 안 된다. 시민들이 코로나19에 익숙해져간다고 그들의 삶이 불안하지 않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방역 정책의 성패는 확진자 수 감소와 같은 목표 달성, 성과 중심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고, 정부는 방역의 시대를 살아내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을 어떻게 관리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 24일 오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입영심사대에서 군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0.12.24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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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이 겪는 부당한 대우

코로나19로 군대 가는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입영일마다 북적이던 훈련소 앞이 한산해졌다. 훈련병 가족들이 입영행사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수료일에도 훈련병들이 면회, 외출, 휴가를 나가지 못하니 인근이 한산하긴 마찬가지다.

훈련병뿐 아니라 기간 장병 대부분도 오래도록 바깥 공기를 쐬지 못했다. 행여 코로나 확산세가 줄어들어 바깥바람을 쐬고 오면 일정 기간 격리에 돌입한다. 군 생활의 큰 즐거움인 휴가·외박을 나가기가 어려워진 상황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불만이 어찌 크지 않았겠냐만 오랜 시간 큰 파열음은 없었다. 감염병 확산이란 초유의 사태 앞에 어찌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던 이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연일 언론에는 병사들이 코로나19 기간 겪은 부당한 대우를 비판하는 기사들로 도배되고 있다. 격리 기간 배식 받은 도시락이 부실하다는 폭로가 도화선이었다. 카메라 촬영이 금지된 부대 내에서 도시락 사진을 찍으면 징계를 받을 수 있는데도 이곳저곳에서 찍힌 사진이 SNS를 뒤덮고 있다. 밥만 한가득이고, 반찬이라고는 김치 몇 쪽에 양념만 담아둔 도시락은 여러 사람의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지난 월요일(26일)에는 육군훈련소의 비상식적 방역 조치가 화두에 올랐다. 훈련병들이 입소하면 1주일 간격으로 두 번 진행하는 PCR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열흘 가까이 세면, 양치, 샤워를 통제하고 심지어 화장실 이용까지 제한해왔다는 군인권센터의 폭로가 있었다. 심지어 어떤 이는 화장실 이용 제한 상황에서 오줌을 바지에 싸기까지 했다고 한다.

훈련소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행정 조치가 얼마나 이상한지 알 것이다. 지금 훈련병들은 입소 후 열흘간 사실상의 격리를 한다. 그 안에선 할 일이 없다. 훈련이나 교육을 받는 것도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시간을 쪼개 소규모 인원 단위로 세면을 하고, 화장실을 이용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물론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안 씻기고 화장실 안 보내기보단 이 편이 상식적이라는 걸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폭로 이후 육군훈련소의 반응이 눈길을 끌었다. 육군훈련소 공보정훈실은 "지난해와 올해 입영장정 중 코로나19 확진자 27명이 확인됐으나 강화된 선제적 예방조치로 단 1명의 추가 감염도 발생하지 않았다"라며 분노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현 지침을 옹호하며 자화자찬을 한 것이다.

김인건 육군훈련소장도 "화장실과 세면장 문제는 지난해와 비교해 많이 개선되었다"라며 훈련소 분대장과 조교의 노고, 열악한 시설 문제를 거론했다.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려 한 것이다.

목표 향해 돌진?

육군훈련소의 반응은 방역 상황을 대하는 군의 태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코로나를 막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군은 작전 임무를 수행하듯 방역 정책을 펼친다. 확진자 0명, 추가 감염 0명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 밖의 모든 건 '어쩔 수 없으니까'로 인식한다.

우리 군이 먹을 것을 살 돈이 부족해서 도시락에 밥만 퍼 줬을 리 없다. 1차 PCR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은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추가 감염을 막는 방법이 양치와 샤워를 통제하는 방법밖에 없을 리도 없다. 다만 방역 임무 달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장 효율적이고 손 덜 가는 방식을 택했을 뿐이다. 장병들의 고충이나 애환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이런 지적이 이번에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10월에도 격리자에게 부실한 식사를 제공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12월에는 자가격리자 격리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며 간부 개인 숙소나 가족과 함께 사는 관사까지 징발해 거주자를 내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지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자가격리 시설 확보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손쉽게 거주자를 쫓아낼 수 있는 군 숙소부터 징발한 군의 마인드는 이때도 '어쩔 수 없으니까'였을 것이다. 이처럼 민간 격리시설이었다면 상상도 하기 어려웠을 일이 군에서만 가능한 이유는 사태를 해석하는 군의 태도가 민간 영역과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역은 목표를 달성해 승리하면 끝나는 군사 작전과 다르다. 부득불 자유를 통제해야 하는 방역 정책의 특성상 과정의 면면에서 통제가 빚어내는 개개인의 고충과 애환을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하지만 군은 기본적으로 구성원들이 불만을 드러내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애써 찾아보려 하지 않으면 그대로 안주하기 쉽다.

익숙해진 방역의 일상에 군 수뇌부도 함께 익숙해져 버린 것은 아닌지 다시 돌아보아야 할 때다. 사람들이 화가 난 이유를 잘 곱씹어 보아야 한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변함없이 나라와 시민을 지키는 장병들의 고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국가의 방침에 '어쩔 수 없다'는 말은 허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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